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법의 흐름 따라잡기 장종운 대한법률구조공단 법률전문상담관 화순군민신문 기자 hoahn01@hanmail.net

2013년 08월 20일(화) 15:39

법은 살아 있는 생물과 같다.

법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면 이미 상한 음식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법원이나 검찰은 만들어진 법을 적용하는 기관일 뿐이다. 추상적이고 애매한 부분을 해석해서 현실 사건에 적용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다. 법의 해석에 있어서 법관이나 검사의 가치관에 따라 여러 가지의 시각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억울하면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판단을 받아 보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모든 것이 법에서부터 연유되므로 법을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잘못 만들어진 법에 따라 사법부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처음에는 좋은 뜻으로 시작했겠지만 여러 가지 변수를 따져 보지 않고 법을 만들게 되면 이면의 부작용이 크다. 일례로「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기간제근로자를 2년 초과하여 사용할 경우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체에서 1년이나 2년 정도 고용하고 나서 해고해 버린다든지,「청년고용촉진 특별법」에서 공공기관이나 지방공기업이 직원을 채용할 때 29세 이하의 청년을 정원의 3% 이상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함으로써 30세 이상의 실업자들로 하여금 발을 동동 구르게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래서 이 중요한 작업을 국회에만 맡겨두어서는 안되고 일반 국민들도 입법청원이나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제출 등을 통하여 법을 만들고 개정하는데 적극 동참해야 한다.

또한 최근에 만들어진 법과 시행된 제도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잘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부당한 법인지 여부도 판단할 수 있고, 법에 위반되지 않게 행동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문이나 정보지 등을 통해서 항시 변화하는 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에 제정되거나 개정된 법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 최근에 성년자의 연령을 낮추는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미성년자의 연령을 종전에는 20세 미만으로 하였으나, 청소년의 조숙화에 따라 19세 미만으로 하향 조정하여 2013년 7월 1일부터는 만 19세 이상이 되면 성년이 되도록 하였다. 따라서 1994년 7월 1일 이후 출생자는 휴대폰 개통이나 신용카드를 부모 동의 없이 발급받을 수 있다(민법).

■ 물건을 주운 경우 종전에는 공고 후 1년 내에 소유자가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습득자가 소유권을 가졌으나 기간을 단축하여 이제는 공고 후 6개월 내에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취득할 수 있게 되었다(유실물법).

■ 종전에는 미성년자를 입양하거나 파양하려는 경우 시·읍·면의 장에 대한 신고만으로써 가능하였으나 아동학대의 습벽이 있는 사람도 쉽게 입양할 수 있는 폐단이 있어 이제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였다. 그리고 부모의 소재를 알 수 없거나 3년 이상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부모 동의 없이도 가정법원으로부터 입양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친양자 입양에 관하여도 종전에는 15세 미만만 가능하였으나 이제는 19세 미만이면 가능하도록 연령을 상향 조정하였다(민법).

■ 종전의 금치산제도와 한정치산 제도를 대신하는 성년후견인 제도를 도입하여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회복지시스템인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제도로 확대 개편하였다. 이로써 노인, 장애인 등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은 물론 미래에 정신적 능력이 약해질 상황에 대비하여서도 후견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민법).

■ 강간등 성폭력 범죄의 대상을 종전에는 여자로 한정하였으나 남자도 그 대상으로 추가하였고, 추행이나 간음 목적의 약취, 유인, 수수, 은닉죄 및 강간죄 등 성범죄에 관하여도 종전에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앞으로는 고소가 없어도 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하였다(형법). 부부간에도 강제로 폭행·협박을 하여 성관계를 가지게 되면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판례(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도14788 전원합의체 판결)도 나왔다.

■ 관공서에서 술주정한 경우 6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여지고, 담배꽁초나 껌, 휴지, 쓰레기 등을 아무 곳에나 버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여러 차례 되풀이하여 보낸 경우,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하여 기다리기 등의 소위 스토커 행위를 반복하는 자는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에 처하여진다(경범죄처벌법).

■ 150㎡(45.4평) 이상의 음식점이나 술집, 커피점, 제과점 등 공중 이용시설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기타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운 자는 10만원의 과태료에 처하여진다. 금연구역을 표시하지 않은 업주에 대하여도 위반 횟수에 따라 170만~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국민건강증진법).

■ 소액의 벌금형 미납자는 벌금 납부를 대신하여 사회봉사로 집행을 대체해 줄 것을 신청할 수 있다. 즉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확정된 벌금 미납자는 검사의 납부명령일부터 30일 이내에 주거지를 관할하는 지방검찰청의 검사에게 사회봉사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

앞에서 우리는 법을 만드는 국회와 이를 감시하는 국민들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살펴보았다. 그러면 법을 다루는 길 위에 선 사람들은 어떠한가. 가끔씩 어떤 변호사는 자기가 변호한 의뢰인이 무죄를 받았다면서 무진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을 늘어놓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변호사라면 사회적 정의 차원에서 죄를 지었으면 지은 만큼 그에 맞게 변호를 해야한다고 본다.

뻔히 죄가 있는 줄 알면서도 무죄를 받도록 한다든가 10년을 받아야 할 것을 1년만 받게 변호하여 결과가 잘 나왔다고 떠들고 다닐 일은 아닌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되묻는다. 신이 아닌 이상 변호사가 어떻게 의뢰인이 받아야할 정당한 형량이 얼마인지 알 수 있느냐고. 법은 상식이다. 기록을 보지 않았다면 몰라도 서류를 면밀히 검토해 보고 의뢰자를 몇 번 면담해 보면 대충 답이 나온다.

가장 유능한 변호사란 죄를 지었으면 지은 만큼, 죄를 짓지 않았으면 짓지 않은 만큼 꼭 그만큼만 형량이 나오도록 변호해 주는 것이다. 이것이 정의와 법이 바로 서는 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