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주 화순문의원 원장

수석이란 강과 바다에서 돌밭이나 산에서 나오는 기이한 돌을 수집하여 즐기고 감상하는 취미를 보통 말한다. <자연이 곧 나요, 나는 곧 자연의 일부이다.>라는 혼연일체가 되는 마음가짐과 자세로 수석을 대해야 한다.

최근에는 수석회모임도, 수석을 즐기던 애호가들도 줄었다. 수석가게도 문을 닫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예전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돌을 사랑했던 수석인들도 활동이 줄어들었고 나이가 들어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다. 남은 수석인들도 열악한 조건 속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해 나가고 있는 현 수석계의 현실이 안타까워서 이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나라에 맨 처음 수석이 소개된 것은 1973년 4월에 <분재수석>이라는 표지이름의 월간지가 창간호이다.

<분재수석> 창간호

그 이전에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공식적으로 발행된 것은 이 잡지가 처음이었다. 제목에서 보다시피 수석보다는 당시에는 분재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고 그 때문에 제목도 분재를 먼저 쓴 것이다. 지면도 수석보다 분재에 더 많이 할애했다. 수석은 분재에 비해서 크기도 작은 노트 크기정도였고 페이지도 적었다. 당시에 가격은 300원으로 격월간 발행을 했는데 그나마 현상유지가 힘들어서 중단됐다가 1983년에야 정기월간지 <월간수석>이 발행되었다. 이웃 일본에서는 소화41년(1966년)에 <수석입문>이라는 소책자가 나왔던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10여년 정도가 늦었던 셈이다.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수석인들의 열정은 대단하여 서적발행도 많아지고 수석인구도 늘면서 열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서 식수난해결과 홍수방지 목적으로 건설된 댐공사, 무분별한 하천정비와 4대강 공사로 인하여 이름난 돌 산지가 사라진데다가 자연석 채취의 남발로 이미지마저 타격을 입은 것이 수석인구가 줄어든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원래 수석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일본에서 한자로 물수(水)를 사용한 수석(水石)이었는데 그 이유는 큰 바위가 산에서 떨어져서 하천과 강을 굴러가면서 물과 모래에 의해 마모가 되고 매끄러운 수석으로 태어난다는 뜻을 갖고 있다.

그에 반해서 우리나라에서는 한자로 목숨 수(壽)를 써서 수석(壽石)이라고 부르고 있다.
돌은 물과 모래에 의해서 마모되기도 하지만 땅(흙) 속에서도 산화작용이나 부식되는 변화가 오기 때문이다. 산(흙)속에서 나오는 돌의 대표적인 산지는 벌교(제석산), 대구(파계사부근), 월악산, 지리산 등지에서 산출되는 산돌과 경남고성 바다 인근에서 나오는 토중석, 산에서 가지고 내려와 가공하는 경북 청송의 매화석, 해바라기석이 그 예이다.
이렇듯 산이나 흙 속에서 나오는 수석을 보면서 일본보다 훨씬 사려 깊고, 넓은 해석을 하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인다고 하겠다.

그럼 좀 더 깊이 있게 수석에 대해서 알아보자.
먼저 수석을 분류할 때 그 모양과 형태로 구분을 하면, 산수경석, 문양석, 물형석, 추상석과 색채석 등으로 다양하게 분류되고 있고, 출토지에 따라서 하천석, 토중석, 산석, 해석(바다)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그리고 수석이 되려면 최소한 세 가지의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앞서 말한 형태(型), 질(質), 색깔(色)이다. 이 세 가지 요건은 수석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조건이고 그 외에도 돌의 주름, 돌갗(살갗과 같음) 그리고 선의 매끄러움을 봐서 변화와 연륜을 판단하게 된다. 이렇듯이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는 돌도 수석으로 불리려면 까다로운 심사(?)가 필요한데 수석의 역사가 이론과 현장탐석으로 계속 발전을 해왔기 때문에 단순한 돌에도 이런 이론체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이러한 판단과 평가는 마치 미인선발대회 선발기준의 까다로운 과정과 비슷하다고 봐야 할까? 둘째조건인 질(瓆)은 돌의 단단한 정도를 의미하고 수석이 되려면 모스경도 3~5도(다이아몬드는 10도)사이로 보석과 일반석의 중간 범위에 속한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마지막 요건인 색깔(色)은 짙은 색일수록 밀도가 높기 때문에 흑색(묵석)을 가장 강하고 좋은 돌로 평가를 하고 있고 옅은 색깔로 갈수록 보통 밀도가 약하고 강도도 떨어진다.(예외로 석염의 경오는 흰회색이라도 강한 면을 갖고 있다.)
돌의 크기와 길이는 밑면길이가 30cm전후가 좋고 작아도 크기는 5cm이상은 돼야 수석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돌이 아무리 커도 40cm가 넘지 않아야 하고 그 이상은 정원석으로 구분을 하고 있고 수석의 본질인 실내감상이란 목적에서 벗어나고 무리라고 봐야한다.

일반인들이 수박겉핥기 식으로 수석을 대하면 체계도 없을 뿐 아니라 실제 돌밭에 서면 어떤 돌을 골라야 하는가도 모르고 당황할 게 뻔해지므로 설명한 이론과 체계가 없으면 취미활동도 어렵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또 우리가 조심해야 할 점은 등산하는 사람들이 산을 경시하면 사고를 당할 수 있듯이 자연 앞에서면 경외심을 갖고 존경과 예를 갖춰서 탐석도 하고 질 좋은 수석감을 발견하면 자연에 감사하고 음미하고 즐기는 것이 수석인으로서 갖춰야 할 자세와 마음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예전에 수석 애호가들은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수석을 서로 물물교환 하듯이 주고받았는데 자신에게 없는 산지의 수석을 서로 바꿔서 감상을 했었고 돈을 주고 팔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인터넷 경매에서부터 수석경매판매장까지 생겨서 돌이 돈이 되어버린 세태가 한스럽게까지 여겨진다. 돌을 사랑하는 사람은 물질적 욕심을 없애야 하고 공부삼아서 배우고 선택적인 수집이 되어야 할 것이다. 수석이 실내관상을 목적으로 시작된 것처럼 분재와 분경(모래와 돌로 산 모양을 만들고 꽃, 나무로 연출하는 것)도 실내에서 산의 경치미를 연출해서 보는 것이므로 돌과 분재의 목적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용하고, 순수하고, 즐거운 취미로서 건강을 벗 삼아서 자연에 나가면 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생활하는 것이 진정한 수석인이 아닐까?
화순에 와서 몇 년 동안 직접 화순 근처를 돌아보면서 하천에서 나오는 수석감을 찾아 봤더니 여러 종류의 수석이 보이지만 주로 발견되는 수석은 화순이 탄광지역인 만큼 검은 탄석질에 흰, 노란색의 무늬가 있는 특유의 문양석이 주로 사평천을 중심으로 나오고, 지석강을 중심으로 해서 속칭 쇠음석(소리나는 돌)으로 불리우는 강한 돌이 보이며, 백아산 아래 냇가에서 드물게 석회석과 동복천에서는 약한 관통석(구멍이 뚫린 돌)이 발견된다.
그 밖에도 동복천 훈련장 인근에서 가끔 물고임 돌이 보이기도 한다.

화순은 무등산을 끼고 있어서 유네스코지질공원으로 137번째로 인증될 정도로 주상절리대(8,700만년으로 추정)로 단일면 크기로는 세계 최대이며 고지대(1187m)에 위치한 것이 특징이고 산등성이에서 발견되는 너덜지대도 많다.
그런 만큼 백악기 지질로 나타나는 돌이 있는데 다만 아쉬운 것은 마모가 안 돼 날카로운 수석이라는 점이다.
여러분들도 한번쯤은 지역 돌에 관심을 가지고 시간이 나면 화순인근 하천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돌을 돌로만 본다면 너무 삭막하고 또 돈으로 보게 되면 단단한 돌처럼 마음도 굳어지고 수석의 가치마저 떨어질까 염려가 된다. 어디까지나 수석은 수석다워야 하고 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더욱 빛을 발하고 인간애도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