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 수만리 1구 김면수 이장

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 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 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 보고자 우리 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예순 두 번째로 읍 수만리 1구 김면수 이장을 만나 보았다.

한반도를 닮은 수만리 1구

수만리의 지명은 수촌마을의 수자와 만수마을의 만자를 각각 취하여 수만리라 하였다. 수만리는 물촌마을, 새터마을, 만수마을, 중지마을 등 4개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물촌마을의 뜻은 이곳에 물이 풍부하고 차가와 물찬내라고 부른다. 후에 물촌이라고 하였고 이를 한자로 표기하면서 수촌이라 하였다. 마을을 세분하면 우데미, 아래데미로 구분된다.

수만리1구 물촌마을은 동쪽으로는 대동산, 서쪽으로는 만연산, 남쪽으로는 안산, 북쪽으로는 안양산이 둘러싸고 언덕배기에 계단식 형태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주민들 얘기에 의하면 멀리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마을이 마치 비스듬히 누운 한반도 지도의 형태라고 한다.

화순고 메이저리거 신진호 선수 아버지가 세운 마을 표지석

메이저리거 신진호 선수 고향

수만리 1구는 화순읍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순읍 시가지와는 멀리 떨어진 오지에 자리하고 있다. 마을을 드나드는 군내버스도 하루에 세 차례만 운행할 정도. 그래서 그런지 만연산을 한 몸에 품고 있는 마을과 마을사람들은 모두가 마치 대자연의 맑은 공기 마냥 신선하고 정감어린 눈빛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지난 2009년 화순고를 졸업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얄즈에 입단한 대형 포수 신진호가 바로 이 곳 수만리 1구 출신이다. 이를 기념하듯 마을 입구엔 신진호 선수의 아버지가 세운 마을 표지석이 마을을 빛내고 있다.

제대로 위치파악도 못한 채 ‘멀어봐야 읍인데 얼마나 멀라고?’라는 생각으로 찾아 나선 길. 그러나 웬걸? 큰재를 넘어오다 길을 잃어 1시간여를 헤맨 끝에 겨우 찾은 마을에선 취재진을 기다리느라 목이 이미 빠질 대로 빠져버리신 마을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회관에 모여서 기자를 환한 미소로 반긴다.

그러더니 주방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찬을 내온다! 밥을 푸랴! 상차림에 여념이 없으셔서 여쭸더니 벌써 저녁상을 차린단다. 이 곳 어르신들은 오후 4시30분이되면 저녁을 차려 드신다고.

식사후 마을회관에 모인 어르신들과 이납순반장. 이경례 부녀회장

하루 두 끼 어르신 식사는 부녀회장 몫

젊은 사람은 다들 도회지로 나가고 그나마 몇 안 되는 주민들도 자녀들이 와서 모셔가는 마당에 그나마 마을을 지키고 있는 어르신들은 이웃이 가족이고 마을회관이 안방보다 친근한 사랑방이다. 취재진이 마을을 찾은 날도 어르신들은 마을회관에 모여 함께 점심을 나누다가 취재진이 온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에 그렇게 몇 시간째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갓 담은 김치며 갖은 채소와 생선, 장조림, 국 등 그야말로 훌륭한 찬거리를 두루 갖추고 늦은(?)저녁상에 합석한 취재진이 “이 많은 음식을 점심과 저녁까지 마련하려면 손이 많이 가겠습니다.” 하자 어르신들 이구동성으로 “하믄이라. 요새 같은 농번기 때도 새벽같이 나와 일주일이면 사나흘씩 어르신들 드시라고 저리 부지런을 떤단 말이요.”라며 이경례(66) 부녀회장에 대한 칭찬에 입이 마를 새 없다.

그러자 이 회장은 손사래 치며 “나보다 옆에서 궂은일 마다않고 음식준비며 어르신 챙기는 일은 우리 반장님이 다 하신당께요.”라며 옆자리에 앉은 반장님께 공을 돌린다.

부녀회를 맡은 지 벌써 10년째 접어든다는 이 회장은 요즘 같은 농번기엔 그나마 사나흘이지만 일거리가 없는 겨울엔 거의 매일이다시피 회관에 나와 어르신들 식사준비로 하루를 거의 소비할 정도로 마을에선 든든한 안방마님이자 맏며느리다.

한반도 지형을 닮았다는 수만리 1구 마을 전경.

아흔살 청년 사는 장수마을

“마을 경치도 좋지만 공기가 참 좋습니다. 도시사람들 이 마을 와서 칭찬들 많이 하시지 않나요?” 묻자 김면수 이장은 기다렸다는 듯 “우리 마을이 장수촌이여. 90넘은 어르신들이 네 분이나 계셔. 지난해까진 아흔 여섯 잡수신 어르신이 계셨었는데 자녀들 따라 전주로 이사 가시자마자 운명을 달리 하셨어. 마을 공기가 좋긴 좋은가봐.”라며 마을 자랑에 여념이 없다.

실제로 마을노인회장을 맡고 있는 박종수 회장도 여든 둘의 연세가 믿기지 정도로 정정해 실제 나이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수만리 1구 마을회관은 주민들의 안방이나 다름없다.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달려간다

올해로 이장 생활 9년째를 맞고 있다는 김면수 이장은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 달려간다’. “우리 이장님이라? 뭐든 잘 허지요. 다른 마을은 어쩐가 몰라도 저만한 분 없당께라. 마을을 위해서라믄 언제 어디든 차타고 씽씽 달려 나가 심부름도 댕겨오고 어르신들 보살피고 이보다 뭘 더 바라겄소?” 마을 어르신들의 대소사는 물론 교통편이 불편한 주민들의 발이 되어 잔심부름이며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이장님을 두고 함께 있던 주민은 이렇게 얘기한다.

마을에 100년 이상 된 당산나무만 어림잡아 네 그루는 족히 될 것이라는 김 이장은 이들 나무가 관리 소홀과 개인재산이라는 이유 등으로 잘리거나 이식되는 등 훼손이 심각한데도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며 조속한 보호수 지정을 원했다. 또 마을회관에서 사용하는 식수가 인근 옹달샘에서 끌어다 쓰고 있기에 용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물탱크를 설치해 줄 것을 군에 건의했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한다.

화순군청 직원님 마을 어르신들 안심하고 식사 하시게 도와주세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