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주의원 원장

옛 중국에 동진이라는 나라에 [갈홍]이라는 학자가 쓴 포박자(泡朴子)라는 책이 있다. 우주의 본체를 도(道)로 보고 도를 닦으면 장수를 누릴 수 있고 신선이 되려면 선(善)을 쌓고 행실을 바로 하라는 내용인데 사람의 죄를 무거움과 가벼움으로 숫자계산을 해서 숫자가 줄어들면 걱정이 많아지고 가난과 병이 들게 돼서 숫자가 다 빠지게 되면 죽게 된다고 한다.

불로장생의 비법인 이 책은 사람이 살면서 생전에 좋은 일을 많이 하면 죽어서도 복을 받는다는 내용으로 권선징악과 인과응보라는 낱말과도 일맥상통 하는 것 같다. 우리가 착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하면 복이 찾아온다는 당연한 진리이고 보면 어찌된 일인지 염라대왕의 일손이 요즘에 들어서 더욱 바빠졌다고 한다. 착한사람보다도 나쁜 일을 하고 들어온 죄인들이 더 많아져서 사후에 지하심판을 하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데... 국민들을 편하게 해주라고 뽑은 정치인들이 국민보다도 자신을, 국가보다는 자기 가족과 집안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그런 정치행태를 보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

오늘은 수년전에 한 재담 있는 지인이 하던 우스개 이야기가 있어서 그의 재담을 소개해 본다.

이 이야기의 내용은 한 남자가 강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것을 염라대왕이 보니 그의 얼굴이 유별나게 검었다. 염라대왕은 포졸을 시켜서 <이성>이라는 샴푸로 머리를 감게 하고 <양심>이라는 비누질을 시킨 다음에 <양식>이라는 물로 때를 씻도록 하였다.
아무리 씻겨도 얼굴의 때가 지워지질 않아서 누구인가를 알아볼 수가 없었고 염라대왕이 하는 수 없이 “너는 누구냐?”라고 묻자 “저는 대한민국의 정치인입니다.”라고 그 사람은 태연스레 대답을 했다. 너무나도 의기양양한 그의 태도에 놀라 대왕은 또 물었다. “그런데 너는 왜 이다지도 더러운가?” 그러자 그는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이렇게 대답을 했다. “우리나라는 하루만 살아도 누구나 얼굴이 검게 되기 마련이랍니다. 그렇잖으면 단 하루를 살기도 어려워지고 또 검어질수록 잘 살게 된답니다.”라고 답변을 해서 염라대왕도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이 보고를 받은 옥황상제께서 놀라 천사들을 불러서 진상조사를 시켰더니 천사들이 지상에 내려갔다가 올라와서 울먹이면서 들어왔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너무나도 나라가 구석구석 썩어있어서 악취가 진동을 하여 도저히 접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대답을 하였다고 한다.

비록 지어낸 이야기겠지만 너무나도 우리 현실에 와 닿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정치, 교육, 사회와 문화예술에 걸쳐서 한 가지라도 똑바로 되어야 나라가 설 텐데... 나라를 다스리는 자(者)는 먼저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봐야 그 이치를 알게 되고 이치를 안 후에야 마음이 바르게 된다고 했다.

자신의 몸도 더러운데 무슨 나라가 바르게 되겠는가 말이다. 몸과 마음이 더러워진 사회... 그렇기 때문에 몸을 씻어도 씻어도 검고 더러워서 하천도 오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전율마저 느껴진다.

염라대왕 앞에 가면 보여준다는 업경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있다면 과연 깨끗하고 죄 없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간음을 한 여자에게 돌팔매질을 하던 사람들에게 예수님이 “너희들 중 죄가 없는 사람만 저 여자에게 돌팔매질을 하라.”라고 말을 했더니 사람들이 한두 명씩 모두 그 자리를 떠났다는 성경 이야기가 있다.

요즘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말싸움, 몸싸움, 거친 손가락질을 TV에서 보면 ‘과연 자신의 잘못이 없다고 말을 할 수 있는 정치인이 몇이나 될까?’ 하고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죄를 짓는 것을 <원죄>라고 하고 에덴동산에서 사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에게 그 짐을 떠넘기고 있다(?)고 생각이 들 때면 우리도 그 때문에 힘들게 노동하고 고뇌하고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본성이 타락하면 반성과 죄의식도 사라지기 마련이고 우리 사회에서 횡횡하는 나쁜 정치바람 때문에 우리 국민성마저도 낮춰질까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불필요한 말과 행동으로 떠들고 있는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염라대왕 앞에 서면 검은 얼굴을 쓴 <야누스>나 속임수의 천재들일지 모른다.

포박자(泡朴子) 책의 내용 속에서 나오는 도(道)를 닦고 선(善)을 행하여 죄의 숫자를 계속 줄이도록 유지 노력한다면 정치나 국민들의 수명도 장수할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원죄는 벗을 수 없을지언정 더러운 얼굴로 살고 싶지 않고 염라대왕이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은 되기 싫다. 내가 깨끗해야 사회가 깨끗한 기운이 넘치고 나라가 바로 가려면 내가 깨끗함이 첫째이다. 씻어도 씻어도 검은 얼굴에는 침을 뱉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