‘안전속도 5030정책’

사설
‘안전속도 5030정책’
‘사람' 중심 교통 환경의 첫걸음
  • 입력 : 2020. 06.09(화) 08:54
  • 선호성 기자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차량중심 교통환경은 사람에 대한 배려가 미흡하여 교통사고의 예방에 그 한계점을 점점 드러내고 있다. 비단 민식이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보행자에 대한 교통사고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차보다 사람이 먼저인 교통문화가 사회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교통사고 예방, 특히 보행자의 안전 강화에 힘을 실어야 할 때라고 본다.

전 세계적으로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도로환경 개선대책들이 강화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본엘프(Woonnerf)·존30(Zone30)을, 영국은 홈존(Home zone)·20마일존(20mph zone)을, 프랑스는 만남지역(Zone de Rencontre)·존30(Zone30)을, 독일은 교통진정구역(Verkehr sber uhigter bereiche)·스쿨존(Schule zone)을, 미국은 지구교통관리프로그램(NTMP)·어린이보호구역(School zone)을, 일본은 커뮤니티존(Community zone)·노인보호구역(Silver zone)을 각각 운영 중이다.

특히 보행사고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도로환경을 바꾼다는 점은 공통적인 현상이다. 즉, 사람중심의 도로환경을 구축하는 게 목표가 됐다. 이를 위해 보행자를 위해 유효보도폭을 최소한 1.5m를 확보하고 휠체어가 교행이 가능하도록 최소폭을 2.0m를 준수하고 있다. 동시에 차도폭을 최소화해 보차공존·혼용도로의 기능을 높일 수 있도록 과속 및 불법 주정차를 차단하는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보행안전을 위해 안전속도 5030을 추진하고 있다. 안전속도 5030정책은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 도시지역(용도지역상 주거·상업·공업지역) 차량속도를 일반도로는 50km/h 이하, 주택가 등 이면도로는 30km/h 이하로 하향 조정하는 교통안전정책이다.

지난해 4월 17일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021년 4월 17일부터 전국 도시지역의 일반도로 최대속도가 시속 50km 이내로 낮아지게 된다. 다만, 지방경찰청장이 필요하다고 지정한 도로에서는 시속 60km 지정이 가능하다.

덴마크와 독일의 경우 도시부 속도를 기존 60㎞/h에서 50㎞/h로 낮추자 덴마크는 사망사고(24%)·부상사고(9%)가 낮아졌고, 독일 역시 교통사고(20%)가 줄어드는 등 효과가 나타났다. 부산시 역시 안전속도 5030을 추진해 보행사고(37.5%)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됐다. 우리나라는 오는 2022년까지 교통사고 절반 감축을 목표로 범정부적으로 경찰청, 국토교통부,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민관학 12개 단체가 참여하는 ‘5030 협의회’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안전속도 5030’은 기존 도로설계의 패러다임을 전면 수정하는, 다시 말해 과거 교통 정체 개선, 지역 간 연결 등의 간선기능 확보를 위해 차량 소통 위주의 양적 증가에만 주력했던 개발성장 시대의 사고방식과 대비되어 이제는 ‘사람’의 안전을 강화하고 편리성을 확보하여 차보다 사람이 우선인 사람중심도로 설계로 옮겨가는 의식전환의 첫걸음이라고 본다.

현재 ‘안전속도 5030정책’ 시행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우선은 ‘5030 정책’에 대한 정책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지자체, 경찰서, 운송사업조합 및 일선 운수회사 등 모든 분야의 관련 기관들이 협력해 ‘5030 정책’이 순조롭게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람’ 우선을 위한 안전한 도로정책은 결국 차량속도를 낮추는 것으로 귀결한다. 적어도 속도의 차이가 안전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이 여러 연구결과나 교통선진국들의 정책 피드백으로 입증된 만큼 더딘 속도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안전함을 우선하는 성숙한 교통안전의식을 새겨 우리 모두가 의식의 전환에 동참해야 한다고 본다.

결국 운전자의 진땀나는 ‘주의’가 보행자의 안전한 ‘여유’로 이어져야만 할 것이다.
선호성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