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호 변호사

조국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당시로 시계를 돌려보자. 검찰은 청문회 당일 저녁 늦게 조국의 부인 정경심 씨를 사문서 위조 등으로 기소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피의자 정경심에 대한 소환 조사 없이 관련 증거만으로 불구속 기소를 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위조된’ 표창장의 일자대로 하면 하루만 지나도 공소시효가 완성된다는 논리다.

범죄 성립 여부는 둘째 치고 표창장 위조가 도대체 얼마나 중대한 범죄이고 그에 대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에 대한 입장은 다를 수 있다. 다만 표창장의 작성 일자로 보면 마침 인사청문회 당일이 공소시효 마지막 날이라는 너무나도 우연한 사정이 있었고, 그 날짜가 지나면 정경심에 대한 기소 자체가 어렵다는 논리로 검찰은 피의자 소환 조사도 없이 승부수를 던졌다. 그 이면에는 어떻게든지 조국 후보자를 사퇴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검찰 개혁을 막아보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일 것이다.

이는 사문서 위조죄 이외에도 위조사문서 행사 죄라는 것이 있고, 실제 범행 일자가 공소시효 기산점이 되고 위조사문서 행사 죄는 위조한 문서를 외부에 ‘행사’하는 경우에 범죄가 성립하므로, 수사를 보다 충실히 해서 범죄가 인정되다 치면 ‘위조사문서 행사죄’로 얼마든지 형사처분이 가능하고, 그러할 경우 사실상 ‘문서위조 행위’까지 고려하여 법원에서 최종 선고형을 결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굳이 피의자에 대한 소환 조사도 없이 서둘러 위 청문회 당일 자정을 넘기기 전에 전격적으로 기소를 하는 것이 합당한지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검찰의 숨은 의도를 생각해 볼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조국 일가의 범죄 성립 여부라는 관심사에 전 국민을 가두어 놓음으로써, 훨씬 중요한 검찰 개혁은 뒷전으로 밀어버리려는 의도인데 유감스럽게도 얼마 전까지는 그러한 검찰의 의도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조국’이 아니다, ‘검찰 개혁’이다. 조국 또는 그 가족들이 형사상 기소가 되느냐 아니냐라는 문제는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변수에 불과하지 본질적인 요소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 및 가족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가 모든 언론 보도의 주된 내용으로 덮여버린 상태다. 검찰이 조국 가족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소환 조사 및 압수수색 절차를 진행하고, 기소하고, 보수 세력 및 언론이 이를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결국 ‘조국 유·무죄’ 프레임에 ‘검찰 개혁’프레임이 갇혀버린 것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문제는 검찰 개혁이다. 일련의 진행 과정을 보면 검찰 등 기득권자들은 검찰개혁, 구체적으로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 문제 두 가지로 대별되어 그 내용과 관련하여 전 국민적인 관심과 집중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검찰개혁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것이 아니고, ‘조국 일가’에 대한 혐의 유무로 진영 간 대립을 격화시키고 결국 검찰 개혁을 좌초시키는 것이었으리라.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노무현의 죽음’을 보면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절절히 느꼈을 것이고, 검찰 권력이 대한민국 권력 서열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근본적으로 개혁시키는데 일관되게 추진할 인물로 ‘조국’을 눈여겨봤을 것이다. 더더군다나 2017. 5. 10. 촛불 혁명으로 대통령에 취임한 이래 벌써 반환점에 다다른 임기임을 감안하면 이번에 다른 후보를 찾는다는 것은 잔여 임기 동안 검찰 개혁의 골든타임을 넘겨버릴 것이 뻔하다는 등의 판단이 섰기 때문에 조국 임명을 강행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조국 임명으로 ‘검찰 개혁 정국’이 아닌 ‘조국 유·무죄’ 이슈가 너무 크게 부각되는 바람에, 검찰 개혁이 자꾸 늦추어지고 꼬여버린 점이다. 검찰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가 사실상 주도하고 조국은 이를 실행할 수단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문제와 검찰개혁 두 가지만 잘 해결해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그동안 이를 실현한 대통령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의 수단으로 ‘조국 법무장관’이 임명된 것에 불과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국민의지인데 그것이 ‘검찰개혁 촛불집회’로 발현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개혁의 동력을 이어가는 매개로써 역할을 하고 있어 다행이다. 일련의 촛불집회의 성과는 검찰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개혁안을 만들고 있다는 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검찰의 자체 개혁안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다면 언제든지 환영해야 한다. 그다음 수순으로 국회를 압박하여 법제화시키는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의 특수부 폐지안도 국민의 압박에 따른 결과물일 것이다.

필자로서는 여전히 조국 유무죄에 대하여 진영 간 갑론을박을 하는데 대하여 대단히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촛불집회에 따른 입장 표명을 보자.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 주기 바란다”, “사실관계 규명이나 조국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는 여부는 검찰의 수사 등 사법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 “검찰이 해야 할 일은 검찰에 맡기고 국정은 국정대로 정상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함께 모아주기 바란다.” 조국 수사는 검찰의 역할이고 검찰 개혁은 국정 운영의 핵심 의제로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조국 및 일가의 범죄 성립 여부는 그야말로 검찰 수사 및 법원의 판단에 맡겨질 부분이고 보다 핵심은 그와 별도로 청와대의 주도 아래 검찰이나 법무부에서 파격적인 검찰 개혁안을 만들어 이를 국회를 통해 법제화하는 것이다.

‘조국 프레임’에 깊이 빠지면 조국 장관이 기소될 경우 검찰 개혁은 급격히 동력을 잃게 된다. 그런 면에서 ‘조국 프레임’에 빠져 검찰개혁을 지지하면서도 조국을 대통령 후보로까지 격상시키는 입장에 대하여는 너무나도 불편하다. 검찰 개혁 과정에서 설사 조국이 낙마하더라도 개혁 자체를 늦추거나 중단할 수 없도록 견인하는 것이 국민의 역할이다. 극단적으로 조국이 낙마하면 신속하게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면 된다. 누차 말하지만 ‘조국’ = ‘검찰 개혁’이 아니라 조국은 검찰개혁을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은 해방 이후 경찰 권력에서 안기부 권력으로, 그리고 검찰 권력으로 주도권이 바뀌어 왔다. 이제는 진정한 의미의 국민주권이 실현되어야 하고 권력 간 대등한 분점을 통한 상호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민주국가로 가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