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진 전남여류문학회장

화순은 명품숲 조성으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힐링·휴양·치유의 대명사를 달았다. 대도시 인근에 위치한 지리적·지형적 조건을 활용한 정책이 가장 큰 몫을 했다고 본다. 지방도에 이팝나무, 목백일홍 등을 심은 식재효과는 환상적 풍광으로 나타나 보는 이들을 감탄케 한다. 여기에 의료연계형 치유숲 조성과 공립산림복지단지 지정, 수만리 생태숲 습지정원, 여러 곳의 자연휴양림, 청풍, 도암 봉하의 산촌생태마을 등등 한걸음만 나서면 숲과 정원, 공원과 만난다.

이런 자연친화적 숲 환경은 운동이나 산책을 통한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명상과 정신건강 역량을 키우는데도 매우 좋은 여건이다. 몇 백 억 원을 투자한 결단이 있기까지 기획, 실무, 집행, 책임 있는 행정력이 첫 번째 중요 핵심이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노동력과 헌신적 봉사를 제공한 분들의 공로도 크다. 출발점은 일자리 창출과 군민의 경제성장을 위한 시책으로 실시된 일이겠지만 그렇다 해도 산이 많고 교통이 편리하며 공기가 맑은 우리 화순의 지역적 특성이 빛나는 결실로 다가오기까지 가장 밀착된 현장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은 분들의 애향심이 있었기에 돋보이게 되었다고 여긴다.

능주 둑방길, 청풍 화학산 청용길, 유마사, 운주사, 쌍봉사 가는 길 등 우리 지역 어느 곳을 가든 가로수와 꽃길과 숲이 잘 가꾸어져 있음은 자랑거리다. 여름이 성큼 다가오면서 동구리호수공원 주변엔 분주하게 일하신 분들이 많다. 재 각각 색깔을 드러내며 핀 꽃들 주변에 제멋대로 무질서하게 자란 풀을 관리하기 위한 손길들이다. 쫑긋쫑긋 꽃대보다 높이 솟아오른 개망초, 강아지풀, 씀바귀. 어저귀, 뚝새풀이며 바닥을 질펀하게 차지한 클로버와 질경이, 바랭이, 넝쿨광대수염 등등이 어수선해진 탓에 일손이 바빠진 것이다.

이 분들 덕분에 하루가 다르게 깔끔한 모습으로 단장한 산책길은 걷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결 즐겁게 해 준다. 제일 먼저 놀이공원 잔디밭을 침범한 잡초들이 정리되어 산뜻하다. 애초기로 풀을 베어 쓸어 담아 한 곳에 모으고 꽃들 사이까지 파고든 띠풀, 개망초 등을 뽑아냈다. 구석구석 좁은 공간에 남아 있는 풀들을 일일이 찾아내 따로 떼어 없앴다. 호수 둑을 손질하고 길가의 경계수를 단정하게 다듬고 데크길 주변을 깔끔하게 정돈해 놓아 이발을 막 끝낸 모습처럼 깔끔하다.

늦은 오후 산책길 둑에서 둘러본 정경은 아름다운 그림으로 다가온다. 이런 풍광 때문인지 언젠가부터 호수공원 산책로는 우리 화순군민들만의 힐링 공간이 아닌 광주를 비롯한 외지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한결 같이 감탄하며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어디 또 있겠느냐?’고 즐거움을 감추지 못한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다섯 군데나 마련되어 있는 쾌적한 주차장이 차들로 꽉 들어차 있어서 정작 어린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나가기가 어려울 정도다.

지난 화요일 오후에는 산책을 하다가 한참동안 발걸음을 멈춰 섰다. 둑을 지나 데크길을 걸어 운동기구가 있는 곳을 벗어났을 때다. 산 밑 철쭉나무 아래와 반대쪽이 너무나 정갈했다. 빗자루로 깨끗하게 쓴 흔적이 역력했다. 나무를 전정한 후 뒤처리를 갈퀴로 긁어내거나 손으로 치운 것이 아니라 집 마당이나 토방보다 더 깨끗이 쓸어놓았다. 사람들이 다니는 좁은 길인만큼 나름대로 힘들게 쓸어낸 손길이 감동스러웠다. 우리는 자칫 낮은 곳에서 추춧돌 역할을 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무심하기 쉽다. 얼마 전 서울 강북구 성원아파트 경비원 자살사건도 상대방을 함부로 대하고 인격적으로 무시하며 존중감이 부족함에서 발단된 충격적 비극이다.

명품 숲과 치유정원·힐링공원 조성으로 화순 지역 넓은 곳곳을 관리하는 사람들 손길이 있어 화순이 빛이 나게 피어나는 거라 믿어 묵묵히 땀 흘린 분들에게 관심과 존중한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뛰어난 사람보다 필요한 사람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명언이 떠오른다. 톨스토이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 일인지 묻는 질문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당신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봉사와 헌신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길을 닦고 땀 흘리는 사람이야말로 큰 가치를 지닌 사람이다. 곳곳에 만들어진 산책로, 건강오름숲, 건강회복숲, 오감연결길을 쾌적하게 관리하면서 진정 상큼한 기분으로 치유와 힐링을 얻도록 낮은 곳에서 안내하는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당신이 있어서 화순이 피어나고 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