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09월 11일(수) 09:58

이석기 의원 사건으로 RO라는 말이 화제다.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은 혁명적 조직이라는 영어약자이다. 이 RO조직이 사실인가, 그리고 그 RO조직이 반국가단체인가, 또 이들이 북한을 이롭게 하는 국가보안법상의 이적 행위를 했는가가 핵심쟁점이다. 여기에 '내란음모'와 '여적죄'라는 죄목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석기 의원은 5월 합정동 모 수녀원 강당에서 한 강연이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당원을 위한 시국강연이라고 항변하고 있으나 국회에서는 이에 반해 헌정사상 최초로 '내란음모' 체포동의안을 압도적 다수로 가결시켰다. 야당인 민주당 및 함께했던 정의당에서조차 헌법적 가치를 제시하며 당론으로 체포동의안에 동의함으로써 압도적 다수라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 역사는 한발한발 전진해온 항쟁의 역사

그 강연이 당원 시국강연이었는지 RO들의 '내란음모' 모의였는지는 법원이 판단할 몫이다. RO와 헌법적 가치가 21세기 우리 대한민국에서 어떤 의미와 관계가 있는지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헌법적 가치는 우리 헌법 전문에 잘 명시돼 있다. 헌법정신이 요약돼 있다는 의미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여기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의미한다. 이번 이석기 의원 사건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기반으로 한 대한민국에 뿌리를 두고 자주·민주·통일 운동을 한 것인가, 아니면 북한을 기반으로 활동을 한 것인가. 그것이 사실상 문제의 핵심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2만2000달러 수준의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 현직 국회의원이 RO와 같은 혁명조직의 주요 간부라면 우리 헌정질서를 부정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게 아닌지, 국민들은 몹시 당혹하고 있다.

20세기까지 세계는 혁명의 시대였다. 그렇지만 우리 국민들은 20세기에도 혁명보다는 항쟁을 더 선호했다. 3·1운동이나 6·10만세운동, 4·19, 부마항쟁, 광주항쟁 그리고 1987년 6월 민주화운동까지 6월항쟁이라 이름 붙였다. 항쟁은 민주화로 나타났고 민주화는 2만달러 소득으로 표현됐다.

항쟁은 혁명과 어떻게 다른가. 혁명이 지도부가 민중을 선전 선동 동원하여 목적을 관철시키는 활동이라면 항쟁은 국민 대중이 스스로 떨쳐 일어나 대중운동을 중심으로 국민적 요구를 실현시키는 활동이다. 그래서 항쟁은 변증법적 방식의 혁명적 변화가 아니라 단계적 변화를 통한 민주화운동으로 나타난다. 항쟁은 그 중심이 국민대중이다. 지금 이 시대에 RO와 같은 조직은 시대착오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한발 한발 전진해온 국민대중의 항쟁의 역사였다. 변화는 지그재그로 나타나 비록 느리지만 결국 전진해왔다. 우리 역사는 극우와 극좌를 극복해가는 진취적인 흐름이었다.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어 앞으로 전진해나가는 방식이다. 민주화와 산업화가 함께 발전해 오늘에 이르렀다.

■유권자들이 10월재보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심판할 것

바로 이것이 우리나라 헌법전문에 잘 나타나 있다. 3·1운동과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확립하고 확고히 해나가는 과정이 바로 우리 역사이고. 이것이 우리의 헌법가치이고, 이것이 우리의 내일이다.

어떤 정당이건 국민대중의 요구와 희망을 담아 안지 못한다면, 즉 스스로 개혁 혁신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자멸할 수밖에 없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면 국민이 외면한다. 이것이 지난 인류의 역사였다. 새누리당이건 민주당이건 통합진보당이건 정의당이건 국민대중과 시대의 흐름을 외면한다면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선출직은 유권자들의 투표로 그 결과가 판명난다. 10·30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1차 심판을 받을 것이고 내년 6·4 지방선거에서 다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유권자들이 판단하는 정치적 심판이 사법적 판결보다 더 무서운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