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목)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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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여백은 그림 뿐 아니라 인간의 마음, 삶, 생활 속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꼭 필요한 것이다. 일반 개인에게 마음의 여백이 없을 경우 단순히 그 개인과 가정 또는 주변에 문제가 생길 뿐이지만 지도자가 여백을 갖지 못하고 한 가지 사고에 집착하고 말면 대단히 큰 불행이 발생하고 만다. 그 예로 과거 지자체의 장들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다른 지역을 따라서 흉내를 낸 통에 지금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도로의 가로수와 유원지의 나무들이 벚꽃 일색이 되어버렸고, 벚꽃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보면 우리나라를 자기나라로 착각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나라의 수반이 그리 된 경우는 국가의 명운이 달라지고 만다.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일본의 제국주의자들은 마음의 여백은커녕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는 아집으로 세계대전을 일으켜 온 인류를 불행으로 몰아넣었다. 우리나라의 군부독재자나 속 좁은 대통령들도 모두 마음에 여백이 없이 통치를 하다가 국민들을 희생시키고 절망에 빠지게 한 뒤 본인들도 불행한 말로를 맞이했다.
요즘 한 어린 가수가 부른 ‘여백’이라는 노래가 대충 살아온 우리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애 늙은 이’‘저 녀석 속에는 영감이 들어 앉아있다.’
아이가 지나치게 영특하고 속 깊은 말과 행동을 할 때 어른들이 하는 말이다.
정동원, 열 네 살의 이 어린 가수는 노래를 할 때 목소리나 표정에서 마치 인생을 다 살아 본 사람처럼 완벽한 삶을 표현해낸다.‘어린 아이가 어찌 저런 깊은 감정을 쏟아낼 수 있을까?’‘저 아이의 표정에는 왜 저리도 슬픔이 묻어날까?’하면서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훔친다. 동원은 할아버지께서 손자의 음악적 재능을 일찍 발견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뒷받침을 잘 해준 덕에 성인들이 겨루는 노래 경연「미스터 트롯」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당당히 결승에 올랐다. 7인의 실력자가 겨룬 결승전에서 동원이는 조금도 기가 죽지 않고 인생미션곡으로 김종환씨가 작곡한 〈여백〉을 불렀다.
‘얼굴이 잘생긴 사람은 늙어 가는 게 슬프겠지아무리 화려한 옷을 입어도 저녁이면 벗게 되니까’
어느 누가 늙어가는 게 싫지 않을까만 특히 욕심에 찌들어 권력, 돈, 명예 등을 잔뜩 소유하고 자기만 좋으면 된다며 천년만년 살 것처럼 무식하게 으스대는 인간들은 정말 늙기가 억울할 것이다. 죽을 때는 단 한 푼도 가지고가지 못한다는 ‘공수래공수거’도 깨닫지 못한 채.
‘내 손에 주름이 있는 건 길고 긴 내 인생에 훈장이고마음에 주름이 있는 건 버리지 못한 욕심에 흔적’
인생을 참되게, 열심히 산 사람들은 손과 발 그리고 얼굴에 아름다운 삶의 흔적이 남아있어 거칠어진 자기의 손발과 깊은 주름이 새겨진 얼굴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오장육부에 욕심만 가득 찬 채 살아온 인간들은 피둥피둥 살은 쪄서 겉모습은 어떨지 몰라도 언행에서 숨길 수 없는 천박함이 배어난다.
‘청춘은 붉은 색도 아니고 사랑은 핑크빛도 아니더라마음에 따라서 변하는 욕심 속 물감의 장난이지그게 인생인거야 전화기 충전은 잘 하면서내 삶은 충전하지 못하고 사네 마음에 여백이 없어서 인생을 쫓기듯 그렸네 마지막 남은 나의 인생은 아름답게 피우리라’
결국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아등바등 악착스럽게 뛰느라 주변 사람들은 물론 자신의 삶조차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마음의 평온은커녕 허겁지겁 극히 이기적인 삶을 꾸려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나 마음에 여백이 있는 사람들은 이타심을 가지고 이웃을 돌아보고 남을 위해 무언가 도움을 주면서 행복을 느끼고 산다.
아! 모든 사람들이 과거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고 현재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며 마음속에 여백을 만들면 참 좋겠다.
그 여백에 남은 삶의 참다운 설계도를 그려놓고 실행을 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 될까?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