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산의 5계절

칼럼
백아산의 5계절
  • 입력 : 2021. 03.26(금) 15:02
  • 화순군민신문
정혜진
전남여류문학회장
흰 거위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는 모습의 하얀 거위산은 멀리서 올려다보면 그 명칭이 더욱 실감 난다. 백아산白鵝山은 화순 북면 수양로 353에 위치한 해발 810여 m의 산으로 암봉巖峰을 자랑삼아 드러내고 있어서 산행을 좋아한 등산객뿐만 아니라 자연의 맛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갖게 한다. 특히 화순 8경에 속해 있는 백아산 하늘다리가 암봉과 암봉 사이를 66m의 길이로 연결해 준 덕분에 오르고 싶은 호기심을 유발한다. 오밀조밀한 볼거리가 숨겨져 있는 것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요인이다.

이곳엔 4계절의 풍광과 운치가 뚜렷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드러나지 않은 또 하나의 계절을 발견하고 간직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바위산과 계곡이 만든 천연의 요새 탓에 6·25 때는 빨치산 사단 병력이 주둔하여 선량한 민초들에게 고통과 쓰라림을 안겨주기도 했었다.

산자락 곳곳에는 숨겨진 보물처럼 일부러 찾아오기 전에는 발견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간직되어 있어서 우주의 신비한 숨소리를 경청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이런 장점을 최대한 살려 1997년에 개장한 백아산자연휴양림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쉼과 나눔과 사랑과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의 장소로 제공되고 있다. 일상을 벗어나 오롯이 자연의 일부가 되게 하는 마법을 지닌 곳으로 생각과 느낌의 싹이 저절로 트일법하다. 아쉽게도 코로나19 여파에 의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시됨에 따라 작년 11월부터 휴관 상태에 있지만 묵묵히 이어진 계절만큼은 변함없이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

백아산의 첫 계절은 봄으로 눈을 뜬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3월, 한산하기 그지없는 백아산자연휴양림은 사람 아닌 삼라만상이 주인이다. 꿈틀거림으로 일어서는 저수지 물빛은 윤슬로 눈이 부시고 연분홍 웃음 머금어 반긴 진달래꽃과 겨울 끝자락에 유난히 혹독하게 쏟아졌던 폭설을 이겨내고 부단히 도약하는 빈 나뭇가지들의 떨림이 그저 반갑고 고맙다.

정돈된 길을 따라 걸으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순간만큼은 자연이 준 향기와 몸짓만으로도 충분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알기 쉽게 안내된 표지판 또한 배려와 관리로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우리나라 산의 대표 수목을 호출하여 이름표를 단 소나무 1호는 숲속의 집을 알리는 시작이다. 산을 따라 올라가면서 크고 작은 규모로 마련된 펜션은 들 순이 13호까지 계속되며, 해오름 숲 14호는 확 트인 시야를 선물한다. 올라가는 동안 취나물을 비롯하여 저마다 녹색 손을 들고 나온 풀잎들이 대견하고 노란 양지꽃도 앙증맞다. 쑥부쟁이, 물봉숭아, 구절초, 들국은 아직 싹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서둘러 맞아주니 참 부지런하다는 느낌이다.

꽃이 피고 이파리가 너울거린 봄볕에 이어 뒤따라올 여름은 하얀 꽃으로 우리를 불러들일 말채나무, 산딸나무와 우거진 녹음 터널의 왕성한 맥박이 있어서 수채화처럼 멋진 풍경으로 더위에 지친 피서객들에게 휴식과 안정감을 줄 것이다. 낮 동안의 긴긴 해를 숨바꼭질하듯 숨겨가면서 숲 그늘과 시원한 바람으로 땀방울을 날려버리게 할 상쾌함이 기대된다.

단풍터널이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가을도 노을빛 낭만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줄 것이다. 우거진 숲이 갖가지 단풍잎으로 멋스럽게 물들면 서둘러 찾아든 발길도 늘어나기 미련이다.

바쁜 한 해의 소임을 마치고 에너지 충전에 들어간 나무들을 대신하여 눈꽃으로 환상적인 백색 그림을 펼칠 겨울은 숲속의 집에 매달아 놓은 고드름을 앞세워 동화 속 분위기를 만들 것이다. 물도 거꾸로 설 수 있다는 묘기까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아산의 다섯 번째 계절은 전천후다. 물레 방아와 전망대, 팔각정, 하늘다리, 계곡 깊이 숨어서 소리음으로 불러낼 폭포, 이 모두는 지상과 우주를 초월한다. 나뭇가지와 이파리 사이로 보이는 코발트빛 하늘, 해를 뒤따르는 낮달, 풍차에 감겨든 물레 방아는 꿈 박자로 각인되어 환상 타래로 기억의 저편을 소환하고,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탁 트인 팔각정은 우리를 우주 안에 세운다. 뿐만 아니라 별빛으로 수놓은 은하의 밤, 달님과 소원을 교감하는 고요도 특별하다.

숲은 인류의 고향이라고 한다. 우리 곁에 천혜의 백아산과 자연휴양림이 있음에 감사하면서 무한 긍정의 미소를 열어가는 평화로운 삶이 되길 희망한다.
화순군민신문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