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호 변호사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불과 6개월만인 2020년 6월 26일 기준 전 세계 공식 확진자가 950만여명에 사망자가 48만5천여명으로 팬더믹(pandemic) 상황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중국에서 환자 및 사망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더니 지금은 미국이 누적환자 240만여명에 사망자 12만여명, 브라질이 누적환자 122만여명에 사망자 5만4천여명, 러시아, 인도, 영국, 이란, 멕시코 등 선진국 후진국 가릴 것 없이 세계 모든 나라에서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유감스러운 점은 아직 뚜렷한 백신도 개발되기 전이다보니 국가나 개인 차원에서 사전 방역 및 환자발견·치료를 통한 확산 차단을 철저히 하는 것 말고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집단면역체계를 갖춘다는 스웨덴식 무대응 전략은 실패로 마무리되었다.

마스크 착용을 일상화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사람간 대면 상황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동시에 진단키트를 통한 의심 사례에 대한 사전 진단을 철저히 하고, 발병자에 대하여는 적극적인 격리 및 치료를 신속하게 하는 것이 그나마 확산세를 줄이는 방법이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치료제 및 백신이 개발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를 하는 것이 그나마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일 테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는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 보면 코로나 이전 10여년이 지구 역사상 가장 개방적이고 가장 자율적인 시대였었고 앞으로 인류는 다시는 그러한 호시절을 누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전 세계가 일일 생활권으로 대부분의 나라를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었으며 스포츠나 콘서트장에서는 수만여명의 군중이 모여 함께 노래 부르고 함께 춤을 추는 공동체적인 삶이나 철저히 개인의 사생활이 보호되는 개인주의적인 삶은 마스크로 대변되는 사회적 격리나 의심환자에 대한 일거수일투족 공개와 같은 통제된 삶으로 대체되어 지난 10여년은 이젠 머나먼 과거의 일로 박제되어 역사의 한 페이지로만 남을 것 같다.

학생들은 대부분 온라인 수업을 하고 가끔 학교에 나가 대면 수업을 받는 것이 일상이다보니 새로운 학년에 자신이 누구랑 같은 반인지도 모르고 같은 반 친구들 간 제대로 대면도 못한 채 서로 얼굴도 잘 모른 상태에서 학년을 마치거나 졸업을 할 상황이다. 당사자에게는 일생 가장 행복한 순간인 결혼식장에 하객들은 참석을 꺼려 축의금을 계좌이체로 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그나마 참석한 하객들은 모조리 마크크를 쓴 채 참석하여 축하를 하니 그곳에 기쁨과 행복이 넘쳐나는 축제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뭔가 아쉽고 허전하다. 장례식장 역시 참석 대신에 계좌이체 방식의 부의가 일상화되고 참석한 사람들은 서둘러 귀가하는 것이 낯설지 않는 풍경이 되었다. 야구 등 스포츠는 잠정 중단이거나 그나마 무관중 개막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대부분의 공연이 취소되며 학교시험도 온라인으로 치러지고 입사시험 역시 최소한의 거리두기를 위하여 운동장에서 치르게 되는 뜻밖의 풍경을 접하곤 한다.

이는 결국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삶의 변화를 수반하게 되는데, 재택근무를 하거나 회사 출근 후에도 대부분 특별한 저녁약속 없이 집으로 퇴근하다보니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어 역설적으로 부부간 다툼도 많아져 느닷없이 가정법원이 바빠졌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코로나 베이비라 해서 올해 말이나 내년에 태어날 신생아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물론 산업에서도 획기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기존 제조업, 항공, 서비스 산업 등이 위축되고 사람간의 대면 없이 서비스가 제공되는 인터넷이나 무인기술, 인공지능, 게임 등 소위 언택트 산업이 활성화되고, 특히 코로나 치료제나 개개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바이오 산업이 시장 주도적인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직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 안되고 있고 적어도 내년까지는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더더군다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 자체 진화하면서 계속 변종이 발견되고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종식되기는 어려워 위와 같은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가 일시적일 것 같지는 않고 우리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가는 계기로 작동할 것 같다.

그나마 대한민국으로서는 코로나 사태가 오히려 국가의 위상을 근본적으로 높이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적이었다는 평가로 이어지며 국격을 여러단계 격상시켰는가 하면, 특히 코로나 진단키트 및 드라이브스루 진단 방식, 전국민 의료보험제도에 따른 치료 시스템, 일사분란한 코로나감염자 발견 및 그에 따른 격리, 치료 절차 돌입으로 추가 확산 차단 등 그동안 대한민국이 보여준 모습에 전 세계 국가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우리의 국민의식 수준이 선진국 이상으로 높았다는 것을 느끼고 말할 수 없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몇 개 바이오 업체에서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고 사실상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백신이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바, 내년에는 대한민국의 위상이 올해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 기대해본다. 기왕 닥친 어려운 현실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시련은 극복하기 나름이다. 승객을 태우던 항공기는 물류 수송으로 대체되며 새로운 활로를 찾듯이 굴뚝산업에서 환경친화적 산업, AI, 바이오산업 등 새로운 산업구조로 재편되며 우리의 삶도 근본적으로 변화해 갈 것이다. 우리는 이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은 진보적이거나 진보적일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것이 인간과 다른 종과의 차이점이다. 10년 후에 결혼식장, 장례식장은 어떤 모습일까? 예술가들은 대규모 집단공연 대신에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창작 결과물을 세상에 알리게 될까? 내가 미국이나 아프리카에 여행을 간다면 지금과는 얼마나 달라진 비행기를 타고 가며 여행 경비는 얼마나 더 늘어날까? 학교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내가 투자한 바이오 회사나 언택트 산업은 얼마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까? 우리는 인류는 진보한다는 전제아래 현재의 힘든 상황보다는 10년 후의 보다 나은 미래를 그려보며 삶을 낙관적으로 극복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