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06일(화) 13:36

▲ 장종운 법률공단 소장

요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인기다. 유튜브 조회수가 6억건을 돌파했다고 하며 이런 추세로라면 조만간 세계 최고수준이 된다고 한다.

이 뮤직드라마의 말 춤은 경기도 고양시의 로얄새들승마클럽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나는 재밌고 경쾌한 리듬에 모두가 열광할만도 하구나 하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뮤직드라마 속 말들에 눈길이 더 갔다. 철창 밖으로 도열해 쭉 내민 머리를 흔들어 대는 모습이 너무도 처량했기 때문이다.

말은 잘 때도 서서 잔다고 한다. 평생을 서서 자고 누워서 자지 않는다고 하니 신기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말들도 가끔은 쭈구리거나 누워서 잠을 잔다. 서서 잘 때만 보았기 때문에 잘 때도 서서 잔다고 생각할 뿐이다. 겁이 많은 동물이라 포식동물에 잡혀 먹힐까봐 불안해서 누워 자지 못할 뿐 말도 누워서 자는 것이 편한 것이다. 이 얼마나 평범한 진리인가. 고민과 근심은 평생을 서서 자게 할 정도로 무서운 존재인 것이다.

우리 공단에 찾아오신 분들치고 근심, 걱정, 스트레스를 붙들지 않고 사는 분들은 없다. 크든 작든 법률문제로 어떻게든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사건이 이혼을 비롯한 친권과 양육문제 등 가족간의 분쟁이다.

상담하러 오신 분들중에 대부분은 종중․선산문제, 이웃간의 경계문제, 공사대금, 대여금 등이 었고, 은행대출이나 빚보증 때문에 파산지경에 이르러 신용회복이나 개인파산, 개인회생을 문의한 분들도 많았다.  많은 사건들을 분석해 보면 법으로 해결될 것이 있는 반면 죽었다 깨어나도 해결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평생 해결할 수 없는 화두를 들고 십수년 쫒아다니는 분도 있다. 그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여러 해 한 곳에 근무하다 보면 단골이 생긴다. 단골들은 공단 문턱이 닳도록 찾아오신다. 이 분들은 학습효과로 어치피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알고도 찾아오신다. 법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사안이라면 마음이라도 편하다. 문제는 법테두리 밖의 문제를 싸들고 다니는 분들이다. 근심 걱정을 풀어드릴 해결책은 없을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거의 대부분 문제를 해결하고자 찾아오신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누군에겐가 자기 말을 하고 싶고, 그 누군가가 자기 고민을 들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 분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고 그 분들의 입장에 서서 맞짱구를 쳐 준 것만으로도 마음속 응어리의 반은 풀어준 셈이 된다.

우리 사회는 남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귀찮아한다. 남의 말을 들어주는 창구의 존재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피난처이기도 하다. 우리 공단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느낀다. 필자도 들어주는 부분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물론 법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남의 말을 들어주는 수고는 단순한 것 같지만 그리 녹록치 않은 일이다. 인내와 끈기, 고통이 따른다. 어느 순간 그 분의 고통이 내 고통의 일부가 되어 버리기도 한다. 마음 속에 있는 말을 다 토해 내고 가시는 분들의 발걸음은 가볍다. 오실 때와는 딴 판이다.

얼마 전에 어머니 갑상선 수술문제로 전남대 화순병원을 수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으례히 환자들은 병원만 가면 두려움을 느낀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한참을 기다려 긴장된 마음으로 진찰을 받았는데 하루에도 열 명 이상을 수술하신다는 담당 의사선생님은 바쁜 와중에도 우리가 물어보는 말을 경청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 주셨다. 얼마나 고맙고 마음이 편했는지 모른다. 내분비외과 윤정한 교수님을 이른 말이다.

남의 말을 들어줌은 극한 상황에 처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외국말도 Hearing이 되어야 Speaking을 할 수 있다. 말하려면 들어야 한다. 남의 말을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은 그 자체로 사회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들어준 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상황에 맞게 적절한 말들을 덧붙여야 한다. 상담을 하다 보면 가끔씩 온 세상의 고민을 다 안고 있는 듯한 얼굴로 방문하신 분도 있다. 얼마나 긴 밤을 잠 못 이루며 고민했는지 느낌이 온다.

방문자의 의견을 20~30분간 다 들어준 다음에 나는 몇 마디를 덧붙인다. 소송에서 이긴다 한들, 돈 몇 푼 받아 낸다 한들, 땅 몇 평 찾는다 한들 건강을 잃어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아무리 험난한 길이라도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과정을 즐기면서 헤쳐나가야 건강도 지키고 문제도 해결된다고, 사소한 욕심을 버리고 70%만 마음에 들면 100% 만족하시라고. 그래야 편하다고, 그리고 좋은 인연은 자꾸 만들되 송사로 엮인 악연은 일정 부분을 포기해서라도 빨리 끊으시라고. 그것이 인생에 있어 장기적으로 가장 큰 이익이 되고 다 얻는 길이 된다고 말이다.

그래서 단골들 중에는 공단에서 상담을 받고 간 날이면 마음이 편해서 깊은 잠을 주무신다며 일없이 찾아오신 분들도 있다. 물론 해결되지 않는 화두를 들고 말이다. 공단이 수면제인가 보다.

장정운 소장:  010-7618-2959

1. 김창호 화순리조트 대표, 2. 장종운 대한법률구조공단소장, 3. 송윤선 다문화센터장, 4. 박세철 교육복지연대회장, 5. 문종안 새누리당 전국상임위원, 6. 송태평 축협조합장, 7. 홍기평 성균관부관장, 8. 윤평순 농협군지부장, 9. 임대원 효원통증의학과의원, 10. 염낙귀 세무사, 11.이다경 청소년상담지원센터장, 12. 배동기 총상가연합회장


차기컬럼자: 송윤선 다문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