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 대통령, 공공 책임강화 바라는 민심 헤아려야! 안진걸 참여연대 등록금넷 정책담당 화순군민신문 기자 hoahn01@hanmail.net

2011년 07월 01일(금) 10:54

이명박 대통령에게 또 다시 절망합니다. 어제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의 회동에서 이 대통령은 제대로 된 반값 등록금을 바라는 민심의 요구를 간단히 거절한 것입니다. ‘대학 등록금 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는 말이 있기는 했지만, 대학 등록금 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없기에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신속하고 제대로 된 반값 등록금입니다. 그런데 반값 등록금 공약의 당사자이자 선거운동본부에 등록금 절반위원회까지 운영했던 이대통령(당시 대통령 후보자)이 결단해도 모자랄 판에 민심을 또 외면한 것입니다. 지금 정부 여당의 대책은 자신들이 수십 번 공표했던 ‘반값등록금’이 아닙니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언급한 ‘최소한 반값 등록금’은 더더욱 아닙니다.

첫째, 한나라당이 밝힌 1조5000억 원에서(내년) 3조원(2014년)으로는 반값 등록금 정책을 구현 할 수 없습니다. 전체 등록금 총액 14조4000억 원 (2011년)에서 기 지원되는 장학금을 적용할 때 5조7000억 원이 필요하고 반값 등록금에 최대한 근접하기 위해서라도 5조원 안팎이 필요함에도, 정부의 재정지원은 1조5000억 원에서 순차적으로 3조원까지만 증액하겠다는 것으로 과중한 고등교육비 고통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대책인 것입니다.

둘째, 2012년 등록금 지원액인 2조 원 중에서 정부가 재정지원을 1조5000억 원으로 늘리고, 대학은 5000억 원만 확대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습니다. 반값 등록금을 위해 5조원대의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당장 부담이 됐다면 적립금만 10조원 이상 쌓아놓고, 매년 예․결산 뻥튀기를 하고 있는 대학당국이 전체 등록금에서 10%를 감면하게 하고 나머지 40%를 정부가 예산으로 지원해서, 진짜 반값 등록금을 추진해야 합니다.

셋째, 정부 여당안은 소득하위계층 10%에게 순차적으로 장학금을 확대한다고 돼있는데, 이는 하위 소득 50%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애초의 안보다도 후퇴한 측면이 있습니다.

등록금만 1000만원에 여타 교육비와 생활비까지 하면 대학생 1인당 연간 2000만~3000만원이 소요되는 시대에 하위 소득 10%계층에게만 장학금을 확대하는 것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교육․시민단체들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거나, 반값 등록금에 근접한 ‘등록금제 상한제’를 실시한 후, 서민․중산층 대학생들에게 추가로 학비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넷째, 이명박 정부가 작년 예산안 날치기 과정에서 삭감해버렸던 차상위계층 대학생 장학금에 대한 대책이 없습니다. 올 2학기에 차상위계층 대학생 장학금이 폐지되면, 5만 명 안팎에 달하는 차상위계층 대학생들은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반드시 추경을 편성해서 결식아동 급식지원과 저소득층 대학생 장학금 집행에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추경도 거부했다고 합니다.

정부 여당이 저출산과 양극화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는 살인적인 교육비 고통에 대한 획기적 대책 수립과, 교육에 대한 공공적 책임 강화를 바라는 민심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출산 양극화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사람이 가장 소중하고 교육이 가장 중요한 나라, 자라나는 아이들과 배우는 학생들이 ‘우리 모두의 아이, 우리 모두의 학생’이 되는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