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호 변호사 전남대로스쿨 겸임교수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령, 장애 또는 사망에 대하여 연금 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1988년에 도입되어 벌써 30년이 경과되었다. 국민연금은 공적연금제도이다보니 보험료를 적게 납입하고(소득의 9%) 은퇴 이후에 많이 지급받는(소득의 45%, 이를 ‘소득대체율’이라 한다) 구조이다. 예를들어 200만원 급여소득자가 매월 18만원을 납입하고 나중에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매월 90만원을 받게 된다. 결국 납입한 보험료만으로 연금 지급을 할 경우 언젠가는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되는데, 정작 고갈 이후에 대한 국가의 대책이 확실치 않아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연금 지급 구조가 불안정하다보니 장기적으로 재정이 바닥날 것을 대비하여 법에서는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 수지를 계산하고 재정 전망, 보험료 조정, 운용 계획 등을 포함하는 계획을 수립하여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한 운용 계획안이 70년 후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여 짜여지게 되는데 대략 20세에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국민이 향후 기대수명을 90여세로 계산할 연금을 받다가 사망하기까지 70년이 걸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60세 전후까지 일하다가 은퇴하고 평균 30여년 가까이 소득 없이 노후 생활을 해야 한다. 노령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 수단으로 기초연금이 있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의 국민 중 소득과 재산이 적은 70%의 노인에게 매달 최대 25만원의 돈을 지급하는데 보편적 복지의 일환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일정 금액을 통일적으로 지급하다보니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결국 각자의 소득에 맞추어 가입이 강제되어 지급받게 되는 국민연금이 수령 액수도 상대적으로 많아 노후의 소득 보장 대책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되고 따라서 국민들이 국민연금 제도의 개편에 대하여 관심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아울러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도입하여 전 국민에 가입을 강제하면서도 언젠가는 기금이 고갈되어 미래 세대에서는 연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 뿐만아니라 내 자신 가입을 강제당하여 매월 일정액을 보험료로 납부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그러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연금 고갈의 상황에 이르더라도 국가가 지급 보장을 해주는 것이고 이는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변동가능성이 없도록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당연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현 국민연금법에서는 ‘국가는 법에 따른 연금 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시행 과정에서 기금 고갈 등으로 지급 불능의 상태에 빠질 경우 이를 국가가 책임지고 지급한다는 규정이 없음으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과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현재 자문위원회에서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선까지 순차적으로 인상하는 안, 연금 수급 연령을 높이는 안, 소득대체율을 40%선까지 낮추어 가는 안 등 장기적으로 재정 고갈 상태를 막기 위한 다양한 안들을 제시하고 있고, 공단에서는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권역별 국민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사실상 전 국민이 이해관계인이다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편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개혁안을 제시하고 이를 시행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 생각으로는 현 시점에서 선결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국민연금 기금 고갈 상태에 빠지더라도 기존 보험료 납입자들에 대하여 연금 지급은 필수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을 정부에서 선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법제화하는 문제이다. 국민연금은 국민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한 국가의 책무에서 도입된 것이고,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할 의무까지 규정하고 있는 마당에, 국가의 잘못된 기금 운영으로 인한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 국가가 책임지고 지급할 것을 강제하는 규정을 법에 명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아울러 5년 단위로 이루어지는 개선안 마련과 관련하여, 보험료율의 상, 하한 및 소득대체율의 상, 하한에 대하여도 아예 법률에 명시하여 그러한 범위 내에서 재정 수지를 맞추기 위한 국가의 책무를 지우고, 만약 수지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국가가 책임지고 지급 보증을 해준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이 선행되었을 때 국민들의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감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2018. 6. 기준 국민연금 총 가입자는 2,186만명이고, 2017년도의 연간 보험료 수입은 39조6천억원이었으며, 2018. 6. 기준 연금 수급자는 448만명에 월 지급액은 1조 7천억원이라고 한다. 아울러 현행 제도가 그대로 시행되면 2057년경에는 연금이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국민연금 제도 도입 목적과 국가의 국민복지 증진에 대한 책무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면서 법률규정 정비 및 합리적인 개편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