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진 전남여류문학회장

푸른 하늘 꿈꿉니다./ 파란바다 꿈꿉니다./ 맑은 샘물 마시며/ 푸른 꿈을 안고서/ 깨끗한 곳에서/ 살고 싶어요.// 우리들은 달립니다./ 자전거도 달립니다./ 맑은 공기 마시며/ 바람소리 들으며/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어요.// 종이연을 날립니다. 종이배도 띄웁니다./ 푸른 마음 띄우며/ 휘파람을 불면서/ 아름다운 곳에서/ 살고 싶어요.// 우리 함께 손잡고/ 우리 함께 노래해요/ 기쁜 노래 부르며/ 메아리도 들으며/ 평화로운 곳에서/ 살고 싶어요.

이 동요는 반예문 신부의 ‘내가 살고 싶은 곳’이란 제목으로 1980년대에 많은 사람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다. 반예문 신부는 1927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1954년 6월 사제로 서품된 후 첫 임지로 한국 선교를 자원하여 1955년 서울에 도착했다. 그는 1989년 베트남 보트피플을 돌보기 위해 홍콩으로 떠날 때까지 34년간 한국에서 봉사하면서 한국을 너무 사랑하고 아름다운 자연이 좋아서 이곳이야말로 ‘내가 살고 싶은 곳’이라고 노래하며 한국의 정서에 푹 빠져 지낸 분이다.

이 노래를 떠올리면 한가롭고 아름다운 들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그림이 그려진다. 저녁놀을 바라보며 자연을 마주하는 평화로운 모습이 연상된다. 미세먼지와 황사현상이 부각되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을 대표하는 수식어로 푸른 하늘, 파란바다, 평화로운 들판, 맑은 공기, 바람소리, 조용한 시골, 메아리 등을 이야기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아름다운 자연이 우리의 하늘이었고 산이었고 바다였고 들녘이었기에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 살든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행복했던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자연도 많이 변했다. 평범하게 누렸던 30~40년 전과는 다르다. 기후의 변화와 산업화의 영향, 자연에 대한 보호, 관심 등의 부족으로 특별히 ‘내가 살고 싶은 곳’을 찾아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생명에 대한 애착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식이 커지면서 삶의 위상을 높이는 조건의 우선순위로 자연의 소중함에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내가 살고 싶은 곳’으로는 교통이 편리하고 공공서비스나 편의성, 유해시설이 없는 청결하고 아늑한 어울림이 있는 마을, 의료기관, 문화, 스포츠시설, 맑은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르는 곳 등을 꼽는다. 여기에 풍성함을 드리운 들녘이 있고, 봄에는 연둣빛 새순들이 돋아나며 아름다운 꽃들이 재각각의 색깔로 피어나는 곳, 산새들의 노래 소리와 우거진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주고, 작은 텃밭이나 가까이에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숲이 있어 상큼한 바람을 마시면서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일터나 자녀교육, 혈연, 인과관계 등으로 혼잡한 대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은 언젠가 여건이 되면 자기만의 평화로운 세상으로 떠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꿈꾸며 살아간다.

이런 조건을 놓고 보면 화순만큼 적합한 곳도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은 언젠가 훗날 살고 싶은 곳으로 향수처럼 품고 있는 고향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교통, 문화, 의료, 타 지역 간의 접근성 등은 일상의 편리함에서 가장 중시되는 필수여건이므로 자기가 태어났거나 현재 살고 있는 곳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여건과 부합된 전원도시를 꿈꾼다.

우리 고장 화순의 호수가 있는 산책로, 안양산휴양림, 한천, 백아산의 자연휴양림, 운주사 천불산자락은 대외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꽃으로 수놓은 봄의 언덕, 만연산 계곡 따라 물 위를 스쳐 불어오는 달달한 바람, 철쭉으로 물든 산책길, 수만리 꽃길, 작은 숲을 따라 솔잎 향기 맡으며 걷는 둘레길, 뚝뚝 떨어져 내리듯 가까이 다가온 여름 밤 별빛, 우거진 숲 그늘, 단풍잎이 쌓여 낭만을 불러일으킨 낙엽길, 피톤치드가 풍겨 나온 숲길, 이런 모두는 지친 일상으로 부터 벗어나 삶을 여유롭게 해주며 영혼을 맑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대도시와 인접해 있고 대학병원이 있으며, 최상의 자연조건이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가 살고 싶은 곳’으로 꼽는다.

‘야산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특별히 봄의 동산은 마치 청춘으로 돌아간 듯 내게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고 말한 소강석의 글귀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리 화순은 많은 사람들이 오래오래 ‘내가 살고 싶은 곳’으로 지칭할 삶터다.

1977년 이래 화순에 정착한 지 40여년이 되었지만 해가 갈수록 애착이 가는 곳이다. 아름다운 전원도시 우리 화순이 자연환경, 생활여건뿐만 아니라 상식이 통하는 시민의식에서도 앞서가는 곳으로 더욱 발전하여 변함없이 선호대상 으뜸지역으로 거듭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