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읍 동구리 정재호 이장

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 보고자 우리 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그 다섯 번째로 화순읍 동구리에서 23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정재호 이장을 만나 보았다.<편집자 주>

동구리를 찾아 오르는 발걸음에 이따금씩 날카롭게 불어대는 바람 따윈 아무렇지 않았다. 봄 빛 햇살을 받아 병풍처럼 펼쳐진 만연산이 더욱 빛이 났고 마을 앞에 펼쳐진 호수공원도 만연산의 모습에 푹 빠져 있는 듯 호수 가득 만연산을 품고 있었다.

커다란 자연석에 동구리라는 이름이 새겨져 이제 다 왔구나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마을에 대문이 있는 집이 거의 없었다. 있다 하더래도 활짝 열려 있는 모습이 요즘 같은 시대엔 보기 드물다 했더니 이제껏 범죄없는 마을로 유명 하단다. 사는 분들 또한 마을 이름처럼 동글 동글 정겨워 보였다.

의외로 지역민들이나 외지인들은 동구리라는 마을 이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냥 만연사 입구 정도로만 설명이 되어 버린다. 누구나 한 번쯤 여유를 부리며 살고 싶은 동네 동구리, 유명한 사찰아래 살아서 인지 다들 미소가 성스럽게 느껴질 만큼 순한 마음들을 가지고 있었다.

총38가구 75명으로 구성된 동구리 마을의 산증인 정재호 이장, 얼굴에 내비춰지는 미소만으로도 능히 인품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 주민은 “23년동안 동구리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큰일까지 주민의 대표로서 중립을 지키며 솔선했으며 감히 칭찬이라는 말을 하기엔 송구스러울 정도로 덕망 있는 분이다”며 존경스런 눈빛을 보였다.

이제 막 걸음은 땐 마을의 막네동이 아이부터 90을 바라보는 어른신까지 마을회관을 찾아 정재호 이장에게 "이제껏 마을을 위해 봉사하느라 자식들의 효도도 마다하고 마을을 지키느라 고생을 한다"며 이제는 편하게 좀 쉬어야 하는데 정이장을 대신할 젊은 사람이 없음을 안타까워 했다.

다른 마을엔 없지만 우리마을엔 있다!
만연사, 굳이 설명이 필요하다면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의 말사이며, 1208년(고려 희종 4) 만연(萬淵)이 창건하였다.

창건 설화에 따르면, 만연이 광주 무등산 원효사(元曉寺)에서 수도를 마치고 송광사로 돌아가는 길에 현재의 절 부근에서 잠시 쉬다 잠이 들었다. 꿈에 십륙나한이 석가모니불을 모시려고 불사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 꿈에서 깨어 주위를 돌아보니, 눈이 내려 많이 쌓여 있었으나 자신이 누웠던 자리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를 신비롭게 여겨 이곳에 토굴을 짓고 수도하다가 절을 세웠다고 한다.

6·25전쟁 때 모든 건물이 불에 타 없어졌고, 1978년 철안(澈眼)이 중창한 뒤 불사를 계속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현재는 비구 전법도량이며, 산내 암자로 선정암과 성주암이 있다.

그리고 사찰 안에는 전라남도 보호수로 지정된 젓나무가 있다. 둘레 3.5m, 높이 29m인 이 나무는 조계산 수선사 주지로 있던 진각국사 혜심(慧諶: 1178∼1234)이 심었다고 한다.

또한 동구리 마을앞에 펼쳐진 호수공원은 지역주민들 뿐 만 아니라 외지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쉼터가 되었다. 호수공원 주변으로 마련된 산책길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정자가 여러 개 있어 날씨가 따뜻한 날에는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성황을 이룬다.

깨끗한 공기와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는 동구리는 지난해 삼림욕장까지 마련되어 지역주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 여름엔 시원한 삼림욕장 정자에 앉아 호수공원을 바라보면 무릉도원이 바로 이곳이 아닌가! 싶을 정도란다.

또한 동구리 마을주민들은 ‘범죄없는마을’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고 밝히며 이제껏 마을에 불미스러운 일 한 번 일어난 적이 없는 살기 좋은 마을임을 자부하였다.

마을주민들이 바라는 숙원사업
동구리 마을의 일부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서 마을 인구 유입에 상당한 애로사항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수려한 자연적 경관의 이점으로 외지 사람들이 마을로 이사를 오고 싶어 하지만 전원주택을 지을 수 가 없는 관계로 아쉬워 하고 있다. 마을사람들은 일부분이라도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마을에 인구가 유입되어 풍성한 마을을 이루고 싶어 했다.

또한 호수공원 주변이나 만연산림욕장 주변 공공근로를 마을주민들에게 맡겨 주길 바랬다.
마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호수공원 조성시에 전답의 잠식으로 일거리를 잃어 비농가가 29가구이다. 생계도 문제이긴 하지만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에서도 마을을 정성껏 관리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만연호수에서 성주암까지의 도로사업이 조속히 이뤄지길 바랬다.

마을주민들은 마을에 작은 가게 하나도 없다보니 주말이면 찾아오는 지역민과 외지 사람들에게 음료수라도 팔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을 발전기금을 모으고 있으나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라 할 수 만 있다면 자판기를 먼저 설치, 운영을 하면서 갚아 나갈 수 있는 길이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히며 “우리는 나이 들어서 잘 모르니 행정기관에서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했다.

정재호 이장, 23년의 희노애락
벌써 23년이 지났다. 마을일을 하며 즐거웠던 일 아쉬웠던일 도 참 많았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을 시기는 호수공원을 조성하기 전 마을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었다고 속내를 비추며 “그땐 내가 먼저 승낙을 하고 나서 주민들을 설득하니 다들 협조해 주었다. 마을주민들의 생계의 터를 양보해야할 때의 마음을 지역주민들과 행정관청 관계자들이 알아 주길 바랄 뿐이다.” “오히려 외지사람들이 밤마다 전화를 하는 통에 잠을 못자고 한동안 살았다”며 한숨을 내 쉬었다.

하지만 그렇게 큰일을 위해 양보해 놓으니 지금은 주민들 모두가 보람을 느끼며 살고 있고 아직도 오염되지 않은 아름답고 수려한 동구리 마을주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정이장은 크진 않지만 마을 사람들의 공동쉼터가 되는 마을회관을 신축한것에 보람을 느끼고 이제껏 마을에 작은 도둑 한 번 없이 살아 왔다며 정이 넘치고 믿음이 깊은 마을의 이장을 해 온것이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이장일을 끝 낼 날까지는 마을을 위해 헌신.봉사 하겠다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마지막으로 정이장은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좋은 동구리를 지켜주길 바라고 책임감 있는 젊은이가 이장일을 대신 맡아 주는 것이 소원임을 밝히며 “이제는 나도 좀 쉬고 싶소”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췄다.

만연사 전경

만연사 괘불지주

호수공원 전경

호수공원 산책로

만연산 산림욕장

동구리 마을 주민들

본지에서는 마을 이장님들의 노고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이장님들을 소개 받아 마을의 자랑과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연락 주십시오.
(061) 374-8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