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곤 순천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지난 4월 27일 이른 새벽 통일 트랙터 방문단의 일원으로 판문점을 향해 출발했다. 판문점을 가기 위해서는 임진각을 경유하여야 하는데, 임진각은 민간인이 아무런 통제 없이 자유스럽게 방문할 수 있는 최북단이다. 판문점은 해방 후 한반도 분단이 논의된 곳이고, 최근에는 남북 정상이 만나 남북 통일을 논의한 역사적 장소이다. 대학을 다닐 때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가끔 방문했던 임진각에 대한 추억도 되새기며, 판문점을 방문한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통일 트랙터 방문단은 농민회 주관으로 전국적인 후원금과 헌금으로 구입한 트랙터를 북한 농민에게 전달해 주기 위해 구성된 방문단이다. 북한 농민을 돕는다는 농민회의 취지에 동감하고 적은 금액이나마 트랙터 구입에 헌금한 나로서는 한편으로는 가벼운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통일로를 경유하여 판문점을 향하는 길에 파주 휴게소에 들렸더니 전국에서 온 통일 트랙터 방문단 차량이 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임진각이 가까워지자 경찰의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농민회에서 전국적으로 구입한 28대의 트랙터가 어젯밤 도착하여 임진각 옆 통일대교에서 월경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통일 트랙터가 북한 농민을 향해 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 통일대교라는 사실을 알고 실망감에 버스에서 내려야만 했다. 미국이 허락하지 않아 통일 트랙터가 더 이상 달릴 수 없다는 것이다. 통일대교는 농민회 깃발이 펄럭이는 미국 성토장으로 변했다.

UN은 북한 제제의 일환으로 북한으로의 원유 유입을 금지하고 있는데, 통일 트렉터 연료 탱크의 디젤유를 모두 제거하고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트렉터는 보낼 수 있으나 디젤유는 보낼 수 없다는 관계자의 황당한 설명이 이어졌다. 세상에 이 보다 더한 비논리적인 사고가 또 있을 가 싶다. 북한 제제라는 국제 정치의 명분이 북한 농민을 돕겠다는 국민적 대의에 앞서고 있다는 현실에 비통함을 느끼는 순간 이였다. “우리의 일은 우리가 결정한다”는 방문단 관계자의 흥분된 목소리가 임진강 물결을 따라 울려 퍼진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마음 한 구석에 응어리져 있는 통일에 대한 염원을 그려본다. 임진각에 멈춰선 기차에 “기차는 달리고 싶다”는 표지판과 함께, 통일대교 앞에 멈춰선 통일 트렉터에 “트랙터는 달리고 싶다”는 마음을 세기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