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 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 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보고자 우리 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여든세 번째 춘양면 양곡1리 이은규 이장을 만나 보았다.

▲춘양면 양곡1리 이은규 이장

▶ 춘양면 양곡1리를 찾아서...
모내기가 끝난 논에 찰랑찰랑 물결 따라 모가 춤추듯 흔들린다. 새로운 땅에 정착한 모들은 강한 생명력의 활착을 암시하듯 진한 푸름을 키우고 있다. 남광주 골프장 표지판을 따라 양곡리 가는 길에 가로수의 푸짐해진 나뭇가지들 사이로 따가운 햇살이 부서진다. 고급 승용차들이 골프장을 찾아 부지런한 속도로 좁은 시골 길을 달려간다. 양곡마을 표지석을 따라 들어간 마을 회관 앞에서 이은규(58세) 이장님이 웃으며 맞이하신다.

▶ 단양마을(丹陽, 다년부, 多年富, 템부)의 유래...
양곡리(陽谷里)의 지명은 단양(丹陽)마을의 양(陽)자와 장곡(長谷)마을의 곡(谷)자를 합하여 양곡리라 하였다. 양곡리는 단양마을, 장곡마을, 해하마을 등 3개의 자연마을로 되어 있다.
단양마을은 원래 템부라 부르고 이를 한자로 표기하여 다년부(多年富)라고 했으며 한편으로 점촌이라 하였는데 단양마을의 원래의 뜻은 도자기를 굽던 곳을 불무골 또는 불무실이라 하는데 바로 불무실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불무 = 붉다 = 단(丹)’, ‘골, 또는 실자’는 마을을 의미하는 양(陽)자를 각각 취하여 단양이라 한 것이다.

▶ 마을의 형성
단양마을은 동쪽으로 논이 형성되어 있고 서쪽으로 댓골재가 있으며 남쪽으로 산이 있다. 북쪽으로도 산줄기가 마을 앞까지 뻗어 있으며 마을은 북동쪽을 향하고 있다. 이전에 김씨, 장씨 두 성씨가 이 마을에 돌아와 그릇을 굽는 점촌을 형성하여 도자기를 구웠다고 구전되고 있다. 동쪽으로는 회송리 회화마을, 새터마을, 서쪽으로는 도암면, 남쪽으로는 해하마을, 북쪽으로는 장곡마을, 대신리 내신마을이 있다. 이전에 90여 호가 거주하였다. 마을 입구와 진입로 입구에 선돌이 있는데 전하는 바로는 이 마을에 살던 오씨 장사가 양옆구리에 끼고 와서 세웠다고 한다. 이 입석을 세운 후 도둑이 들지 않았다고 전한다.

▶ 우리 이은규 이장은 말이여~
춘양면에서 가장 오랫동안 이장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이은규 이장은 85년 처음 이장을 시작해 올해로 26년 차 마을일을 맡고 있다. 서울생활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며 정착하게 된 이은규 이장은 젊은 청춘을 다 부어 마을 일을 해왔다고 한다. 경지정리 환지할 당시 어려움이 있었고, 마을 옆에 골프장이 생기는 과정에 골프장과 주민의 갈등 해결이 어려움이 있었지만 모두 원만하게 해결되어 뿌듯했다고 회상한다. 마을의 사소한 일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챙겨온 이은규 이장은 양곡마을의 살아있는 역사이다.

▶ 양곡마을의 자랑...
젊은 청년들이 많은 양곡리는 48세대 80여 명이 살고 있다. 다른 마을에 비해 젊은이들이 많아 청년회조직이 잘 운영되고 있어 든든한 미래 자원이라고 한다. 어르신 잘 모시기가 목적이라는 양곡리 청년회는 격년제로 어버이날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관광버스 3~4대를 대절하여 어르신들 효도관광도 시켜 드린다고 한다. 청년회의 어르신 공경은 타 마을의 모범이 되고 있어 본받을 점이 많다며 마을의 가장 큰 자랑이라고 한다.

▶ 이은규 이장의 바람은...
어르신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마을회관을 증축하고 싶다는 이은규 이장은 어르신들이 이용할 수 있는 운동기구, 안마기 등 다양한 복지시설을 갖추고 싶다고 말한다. 도암-회송간 도로 공사가 예정되어 있는데, 양곡마을 앞을 지나는 도로가 만들어질 계획이라고 한다. 도로가 마을 앞을 가로질러 나면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될까 걱정이 많다. 주민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한다.

▶ 마을을 나서며
2만 5천여 평의 농사를 지으며 청춘을 다 부어 마을 일을 했던 이은규 이장은 26년 내내 사생활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 모든 생활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니 그것 또한 마음 뿌듯하다며 주민과 갈등 없이 지내온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얘기한다. 서른한 살에 마을 일을 시작해 젊음을 바친 이은규 이장은 어르신들이 건강하기를 소망하며 청년들의 마을 사랑과 어르신 공경하는 마음에 든든함을 느낀다고 한다.

▲춘양면 양곡1리 마을회관

▲마을입구

▲마을 표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