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면 평리 이회주 이장(62)

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 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보고자 우리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그 여덟번째로 도곡면 평리 이회주 이장을 만나 보았다.<편집자 주>

청보리가 펼쳐진 들판 한 가운데에 자리한 도곡면 평리마을, 그 흔한 뒷동산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넓게 펼쳐진 푸른들녁에 점점이 보이는 집들, 마을에 다다르기 전 차에서 바라본 평리마을은 한폭의 파스텔화다.

마을 입구부터 심상치 않았다. 인공이긴 하지만 참 오랜만에 보는 둠벙, 알고보니 지난해 3월 친환경 농업을 상징하기 위하여 만든 둠벙이란다.

둠벙은 벼농사를 짓던 우리 조상들이 가뭄에 대비해 농촌마을 곳곳에 작게 만들어 놓은 작은 저수지를 뜻한다. 비록 인공적인 작은 저수지이긴 하지만 조상들의 넉넉한 마음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필요에 의해 인의적으로 만들어 졌지만 수서생물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으로 서로 공생할 줄 알며 자체적으로 완전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자연 그 자체다.

89년 수해로 인해 탯줄과도 같은 마을을 떠나 새로운 마을을 이룬 평리마을주민들은 특별한 생산기반이 없어 휑한 들판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벼농사 뿐이였다. 하지만 이젠 '농사에 기본이다'고 하는 벼농사를 평리마을 사람들은 특별하게 만들어 버렸다.

수해의 아픔을 딛고 새롭게 만들어진 마을, 하지만 오래된 전통을 가진 그 어떤 마을 못지 않게 서로를 보듬고 융화할 줄 아는 평리마을 주민들은 옛조상들이 지혜로 만들어낸 자연, 둠벙과 많이 닮은 듯하다.

평리마을의 이회주 이장은 “저는 한일이 없습니다”라는 말만 거듭하였다. 올해로 2년째인 이 이장은 전임 이장 홍은주씨를 “고마운 사람”이라 표현하며 홍 이장이 잘 닦아놓은 길을 걷고 있을 뿐이라고만 말했다.

아직 햇병아리라는 말로 웃음을 짓는 이 이장은 내가 마을을 찾았을 때도 마을일로 면사무소를 다녀오느라 바쁜 걸음을 재촉한 듯 싶었다. 평리마을 주민들은 “지금은 배우는 단계인 이 이장이지만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운것 아니냐”며 칭찬을 늘어 놓는다.

평리마을엔 정말 특별한 것이 있다?
다른마을과 달리 평리마을은 뒷동산도, 문화재도, 오래된 고택도 없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값지고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것이 있다고 했다.


바로 홍일주, 홍은주 형제이다. 이곳 평리마을을 친환경농업단지로 만든 장본인들이다.
이들 형제는 농촌을 향한 열정과 사랑만큼은 한몸 이였다. 직업군인으로 근무하던 동생 은주씨를 함께 농사짓자고 제안한 홍일주씨, 그 말에 흔쾌히 ‘하리라’ 답한 홍은주씨, 둘은 분명 한 몸이였다.

홍일주씨는 현재 전국새농민회 전남도회 화순군회장과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 호남농업연구소 식물환경과 명예연구관을 맡고 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였기에 지금의 나를 볼 수 있다 하였던 홍일주씨는 성공이 하루아침에 찾아 온 것은 아니라는 말을 거듭하며 지나온 과거가 회상 되는듯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회주 이장은 “평리마을 성공의 발판은 이들 형제의 인고의 노력과 땀의 결실이였음을 강조하며 홍일주, 은주형제는 평리마을 제1호 ‘인간문화재’이다.” 라고 표현했다.

홍일주씨는 마을사람들에게 현장에서 외조하는 평리마을의 남편이고 은주씨는 마을일을 내실있게 꾸려가는 평리마을의 부인이다. 부창부수라는 말이 묘하게 어울린다.

홍은주씨의 예전 애칭은 ‘디지털이장’ 이였단다. 그도 그럴것이 현재, 화순군 사이버농업인회장을 맡으면서 급변하고 있는 농산물 유통시장의 변화에 맞추어 나가기위한 농업인들의 정보화 능력향상에 힘쓰고 있다.

또한 평리마을은 저농약과, 무농약 친환경농산물인증을 받은 마을이다. 단순히 먹기위한 쌀을 생산하기 위함이 아니라 먹거리를 위한 생산을 한다는 신념아래 평리마을주민들은 지금껏 친환경 벼 재배를 고집하며 진정한 농업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해매다 자매결연이 맺어진 도회지의 부녀회원들에게 농촌체험 그린투어를 실시하여 평리마을을 알리고 있으며, 언제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평리마을 사람들은 마을공동상조회를 통해 마을에서 장례식의 모든절차를 치른다고 한다. 좋았을 때 뿐만 아니라 슬픈일에도 한마음이 될 수 있길 바라는 한결같은 마을사랑의 표현일 것이다.

마을주민들과 이 이장의 숙원사업은?
이회주 이장은 “앞서가는 농업인의 대표주자인 홍일주, 은주형제와 함께 평리마을을 앞서가는 친환경농업마을로 가꿔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하며 친환경 일괄시스템의 마지막단계인 친환경 정미소가 절실하다고 했다.

그리고 평리마을 앞 국도 1.2KM를 12가지 넝쿨나무를 심어 마을의 특별한 이미지를 만들어 평리마을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는 ‘보여지는 마을’을 조성해 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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