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3일(화) 09:39

▲ 박세철 화순교육복지희망연대 공동대표

‘제3의 물결’로 유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008년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라고 하여 우리를 당황하게 하였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살인적인 입시 경쟁’에 시달리고 있고, 학부모들은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으로 허리가 휠 지경이다. 국가 사회는 ‘과잉 교육’으로 인한 심각한 ‘학력 인플레’ 현상과 ‘고학력 실업자’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행 교육 제도는 1년에 30여명의 학생들이 성적을 비관하여 자살하고, 연간 20조 이상의 사교육비를 투자하며, ‘공부 기계’로 전락한 아이들이 친구를 적대시하며 ‘학업 스트레스’를 ‘왕따’와 ‘폭력’으로 해소할 정도로 ‘치열한 입시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들어간 세칭 ’명문대학‘은 우리 아이들에게 삶의 만족과 미래를 보장해 주고 있는가?

2010년 3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 양이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대자보를 붙이고 공개적으로 자퇴를 선언하는 놀라운 사건이 벌어졌다.

앞날이 보장된 명문대 학생이 졸업을 1년 앞두고 기득권을 내던지는 결단을 내리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김양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꿈에 그리던 명문대에 입학하였으나 참다운 학문의 전당이 아닌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되어 자본과 대기업에 ‘인간 제품’을 조달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한 대학의 모습에 절망하고 ‘무한 경쟁의 트랙’을 이탈한다고 하였다. 운동권 학생의 치기어린 경솔한 행동이라고 폄훼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많은 국민들이 공감과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1998년경 프랑스의 어떤 대학교수가 우리나라에 와서 던진 첫 번째 발언이 ‘한국은 이상한 나라’라는 것이었다. 기자가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대학이 너무 많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고등학생의 73%(세계 최고의 대학 진학률)가 대학에 진학하여, '과잉 학력자'가 대졸자 중 42%(20만 명)에 달하는데, 88만원 세대인 그들의 60% 이상에게 기다리는 것은 ‘등록금 빚’과 ‘신용 불량’, 비정규직, 알바 자리라고 한다. 그들로 인한 사회 전체의 경제적 손실 비용은 모두 39조원이나 되며, 그들이 만약 대학 진학 대신 취업해 생산 활동을 할 경우 GDP 성장률은 1%포인트 정도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20대 청년 10명 중 4명이 ‘청년 백수’가 되어(2012년 20대 비경제 활동 인구 비율 : 38.4%) 학위에 어울리는 ‘좋은 일자리’만 마냥 기다리며 ‘3포(취업, 결혼, 출산 포기) 세대’가 되어버린 이 안타까운 현실은 무엇이 잘못되었기 때문일까?

그간 우리의 입시 제도는 ‘성적 위주의 과열 입시 경쟁 풍토’를 해결 한답시고 때로는 ‘내신’을 강화했다가 때로는 ‘수능’을 강화했다가 오락가락 하더니 2000년대 중반부터는 ‘논술’과 ‘면접’과 ‘적성검사’를 도입했고, 현 정부는 ‘입학사정관제’를 ‘특효약’이라고 선전하며 다양한 ‘스팩’을 쌓도록 학생․교사․학부모들을 몰아세우고 있다. 그러한 ‘조령모개’식 입시제도의 잦은 변경으로 인해 학교 현장과 학부모들은 그간 얼마나 큰 혼란과 고통을 겪었는가? 지금도 어떤 사람들은 “수능을 2번 보게 하자”고 주장하거나 ‘자격 고사화’하자고 하기도 하고, 수능을 아예 ‘폐지’하고 ‘본고사’를 부활시키자는 등 다양한 처방들을 제시하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것처럼 주장한다. 하지만 필자는 그런 미봉적인 대안들은 중병에 걸린 우리나라 입시 제도의 한계를 부분적으로 보완해 줄 뿐 ‘근본적인 대안’은 못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대학입시제도’를 근본부터 다시 살펴보고 대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대학 서열’이라는 ‘근본적․구조적 모순’을 그대로 둔 채 ‘전형 방법 개선’을 통한 ‘지엽적 땜질 처방’을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사회는 ‘대학 서열’이 1줄로 되어 있어 ‘대학 간판’에 따라 사회적 신분이 결정된 뒤 ‘주홍 글씨’처럼 사회적 차별이 영구화되는 ‘지독한 학벌 사회’이다. 그러다보니 ‘죽고 살기식’의 살인적인 입시 경쟁이 일어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필자는 우리 교육이 ‘만악의 근원’인 ‘1줄 세우기식 대학 서열’을 타파하지 않는 한, 온갖 ‘입시 교육의 병폐’와 사회 불평등의 주범인 ‘학벌주의’를 극복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 우리들 머리 속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직업 귀천 의식’과 ‘학벌 의식’이라는 편견부터 없애려고 노력해 보자.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먹고 사는 문제’에 지장이 없고 ‘인간 대접’ 받으며 살 수 있는 나라, 대학은 ‘학문’을 하기 위해 꼭 가고 싶은 사람만 가는 나라는 요원한가?

화순교육복지희망연대 공동대표 박세철: 010-8781-5818

<컬럼 필진>
1. 김창호 화순리조트 대표, 2. 장종운 법률구조공단소장, 3. 송윤선 다문화센터장, 4. 박세철 교육복지연대회장, 5. 문종안 새누리당 전국상임위원, 6. 송태평 축협조합장, 7. 홍기평 성균관부관장, 8. 윤평순 농협군지부장, 9. 임대원 효원통증의학과의원, 10. 염낙귀 세무사, 11.이다경 청소년상담지원센터장, 12. 배동기 화순군 총상가연합회장

차기컬럼자: 송윤선 다문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