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주 화순문의원 원장

우주를 우리 눈앞에서 펼쳐보는 시대가 문을 연 지도 한참 된 듯하다. 각 나라들마다 경쟁적으로 달과 화성에 탐사뿐만 아니라 멀리 목성, 토성, 명왕성에까지 탐사선을 보내는가 하면 대기권 밖에 우주허블 망원경, 케플러 망원경 등으로 이제는 더 멀리 지구 외 행성관측과 우주지도까지 완성하고 이미 새로운 우주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제야 우주로켓엔진 개발에 성공을 하였으니까 늦어도 한참을 늦은 셈이다.

진작 화순에도 천문대의 유치 필요성을 느껴왔지만 내 자신이 천문학자나 전문기술자도 아니고 단순한 아마추어 천문활동가였기에 망설이다가 조금이라도 뭔가 도움이 될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언뜻 들어서 이 글을 쓰게 된 동기가 되었다. 내 자신이 처음 아마추어 천문활동을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었고 너무도 열악한 조건에서 시작을 했기에 <지구과학> 교과서부터 보며 시작했다.

당시에 재일교포 출신의 고(故)김한철 선생과 교류를 하면서 일본잡지 (월간천문)를 제공받아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여 망원경도 구입을 하였다. 고(故)김한철 선생은 전북 부안 출생으로 일본에서 30여년간 살다가 한국으로 귀화 하였으며 특히 망원렌즈 가공 기술이 뛰어나서 <과학동화>에 <별지기 할아버지>로 소개되기도 했었다.

덕분에 나도 국내에서 개최되는 별동아리 모임에 참석도 열심히 했었고 <재미있는 별자리여행>의 저자인 이태형 박사(현, 충남대 천문학교수)와 전북 격포에서 금구원 조각공원을 운영하면서 국내 최초의 개인천문대를 설치한(1991년) 김오성 화백 등과 함께 일본 망원경 제조회사인 교에이(協營)회사를 방문하고 니이카다현에서 매년 개최되는 별잔치(starparty)에도 참석을 하였다. 일본의 광학렌즈기술은 세계적 수준이었고 우리나라 별잔치(starparty)처럼 별 관측과 단순 설명에 그치지 않고 아마추어 활동가들이 손수 제작해 가지고 온 망원렌즈를 여러 전문가들이 직접 확대경으로 세심하게 검사를 한 뒤에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서 개선을 하게끔 지도하고 훈련을 시킴으로써 더욱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너무도 부러웠었다.

그때 당시만 해도 광주와 전남지방에는 천문대 하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천문 동아리 모임 하나 없을 정도로 열악했었다. 최근 들어서 “왜 화순에만 천문대가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다른 군(郡)에서는 각 대학들과 결연도 하여 천문대와 천문투영돔(플라레타리움)을 운영하고 있는데 반해서 화순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 속에서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예전에 운주사 부근에서 남도천문학회 회원들과 함께 별 관측과 천체사진촬영 모임을 가졌던 기억이 되살아났고 화순에도 천문대 설치 방안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으로 천문대에 관한 내용을 소개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천문대라고 하면 천문관측 장비를 이용하여 별의 움직임과 위치와 변화 등을 관측하기 위한 규모가 작은 시설로서 대체로 망원경과 관측돔(DOM)을 포함해서 말한다. 또 현대에 와서는 천문학자, 천문기술자, 천체관측장비가 구비되어 조직적이며 상시적인 관측연구를 하는 시설을 천문대라고 하고 있다.

천문대의 종류에는 ①국가적인 소임이 있는 국립중앙천문대 ②대학천문대 ③개인이나 재단에서 설립한 사설천문대의 3종류가 있다. 관측수단에 따라서 대규모 시설을 갖춘 천문대는 ①광학천문대(가시광선을 방출하는 천체를 스펙트럼으로 관측함) ②전파천문대(접시 같은 수신판으로 전파를 내보내는 천체의 상태를 파악함) ③공간천문대 (우주공간에 쏘아올린 인공위성에 탑재된 망원경으로 관측활동을 함)등이 있다.

현재 전남에는 7~8곳의 천문대가 세워져 있는데, ①순천만 습지 천문대 ②곡성 섬진강 천문대 ③광양 백운산의 해달별 천문대 ④고흥 덕흥 천문대 ⑤장성 별내리 천문대 ⑥보성천문과학관 ⑦정남진 천문대(억불산 272M) 등이 있다. 광주근교의 성암 야영장에도 천문대가 진작 설립되어 있는데 반해서 유독 화순에 천문대가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그 필요성을 느낀다.

천문대를 세우려면 몇 가지 고려해야할 설립요건이 필요하다. 그 조건은 먼저 ①고도가 높은 곳에 지어야 한다. (높은 곳이 대기의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이다.) ②도시에서 먼 곳이어야 한다. (네온 싸인, 상가불빛의 광해는 천체관측에 치명적이고 미세먼지가 대기상태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③주변에 호수, 강과 바다가 없는 곳이 좋다.(수증기가 많고 안개가 자주 끼기 때문이다.) ④연간 강수량이 적은 곳이어야 한다. ⑤높은 지대에 도로와 넓은 평지공간이 필요하다. (관광객 주차와 천문장비의 운반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들 이외에도 되도록이면 남쪽에 천문대가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고 주변지형이 분지가 아닌 곳이어야 한다. 분지는 강수량이 많고 습도가 높으며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낮은 고도에서 천체관측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화순은 광주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관광객을 유치하기 쉽고 민박을 하지 않고도 당일치기로 천체관측 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다. 더욱이 사설천문대는 입장료와 숙박문제, 관측 장비의 부족뿐 아니라 궂은 날씨에도 관광객을 모집하여 부작용을 낳고 있기도 하지만, 화순은 팬션과 천문대를 함께 운용할 수 있는 훨씬 유리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동복댐, 주암댐, 다도댐 등의 안개와 습기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전문적인 지형조사와 기상여건, 교통문제 등 다양한 내용들을 조사 평가 하고 천문대의 위치, 시설규모, 전문인력 확보 등을 검토하여 어려운 문제점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09년 6월에 시작한 <나로우주센터>도 이제는 세계 13번째의 우주발사체 기지로 탄생하였으니 화순에도 멋진 천문대와 관측시설을 갖춰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시작이 절반> 이라는 생각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 후대에게 좋은 천문대 시설과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워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나아가서는 많은 천문가와 아마추어 천문활동가들이 배출됐으면 좋겠고 특히 지역주민들의 협조와 군(郡)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요구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