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인 국민농업전남 포럼 상임대표

며칠 전인 10월 25일과 10월 30일, 5일 간격으로 연이어 나주에서 열리는 학술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25일은 ‘군민의 날’ 행사와 아울러 요즘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짜한 여가수가 온다는 국화축제 개막식이 있는 날이었음에도 행사장만 잠깐 들렀다가 서둘러서 나주시민회관에서 열리는 ‘한말 나주의 병 학술심포지엄’을 찾아갔었다.

그리고 30일에는 ‘나주 나빌레라 문화센터’ 소극장에서 열리는 ‘나주 동학혁명 한. 일 국제 학술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또다시 나주에 갔던 것이다.

물론 두 행사가 모두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동학혁명과 의병을 주제로 열리는 행사였기 때문이지만, 우리 지역에서는 일 년에 한두 번 보기도 어려운 역사에 관한 학술행사를 어떤 연유로 5일 간격으로 연달아 여는지 우선 궁금해서였다.

그리고 지역과 관련된 역사적인 사실들을 어떻게 찾아서 조명하고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는지를 보고 듣고 싶어서였다.

한말 나주 의병과 관련된 25일 행사는 나주시민회관에서 열리고 있었는데 나주시가 주최하고 나주문화원이 주관해서 치러지고 있었다.

여기에서는 향리들을 기반으로 한 나주 의병의 연원과 아울러, 한말과 을사늑약 이후를 나누어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는 나주 의병의 주도계층과 활동 등에 대해 관련 학계의 중진 학자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고 참가자들의 의견 개진도 있었다.

역시, 나주시가 주최하고 나주시와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 연구원이 공동 주관하여 열린 30일의 동학 관련 행사도 나주와 관련된 동학 농민군의 활동과 역사적 의미에 대한 국내 학자들과 일본학자들이 참여한 실로 진지하고도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장소도 과거의 잠사 공장 건물을 문화센터로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나주 출신 작가의 미술작품 전시회도 열리고 있어서 독특하고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구 나주읍과 영산포 일대에는 금성관과 목사내야를 비롯한 전통건축물들은 물론, 개화기 이후 근대 건축물들과 일본식 건물들도 여기저기 많이 보존되고 있어서 앞으로 도시의 역사성을 살리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좋은 거리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이미 없어졌던 나주읍성의 4대문을 복원해 냈고, 조만간 성벽의 일부도 복원할 것이며, 성내에 전주처럼 한옥촌을 조성하기 위해 주택 신축비용 일부도 나주시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는 말에는 구도심까지 고층 아파트만 들어서고 있는 화순읍과 비교가 되어 부럽기까지 하였다.

10월 11일부터 3일간 거의 20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찾았다는 ‘제5회 마한문화축제’까지 열렸던 것을 생각해보면, “마한의 적통은 나주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낸 시장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나주시는 이른바 ‘천 년 목사고을’의 역사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이를 지역 활성화의 계기로 삼아 가는 도시라 여겨졌다.

사실, 역사, 문화, 휴양자원으로 보면 우리 화순군도 인근 나주시를 포함한 전국의 어떤 지역에도 지지 않을 만큼 많은 거리와 자산들을 가지고 있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 군과 천불천탑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운주사, 조광조 선생과 정약용 선생, 김삿갓의 유적들, 능주를 중심으로 여기저기 분포되어 있는 삼한시대의 고분들, 전국에서 가장 많다는 전통정자들과 세 곳의 향교, 진각국사, 양팽손, 최경회, 양회일, 송홍, 박현채, 이한열, 정율성 등 수많은 충신열사들과 독립지사 및 민주열사들, 화순이 배출한 수많은 소리꾼들과 예술인들, 두 군데의 온천과 네 곳의 자연휴양림, 두 곳의 천연기념물과 전국에서 가장 많은 노거수와 아름다운 마을숲들, 한천농악 등 무형문화유산들 등, 그야말로 넘치도록 많은 자산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거리들과 역사적 현장들을 잘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한 우리의 준비와 노력은 어떻든 아직 부족하고 부실한 것이 사실이다.

화순읍 구시가지에는 전통건축물이든, 근대건축물이든, 도시의 역사를 증거할 것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고, 오히려 ‘박현경 가옥’처럼 최근에도 계속 없어지고 있는 가운데, 도시의 경관이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고층 아파트들만 계속 들어서고 있다.

‘도시디자인’ 개념은 아예 없는 듯하다.

진각국사의 탄생설화가 전해지는 자치샘은 교통 방해물처럼 도로 중간에 방치되고 있으며, ‘고인돌의 고장’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여기저기 공사판에서는 중장비의 삽날에 의해 고인돌이며 입석들이 속절없이 사라지고 있다.

충신열사들과 독립지사들을 기리고 현창하기 위한 노력은 아직도 더디고, 전통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지자체의 지원과 노력은 여전히 소극적이고 형식적이기만 하다.

엄청난 예산을 들인 국화축제가 화려한 볼거리는 있으되 어쩐지 뭔가 알맹이가 빠져 부실한 것처럼 느껴진다는 이들의 지적은 그래서 사뭇 의미심장하다.

우리 축제에도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입히고 결합시키려는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조금 더 열심히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많은 돈을 들여 거대 이벤트를 만들거나, 정말 잘 나간다는 연예인을 데려와 일시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도록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역과 도시의 품격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경쟁력을 높여내는 것은 지역의 역사요, 문화라는 사실을 지도자들은 물론, 군민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