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진 전남여류문학회 회장

봄은 설레임으로 다가와 무딘 감성을 깨워 타래길을 걷게 한다. 또한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에 젖게 하고 자연의 위대함을 실감케 한다. 담장 밑 작은 풀꽃, 노란 민들레, 꽃잔디의 고운 모둠에서부터 띠구름 벚꽃까지 가슴마다에 느낌표를 던져주면서 발걸음을 옮기게 한다. 이렇게 멋스러운 계절을 향유할 수 있는 전원의 고장에서 살고 있음이 더없이 고맙다.

얼마 전 모후산 자락에 있는 유마사를 다녀왔다. 큰길을 벗어나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남계리로 들어서면서 기억의 실마디가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오래전에 유마사를 세운 유마운의 딸 보안에 대한 애잔하고도 슬픈 전설을 간직한 고사찰古寺刹을 찾았을 때와는 너무 많이 변한 주변 환경 때문이다. ‘어제는 결코 오늘일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다듬어진 하천, 정비된 도로, 멋지게 조성된 가로수와 꽃길, 방문객을 위한 주차장은 새로움을 알게 해 준 고마운 초대장이었다.

그런데 진정 놀라운 건 주차장 옆에 건축된 자연친화적 녹색화장실이었다. 처음엔 무심코 들어가서 시야에 비친 모습을 보고 참 산뜻하고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손을 씻고 있을 때 이곳을 관리하는 담당직원이 도착했다. 이렇게 깨끗하고 좋은 화장실도 있다고 놀란 표정으로 말씀드리자 이곳은 특별 관리를 하는 자연친화적 녹색화장실이라고 말했다. 낮선 대답에 그게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더니 에너지 절감과 자연 살리기는 물론, 이용자에게 최대의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에서부터 관리까지 매뉴얼에 따라 철저하게 유지되고 있는 녹색화장실이라는 것이다. 자연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 시공, 보온, 단열, 채광 등등 우리 지역 주민의 문화생활 향상 차원까지 고려한 건물이라는 것이다.

화장실을 청소할 때도 화학세제나 고무장갑, 일반 수세미 등은 함부로 사용할 수 없으며, 친환경 소재로 박테리아를 일으키는 냄새 제거 성분을 함유한 제품 사용이 필수라는 것, 수세미와 장갑까지 규정에 따라 사용하며 관리하고 있다는 걸 말해주었다. 녹색성장의 근간이 되는 자연친화적 녹색화장실 문화가 확산되면 자연이 살고 지구가 숨을 쉬게 된다는 말을 듣고 감탄과 놀라움이 진동을 일으킬 정도였다.

그렇지 않아도 외부에서 방문한 동호인들이 호수공원이나 만연사 입구에 있는 화장실을 가리켜 아낌없이 칭찬을 해 주는 바람에 어깨가 으쓱할 만큼 자랑스러웠는데, 유마사 입구에 있는 자연친화적 녹색화장실의 깊은 뜻을 안다면 틀림없이 깜짝 놀랄 것이라는 자부심이 들었다. 우리 고장 곳곳에 있는 화장실은 이미 우리나라 표준수준을 넘어 세계 표준일 거라는 믿음이다.

사회나 가정의 문화척도를 쉽게 가늠할 기준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감춰진 부분에서 좌우된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고마워해야 할 일이 또 있다. 군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오폐수처리공사다. 집안에 있는 정화조를 제거하고 오폐수와 배설물을 하수처리장으로 직접 내보내는 작업을 시행하고 있어서 주민들로부터 크게 환영 받고 있다. 집안에 정화조가 묻혀 있음으로 인하여 발생한 불쾌감이 신경을 쓰이게 했는데, 이제 관을 통해 일괄 배출됨으로써 쾌적한 공기로 바꿔지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상큼한 봄꽃향기와 녹색 풀내음이 비로소 집안 곳곳을 감돌아 상큼하고 신선하다. 이런 현상은 개인이나 가정의 차원을 넘어 고을이나 지역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환경개선이나 관리는 100세 시대를 향한 군민에게 커다란 선물이자 필수여건이다. 그린빗물인프라(GSI)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신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 그 방법 중 하나로 빗물활용 시설인 그린빗물인프라를 구축하여 녹색성장 확산에 앞장서고 있음을 군민들은 알고 있다. 자연적으로 발생된 물을 순환기능 과정을 통해 강우 유출수를 줄이고, 빗물정원을 만들어 휴식처가 되게 하며, 비점오염을 줄이는가 하면 빗물저금통을 만들어 필요한 장소에 급수하는 등 정서적 안정과 힐링 공간 확보에 노력함으로써 녹색 울림에 한걸음 다가서고 있음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들은 예산 수반과 함께 무엇보다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 부담 또한 크겠지만 사용기간이 늘어날수록 활용 효과나 기여도가 높아진다는 결과론적 긍정이 극복의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 여긴다.

자연친화적 환경 조성으로 녹색 소리에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쾌적한 생활여건을 마련해 주고자 수고하신 분들 모두가 고맙고 감사하다. 아끼고 유지하고 지키는 일은 이제 지역을 사랑하는 군민들의 몫이다. 안전과 평화와 휴식의 빛 녹색이 우리에게 주는 울림을 생각하면서 우리 고장 화순 곳곳의 거리를 환한 미소로 장식한 띠구름 벚꽃 타래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