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인 국민농업전남 포럼 상임대표

최근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를 둘러싼 논쟁으로 나라 안이 사뭇 시끄럽다. 교육 기회균등의 문제랄지, 당초 설립 목적을 벗어나 버젓이 입시사관학교 노릇을 하고 있는 자립형사립고를 궁극적으로는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꽤 강한 느낌이다.

거기에다 무슨 단체들과 학부모들이 나서고 덩달아 학교들까지 들썩이는 것이 꽤 큰 이슈인 것은 분명하지만, 시골에서 살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들이야 그저 ‘강 건너 불구경’이고, 또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심사가 씁쓸하다 못해 은근히 부아가 치미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에 우리 면 초등학교 전교생과 병설유치원 전체 어린이가 내가 사는 마을로 체험학습을 왔었다. 그런데 그 수가 무려(?) 초등학교 24명에 유치원이 3명으로 27명이나(?) 되었다. 명색이 개교한 지가 100년이 다 되어가는 학교다. 60~70년대만 하더라도 1,000여 명이 훨씬 넘는 아이들이 교실이 부족하여 오전 반, 오후 반을 나누어 2부제 수업까지 했던 학교인데 이제 거의 학교 문을 닫을 지경이 된 것이다.

한마디로 같은 나라 안에서 도시에서는 교육의 질은 놓고 싸우는데 시골에서는 학교가 없어질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한쪽을 데어 죽고 한쪽은 얼어 죽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박정희 정부 이후 공업화 위주의 성장정책 속에서 극단적인 수도권 집중이 이루어져온 것이 사실이고, 그래서 이제는 국가의 경쟁력 자체에 문제가 될 만큼의 심각한 상황이 되었고 교육부문도 여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특히 90년대 이후 지방자치가 실시되어󰡐분권이네, 자치네󰡑하는 속에서도 유독 교육부문 만큼은 수도권 내지는 대도시 집중이 더욱 강화되어온 것이 사실이고, 군 단위 이하의 지역에서도 군청 소재지 중심으로 극단적인 집중이 이루어져 왔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 화순군만 하더라도 지금은 급격한 아이들 수의 감소로 사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한 때 택지개발 등으로 화순읍 인구가 늘면서 학생 수가 넘쳐나고 그래서 신설학교가 몇 개씩 생기기도 했었다. 형편이 많이 어려워진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읍에서 가장 작은 학교가 아직 전교생이 수백 명은 되는 수준으로 그래도 학교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반해 면 단위 학교들은 학생 수가 100명이 넘는 학교가 없어진 지는 오래고 시설원예 등이 많아 그래도 젊은이들이 조금 있는 도곡면을 제외하고는 딱 한 곳씩 남은 초등학교들마저 겨우 20~30명 정도로 모두 폐교 직전에 가 있어 한마디로 정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형편이다.

게다가 조금 형편이 나은 학부모들은 위장전입 등을 통해 아이들을 읍이나 광주로 빼내는 것이 거의 일반화되어 있고, 이러함에도 ‘아이들 잘 키워 보겠다는데’ 하면서 그 정도의 탈법은 적당히 용인되는 분위기이다.

때문에 면 지역에는 그럴 형편도 못 되는 조손가정, 편부모 가정,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속에서 그나마 수가 계속 줄어드니 폐교나 통합이 능사로 이야기되는 형편이다. 이러한데 한쪽에서는 자립형사립고 문제로 대판거리로 싸움이 벌어지고 있으니 이를 보는 농촌주민들의 심사가 편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육을 일러서 백년대계라고 하는 것이 비단 국가 차원에서만 의미 있는 이야기이고 속된 말로 ‘제가 못나서’ 시골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우리도 안다. 지역교육의 경쟁력 약화가 지역공동체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것도 안다. 지자체도 이런 사정을 아는지라 최근 들어 지역교육에 투자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그 돈들이 대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좀처럼 사정이 나아지고 있지 않아 걱정이다.

혹여 예산은 투자한다면서도 기초자치단체의 사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역교육에 대한 중장기적인 계획 하나 가지고 있지 않고, 주로 학생 수가 많은 읍에 있는 학교들에만 지원이 강화되고 면지역의 소규모 학교들의 낙후된 교육 환경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이러한 모든 것들이 결국 다 듣기 좋은 이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 발전의 장기적인 전망과 비전 속에서 지역 교육에서 구조화 되어온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군 주도하에 교육지원청과 학부모단체 등 책임 있는 당국과 당사자들이 나서서 지금부터라도 정말로 정신 차리고 노력을 해 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지역교육의 질을 높이고 지역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도를 찾고 진지하게 노력을 해 나간다면 지역 내의 균형 발전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화순교육의 경쟁력이 진정으로 높아지고 화순군 전체의 밝은 미래도 약속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의 경쟁력은 지역교육의 경쟁력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