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07월 17일(수) 10:57

화순은 명산이 많고 그 정기를 받아 인물이 많다.

고려시대의 고승 혜심(慧諶)은 그 큰 깨달음과 조계종의 대 스승 지눌(知訥)선사의 수제자로서 사후에 진각국사(眞覺國師)라는 시호를 내려 그 고명을 기리었다.

그런데 우리 고장에 전해오는 자치샘 전설(지명설화)에 혜심과 관련된 설화가 전해온다.

명천 자치샘과 명승 혜심의 만남, 어느 설화나 그렇듯 탄생설화의 신비감을 가지고 있다. 자치샘 전설은 고려 명종 때 이곳 향청의 말단 관리로 와있던 배씨(裵氏)의 딸에 얽힌 이야기다.

아버지가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히자 그의 딸이 날마다 새벽이면 자치샘의 물을 길어 정화수 차려놓고 아버지의 석방을 신령께 빌었다.

어느 겨울날 철도 아닌 두 개의 오이를 건져 먹고는 잉태하여 사내아이를 낳았다. 성령잉태가 있듯 참외나 복숭아등 과일을 먹고 잉태한다는 설화는 무수히 많다. 오이를 먹고 잉태한다?

 과학적으론 이치에 맞지 않는다. 처녀는 너무나 부끄러워 사내아이를 산속에 버렸다. 이를 안 현감이 딸을 붙잡아 들여 문초하고 그 사연을 알자 효심에 감복한 신령의 조화라 믿어 아비도 석방하고 그 딸도 용서 받는다. 그 아이가 자라 고승 혜심 진각국사가 된다는 얘기다.

그러면 여기서 그 진위를 가리기 위해 혜심의 인물사 기록을 들여다보자.

혜심(1178(명종8년)~ 1234(고종21) 고려 중기의 고승, 성은 최씨(崔氏), 자는 영을(永乙), 나주 화순현 출신, 완(琬)의 아들이며, 어머니는 배씨(裵氏)이다.

 어머니의 성이 같고 그의 부계(父系)는 오이가 아니라 엄연히 최씨 아버지가 있다.

어려서 아버지가 죽자 교육열이 높은 어머니의 훈도 속에 자라며 유학의 길을 권하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사마시에 합격하고 태학에 들어갔으나 어머니가 병이 들어 시병하다 관불삼매(觀佛三昧)에 들어 당초의 출가의 뜻을 굳히고 조계산 지눌(知訥)을 찾아가 제자를 자청하였다. 지눌을 능가 한다 여겨 모든 것을 물려주는 후계자로 택하였다.

자치샘 설화와 혜심의 출생과 득도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설화인지 애매하다. 모계의 성씨가 같고 처녀잉태는 알 수 없으나 현모양처 이였음이 분명하다.

혜심 진각국사가 자치샘 설화로 인하여 손해를 볼까 이익을 볼까. 개국시조나 성현의 탄생이 비범하여 신화나 설화로 장식하는 것은 범인과 차별성을 가지면서 신비감을 더하기 위한 지도적 인물 숭배사상에서 연유된 것일 것이다.

21세기 화순의 남산 밑 유명한 자치샘은 그 자취만 남았고 명천 대신 수돗물 시대이다. 최전성기 과학시대, 서양에서도 ⌜창세기⌟와 ⌜진화론⌟이 서로 다른 인류탄생의 주장을 내세우지만 현대 사회에서 오이로 잉태하는 아이가 있으랴.

 생물학 유전공학 부계와 모계의 DNA 검사까지 동원 친자 식별시대, 자치샘이 사라진 것처럼 설화의 위력도 빛을 잃은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인물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진각국사의 업적은 만연산과 더불어 그 자취 오래오래 빛날 것이다.

깊어가는 성하, 자치샘 전설 고향마을을 그리며 명산대찰이 있는 고장에서 인물이 나듯이 안양산 백아산 모후산 그 명산의 안부를 그리며 선풍기에 더위를 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