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호 광주지방변호사회 양성평등위원장

요 며칠전 인터넷 검색어 1위에 낯익은 이름이 보였다. 오00 변호사. 대학 동기와 이름이 같아서 동명이인인 줄 알았더니 동일인이다. 무슨 내용인가 보았더니 요즘 핫 이슈 중 하나인 헌법재판관 후보자 이미선의 남편으로 재산 대부분을 주식으로 소유하고 있는 부분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논란의 주된 내용은 ① 재산이 42억 원으로 많다, ② 그 중 주식에 투자한 돈이 35억 원으로 80%대에 이른다, ③ 남편이 주식을 보유한 회사의 재판에 관여하였으므로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주식투자를 한 것이 아니냐는 부분 등이다.

이에 대하여 제1야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 투자로 불법적으로 재산을 축정한 것이다, 판사가 재판 업무를 하면서 주식투자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식의 부적격 의견을 내고 있고, 여당은 지방대 출신의 여성 법조인으로 소수자나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담아내는데 적격자라는 찬성 의견을 내고 있다.

서두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필자는 남편과 대학 동기동창이기는 하지만 대학 졸업 후 연락을 한 적이 없고, 이번에 인터넷에 이슈로 떠오르면서 새삼 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므로 특별한 사적 인연을 기반으로 한 편견은 없음을 미리 말해둔다.

이번 논란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대한민국에서 나에게는 꿈 같은 돈이지만 40억대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위 돈을 어떻게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부동산? 아마 부동산으로 40억대를 가지고 있으면 그 자체 국민들은 개발 정보를 이용하여 부동산 투기를 해서 부를 축적했다고 생각하고 부적합하다고 의견을 개진할 가능성이 크다. 주식투자? 이번 논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주식으로 대부분의 재산을 가지고 있어도 역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여론몰이의 대상이 되기 쉽다. 아니면 우리나라 혹은 미국 국채 투자? 아마 미국 국채에 많은 돈을 투자하면 애국심이라는 덫에 걸려 역시 부적격자로 판단될 것이다. 결국 아무리 생각해봐도 ‘국민 눈높이’를 피하는 방법은 애초 그렇게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 아니면 연 1% 안팎의 이자를 기대하면서 예금해 놓는 것밖에 없을 테다. 과연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바람직한 재산 관리 기법인가?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은 또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대한민국은 해방, 한국전쟁,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최근에는 민주화의 달콤한 열매를 향유해 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 대부분의 재산가들은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방법으로 부를 축적해 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재산이 많다는 것 자체만으로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부동산으로 다수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 투기세력으로 몰아가고, 주식으로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 작전 주나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불법적으로 투자하여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단정 짓기 일쑤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러한 선입견이나 막연한 추측에 기초한 비판은 극복해야 할 시기다. 부부 간에는 명의신탁이 합법이다. 변호사인 남편이 부인 명의의 통장으로 주식 거래를 했다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가능하다. 아울러 변호사인 남편은 2010년경 판사를 그만두고 국내 유수의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현재도 연봉이 5억 안팎이라고 한다. 맞벌이 부부로 부인은 현직 판사, 남편은 잘 나가는 변호사, 현재 재산 40억 원대, 그 자체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부러움을 넘어 돈이 많으니 뭔가 부적절한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했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헌법재판관 후보로서 자격도 없다고 속단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물론 내부거래를 이용한 불법적인 주식 투자가 맞다면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으면 될 것이고, 부동산 자산가가 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형질 변경을 하거나, 농지 취득, 자녀 교육을 위해 위장 전입을 하면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처벌받으면 된다. 이제는 민주화가 정착되어가는 단계이다. 합법적인 틀 안에서 재산을 축적한 사람에 대하여,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이 얼마나 근면하고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는지를 존중해 주는 문화가 일반화되어야 할 때이다.

지난 30여년간 헌법재판소 여성재판관의 숫자는 단 4명(8%)에 불과하고 지방대 출신 역시 4명이었으며, 대부분(36명, 72%)이 서울대이면서 50대 이상의 남성으로 구성되어 왔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얼마나 제한된 시각의 한계 내에서 운용되어 왔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미선 후보자는 여성이고, 40대로서 젊으며, 지방대학인 부산대학교 출신이고 사법연수원 26기로 기존 재판관들보다 훨씬 낮은 기수이다. 아울러 후보자는 이례적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5년간 해오면서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보장을 위하여 노력해 왔고 법원 안팎에서 실력과 인품을 함께 갖춘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고 한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이제는 누군가에 대한 검증을 할 때 탈법이나 불법적인 수단이 동원되지 않았다면 단순히 재산이 많고 적음, 주로 어느 분야에 재산을 투자해 왔는지 등의 문제를 그 후보의 자질을 판단하는 1차적인 잣대로 삼는 풍토는 지양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