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42) 남면 대곡리 1구 이장

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 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 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보고자 우리 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스물 세 번째로 남면 대곡리 1구 강성현 이장을 만나 보았다.<편집자 주>

자연풍광이 뛰어나고 사는 인심이 넉넉해 살기 좋은 곳으로 소문난 화순군 남면. 그 중에서도 마을 뒤 계곡 깊은 산에서 흘러나오는 물길이 사시사철 마을 앞을 지나고 있어 예부터 물이 마르지 않는 곳으로 잘 알려진 대곡리는 그래서 더욱 풍성하게 다가오는 곳이다. 남면 면소재지의 사평중학교에서 좌측으로 접어들어 약 3㎞정도를 더 들어가면 마을 초입에 펼쳐진 너른 들과 올망졸망한 좌우의 산들이 반갑게 맞아 주는 작지만 살기 좋은 마을 대곡리 1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35호 70여명의 주민이 사는 한실마을과 6호 13여명이 사는 청룡마을로 이루어진 남면 대곡리 1구는 주로 논농사와 고추농사로 생계를 이어 가는 소박한 마을이다. 청룡마을 위에 새태(새터, 寺洞)마을이 있었으나 한국전쟁을 전후해 폐촌 되고 지금은 대곡리 2구인 대원동마을, 쌍용마을과 함께 대곡리를 이루고 있다.

마을의 유래
풍수지리 상 광주리형국에 속하는 대곡리(大谷里)의 지명은 한실마을의 지명을 한자화하여 크다는 의미로 큰대(大)자와 고을의 의미인 골곡(谷)자를 합해 대곡리라 하였다. 향교터와 동헌터, 백록서원(신안주씨재각), 주교관기적비(동몽교관 주양동 선생 기적비) 등의 유물·유적을 간직하고 있는 대곡리는 사람들이 한창일 때는 매구놀이와 줄다리기, 가래불넘기 등의 민속놀이로 명절 때면 한바탕 왁자한 장관을 연출했었지만 지금은 안타깝게도 줄어든 주민들 탓에 치르지 않고 있다.

어르신들의 아들이요 애인 같은 강성현 이장님
동네일을 내일처럼 잘 봐주고 모든 일을 성근지게 잘한다며 주민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한 강성현 이장은 농촌에서는 보기 드물게 40대 초반의 젊은 이장이다. 한창 바쁜 농사철에는 고령인 어르신들의 일을 만사 제쳐 두고 거들어주는 아들 같은 사람. 마을 할머니들의 팔짱을 끼고 나이에 안 맞는 애교를 부리며 너스레를 떠는 애인 같은 사람인 강 이장은 마을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보고자 2년 전부터 이장 일을 맡고 있다.

10년 동안 광주에서 시내버스 기사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는 그는 97년 직장을 나오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고향인 대곡리의 땅을 사 귀농했고 땀 흘린 만큼 수확을 거둬들이는 정직한 농부가 됐다. 지금은 논농사 66,000㎡와 고추 6,000㎡ 규모의 적지 않은 농사를 짓고 있지만 농한기인 겨울에는 공사현장에 나가 돈을 벌어 올 만큼 부지런하기도 하다.

“우리 같은 노인 양반들 일을 나서서 도와주고 그랑께 너무너무 고맙지라이”라며 강 이장을 대견스러워 하는 마을 할머니의 말은 그의 천성과 사람 됨됨이를 잠시나마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

남면 대곡리 1구 한실마을 주민들

우리 마을의 자랑!
물 맑고 공기 좋은 것 외에는 딱히 자랑할 것이 없다고 말하는 주민들은 그러나 사람 사는 인정만큼은 ‘대통령상감’이라며 이웃 간의 돈독한 유대관계에 누구보다 자부심을 나타낸다. 여느 농촌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마을이지만 끈끈한 정으로 똘똘 뭉쳐있어 대도시 어느 곳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또한 마을 앞으로 흐르는 대곡천의 물은 일년 내내 마르는 날이 없어 농사철 물이 부족할라치면 주민들은 대곡천에서 마음껏 물을 끌어다 쓴다. 덕분에 가뭄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맑은 물을 양분으로 자란 농작물은 말 그대로 100% 청정 자연산을 자랑한다.

강 이장의 바람
대곡리 1구 마을회관은 마을 주민들이 모여 준비해온 음식도 나누어 먹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는 사람 냄새 진한 곳이지만 그러나 여기에도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강 이장은 회관에서 어르신들이 잠시나마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발마사지기나 전신안마기 같은 건강기구의 설치가 절실하다고 한다. 마을에 여유자금이 없어 정부보조사업이라도 있으면 해볼량으로 면사무소에 신청은 해놓고 있지만 해당 사업이 아예 생기질 않고 있어 아쉬운 마음만 달래고 있다.

김재임 할머니. 베트남에서 시집온 며느리와 아들 사이에 태어난 손자(서승빈)가 대견하기만 하다.

또 마을 주민들은 대곡리 1구에 버스노선이 없어 차를 탈려면 사평까지 3㎞ 정도를 걸어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연로한 어르신들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일이어서 강 이장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거기에 마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농기계 창고가 없는 점도 아쉽기는 매일반이라 강 이장은 자신이 이장으로 있는 동안 마을 숙원사업들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주민들의 불편함도 해결해주고 마을도 한번 일으켜보고 싶은 바람으로 이장 일을 시작한 강 이장은 처음에 가졌던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지금도 가끔씩 자신을 뒤돌아보며 채찍질을 하곤 한다.

맺음 이야기
대곡리 1구는 여느 농촌마을과는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대부분 사라져버린 게 지금의 농촌 현실이지만 대곡리 1구에는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끌벅적하다. “공기 맑고 살기 좋은 곳이라 그런가 보다”고 말하는 강 이장의 검게 탄 얼굴에는 잠시 잠깐 희망의 빛이 스쳐 지나간다.

모두들 농촌이 싫다고 떠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지만 젊은 사람과 아이들이 모여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는 대곡리 1구는 그만큼 발전할 수 있는 힘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없으면 마을도 사라지고 사람이 모여들면 반대로 융성해지는 것처럼 대곡리 1구가 품고 있는 젊은 생명줄이 마을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었다.

강성현 이장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인터뷰에 응해준 대곡리 1구 주민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강성현 이장 016_609_7746

마을 앞을 흐르는 대곡천으로 인해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다.

대곡리 1구 한실마을에 위치한 백록서원(신안주씨 재각)

물 맑고 공기 좋은 한실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