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7월 13일(금) 14:28

▲문종안 새누리당 전국상임위원장

나는 6년 전 2006년 11월에 화순 사평들녘이 내려다 보이는 천운산 기슭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아내와 함께 이사를 했다. 나와 함께 살아온 친구나 지인들은 병원이 가까운 도심에서 살 일이지, 무엇하러 시골로 가느냐고 말리기도 했다.

늘상 교육현장에서 제자들이나 선배 동료들에게 세계 역사상 꽃을 피운 적이 없는 사막에 장미꽃을 피어나게 했던 아랍소년 무사알라미(Musa Alami)의 삶의 목표 도달에 성공한 사례를 곧장 역설한 적이 있었다.

무사알라미는 요르단 골짜기의 넓고 황량하고 건조한 사막에 뭇사람들의 비웃음을 감내하며 곡괭이와 삽으로써 6개월간 모래땅을 파내려가 생명수 같은 물을 발굴했던 사례다.

흔히들 공직생활을 화려하게 하다가 물러나게 되면 인생의 삶을 마감하는, 석양으로 목적 없이 떨어지는 태양이라 얘기들을 한다. 그러나 난 삶의 진정한 목표는 이제부터라고 생각한다. 이 목표는 분명하고 특정한 것이어야 하며 결코 애매하거나 시끄럽게 떠돌다가 그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제2의 인생 삶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황량한 사막에 장미꽃과 야채, 바나나, 무화과, 감귤열매를 재배하며 또 소년·소녀를 미래의 시민들, 농부, 기술자, 무역전문가들로 길러낸 무사(Musa)처럼 모든 사람이 할 수 없다고 한 일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일에는 끝없는 숭고함과 심지어 신성함 마저 존재한다. 만약 한 인간이 직업의 귀천에 무관하게 착실히 활동하고 일 한다면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 할 수 있다고 본다.

내가 화순 사평들녘에 일구고 가꾼 과수원에서 금년부터 풍성한 매실, 자두, 복숭아가 탐스럽게 익어서 일부 수확을 하고 복숭아는 8월 초부터 부터 결실을 보게 된다.

친구의 힘을 빌려 과수원 농원이름을 송화원(松花園)으로 등록하였는데 여기서 벽송·사평들녘을 내려다 보노라면 열심히 일하는 칠십이 넘은 고령의 아랫동네 노부부가 고추와 콩 농사를 짓는 면면이 한 눈에 들어온다.

연세에 맞지 않게 가장 힘든 일을 하면서도 그 자신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요사이 일상에 찌든 인간들의 내면을 정화시키는 용기와 신념의 불길이 되며, 그 불길 속에서 인간의 모든 악의 요소가 태워지는 것 같다.

평생 노동을 모르고 살아왔던 내가 화순에 정착하여 살면서 황무지를 개간하고 곡괭이와 삽질의 달인까지 도달하게 된 것도 인심 좋은 화순 땅에서 주민들의 무언의 격려와 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노동하는 나의 마음 속에는 천국의 힘이 솟아나며 8만여 화순군민들의 숨결을 들을 수 있다.

문득 케펠의 단시(短詩)중에 『고난이 그대를 괴롭힐 때까지 결코 고난을 건드리지 말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 마을의 홀로 사는 칠순 아주머니는 바로 우리 농원 앞에서 이른 새벽부터 무거운 농약통을 매고 드넓은 고추밭 고랑에서 힘겹게 움직인다. 딸·자식 빚보증에 전 재산을 저당 잡히고도 고난을 고난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일하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또 한번 고개를 떨구게 한다.

고난 속에 살아봐야 고난을 벗어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듯, 홀로 사는 칠순 아주머니의 힘겨운 일은 중노동일 수 밖에 없지만 일하는 마음에 천국의 힘이 솟아오른다고 할 수 있다.

칠순 중반을 넘어선 노부부나 전 재산을 빚보증에 저당 잡힌 칠순 아주머니, 그리고 노동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이 일하면서 인간의 모든 악을 불사르고 그 연기 속에서 밝게 빛나는 축복의 인생길이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문종안 위원장 HP: 010-9432-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