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전교조 없는 세상이 그렇게 좋을까요? 화순교육․복지희망연대 공동대표 박세철 화순군민신문 기자 hoahn01@hanmail.net

2013년 10월 28일(월) 10:12

지난 24일 설마했던 일이 기어코 일어나고야 말았다. 고용노동부가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문제 삼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한 것이다.

1989년에 불법적으로(?) 건설하는 과정에서 1500여명의 교사들이 해직되고 보수 정권으로부터 10년간 모진 탄압을 받다가 1999년에 사회통합 차원에서 합법화되어 14년간 멀쩡하게 활동해온 전교조가 다시 법외(불법)노조가 되어 버린 것이다. ‘10년 공부 나무아미타불’이라더니 ‘25년의 피와 땀과 눈물’이 수포로 돌아갔다.

법률가들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자신들의 통보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법대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법적 근거가 미약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 기준과도 거리가 먼 행태라고 한다.

상식적으로 봐도, 전교조는 설립 신고를 하고 14년간 활동을 해왔으며 6만 여명의 조합원이 있는 단체다. 현재 해직자 9명이 조합원으로 있다고 하는데 그걸 문제 삼아 노조 자격을 박탈한다면 명백히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는 행위라고 한다.

비록 전교조가 실정법을 어긴 것은 사실일지라도 상식을 벗어나 정부가 악법을 강행하는 무리수를 두는 건 눈엣가시인 전교조를 법의 울타리 밖으로 쫓아내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한 정부의 전교조 탄압에 대해 민주․진보 진영 각계로부터 ‘중도에서 보수로의 전략적 기조 전환과 저강도 긴급조치’라거나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퇴행’, ‘노동 후진국으로의 전락 자초’, ‘악법도 법이라는 저급한 인식의 발로’, ‘노동․사회 운동과 시민 사회에 대한 정면 도전’, ‘노조의 기본적 책무를 포기하고 동료를 배신하라는 추악한 정부’ 등 온갖 비판과 비난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론 보수적인 분들이 전교조를 못마땅해 하고 미워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점잖아야 할 교사가 노동자라며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데모나 일삼고, 실력도 없으면서 교장․교감한테 대들기나 하여 학교를 혼란 속에 빠트리는 ‘한 마리 해충’이라는 비난도 들었다. 강제 보충수업․자율학습 폐지를 외치며 시키라는 공부는 안 시키고 아이들을 놀리려고만 하거나 북한 독재 세습 정권을 미화하고 남한 자유 민주 정부를 비하하며, 어린 학생들을 데리고 빨치산 현장을 답사하거나 종북 좌파들이 만든 백년전쟁이라는 왜곡된(?) 영상을 보여주는 등 좌경 용공 이념교육을 한다는 비난도 들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4대강 사업 반대, 친일․독재 미화하는 역사 교과서 채택 거부 등 정부 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만 하는 불순 세력이라는 매도도 당했다. 사립학교 이사장의 막강한 권한을 빼앗으려 하거나 교원 평가를 거부하는 몰염치한 집단이라는 공격도 받았다. 급진적․자유방임적 교육관으로 무장하고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교권이 추락하고 학교가 붕괴되게 한 혼란의 주범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나는 그러한 비판과 비난에 일일이 대응할 생각이 없다. 앞에서 열거한 것 중에 전교조가 진짜로 잘못한 것도 상당수가 있다.

전교조는 노조이기 때문에 교사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어서 가입 시에 자질 심사를 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그 중에는 전교조의 참교육의 이상, 즉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무능하거나 나태한 문제교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의 그 어떤 지성적 엘리트 집단에도 자기가 속한 집단의 정체성을 체화하지 못한 구성원은 있기 마련이고 전교조도 예외는 아니다. 전교조도 초창기에는 의욕적으로 연찬회를 활발히 개최하여 자체 정화 활동을 했으나 교사 정원이 지속적으로 감축되어 교사들의 시간적 여유가 사라지고 승진 제도가 개혁되지 못해 일부는 ‘점수따기 경쟁’에 매몰되다보니 소홀히 되고 말았다. 나 자신부터 반성하고 성찰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전교조 선생님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참교육을 실천하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전교조가 불법 단체가 되어 지하로(?) 들어가면 학교 현장은 어떻게 될까? 사태 전개를 지켜보는 현장 교사들은 무엇보다 전교조가 그동안 일궈놓은 학교 운영의 민주화나 참교육의 실천 등 현장의 성과가 후퇴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전교조의 ‘법외노조화’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가장 가시적인 변화는 전교조와 시·도교육청 사이에 맺은 단체협약의 무력화다. 단협 중에는 일반 교사가 전반적인 학교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식적 창구로 ‘정책협의회’나 ‘교무회의 의결기구화’, ‘인사자문위원회’ 같은 것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사라지면 교육청이나 학교장의 독단과 횡포를 막을 길이 없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있긴 한데, 전교조의 세가 약한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부모위원이나 지역위원들을 교장이 임명하다시피 하고 있고, 그 분들이 학교 업무를 상세히 모르기 때문에 교장이 멋대로 운영하다 보니 과거의 육성회와 같은 형식적인 기구로 전락한지 오래다.

그래서 학교장의 독단과 독선에 대한 우려는 비조합원 교사에게서도 나온다고 한다. 전교조에 가입하지 않은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27)는 “학교 현장에서 보면 전교조 선생님들이 내부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장이 기관장으로서 학교 행정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데 그나마 제동을 걸었던 것이 전교조다. 이제 교장의 독단적 행위를 막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호남지역이야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사료되지만 다른 지방에서는 학교가 그야말로 ‘교장 왕국’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교조가 현장에서 문제제기해온 학교 내부의 인권 문제와 입시 위주의 학습방식 탈피를 위한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 등 교육 현장을 바꾸기 위해 도입한 제도들도 안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노태우 정부가 비합법 상태의 전교조 교사들을 색출하여 처벌할 때 일선 학교 교장들에게 내렸던 공문 내용 중에 ‘전교조 교사 식별법’이란게 있었다. 그 중에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교사’가 그에 해당한단다. 학부모 여러분들은 이런 교사가 없는 학교에 자녀를 맡기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