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 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 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 보고자 우리 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예순 한 번째로 읍 유천리 1구 문형용 이장을 만나 보았다

버드나무 많아 유천리

유천리의 지명은 유천마을의 지명을 취하여 이름 하였다. 유천마을은 다시 세분하여 큰 마을은 유촌마을, 작은 마을은 연촌이라 부른다.

유천마을은 원래 버드내라 불렀는데 냇가에 버드나무가 많음을 보고 지은 지명이며 이를 한자로 쓰면서 유천이라 하였다.

연촌마을의 뜻은 옛날 화순현 당시 마을 뒷산(만연산중턱)에서 제를 지내던 여단이 있어 여단촌이라 불렀는데 이것이 축약되어 연촌으로 와전된 것. 여단이란 서낭신과 주인 없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

유천리 1구는 서쪽으로는 화순실고를 동쪽으로는 만연폭포를 끼고 있어 만연산과 만연폭포를 찾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분주한 마을이다. 화순실고교차로를 지나면 아무개 타이어가게가 있고 도로변에 유천리 1구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는 거대 표지석이 마을입구 진입로에 세워져 있다.

마을 입구 만유정. 주민들의 사랑방, 등산객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풍광 좋은 만연산 초입길

때 이른 초여름 더위로 한 낮에도 지나는 행인이 드문 시각, 이곳 유천리 1구에 들어서니 살갗을 스쳐오는 바람이 그야말로 에어컨 속에 살던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청량감에 마음마저 뚫린 듯 상쾌했다. 뿐이랴! 만연산으로 향하는 등산로마다 펼쳐진 아름드리 울창한 신록의 푸르름은 행인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고도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일까? 마을 입구엔 평일 오후임에도 등산복 차림을 한 외지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당산나무를 끼고 마을 입구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만유정’은 신축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문 이장이 이장직을 맡고 있을 무렵 한 쪽 기둥이 무너질 정도로 훼손이 심각해 지난 2004년 보수공사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만유정은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는 효자와도 같은 존재. 마찬가지로 만연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도 역시 안락한 쉼터이자 마을 주민과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만남의 장소다.

마을 곳곳에 들어선 전원주택. 풍광처럼 아름다워 도시민들의 발길이 잦다.

그림 같이 펼쳐진 전원주택

워낙 살기 좋은 마을이라 그런가? 50여 가구 남짓한 마을에 토박이 주민은 30여 가구에 불과한데다 거의가 노령이다. 더구나 마을 주변에 논 하나 없고 변변한 밭조차 안 보인다. 마을 인근은 어린이집이며 택배사무소, 타이어상회 등이 들어서 영락없이 도심지 한적한 전원주택단지를 연상케 한다.

실제로 마을 곳곳엔 도시민들이 꾸며 놓은 주말농장이며 별장 등이 들어서 있으며 새롭게 들어선 주택들 모두가 멀리서 보기에도 사진 속 유럽의 어느 곳을 보는 듯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빼어난 풍경이다. 그래서 문 이장은 유천리 1구를 전원주택단지로 지정해 줄 것을 군에 건의 했으나 엄청난 예산 탓에 군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평일 대낮엔 몇 안 되는 텃밭이며 집안에도 마을사람 구경하기가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 찾기 힘들었다. 간간이 산행에 나선 외지인의 발길만 보일 뿐.

임기 내 꼭! 마을회관 지을 터

이장직 9년째 접어드는 문형용 이장은 24년간을 화순군청에서만 근무하다 정년퇴직 하고 바로 이장을 맡았다. 마을에서는 5대째 이장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야말로 궂은일 도맡아 하는 명예직이기에 어느 누구하나 맡아 하려하질 않는다고.

번듯한 마을회관 하나 짖고 이장직을 그만두고 싶다는 문 이장은 “주민 절반가량이 도시에서 가끔 들르는 외지인들이고 그나마 옛 부터 꾸준히 마을에서 살던 주민들도 고령에다 얼굴보기도 힘들어. 그래서 지금은 작고하신 마을 어르신 중 한 분께서 ‘그깟 마을회관 있어봤자 쓸모도 없을’거라고 하셨지만 난 그렇기에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해”라며 ‘상징물’로서의 가치는 물론 몇 분 안 되는 고령의 어르신들 안부와 마을의 정리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부지확보가 안 돼 수년째 답보 상태다.

이와 함께 좁다란 마을 진입로를 넓혀 줬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도 진입차량과 마을을 빠져 나오는 차량이 뒤엉켜 우왕좌왕하는 등 지체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한창 바쁜 농번기, 어르신 홀로 분주히 땀방을 흘리고 있다.

인기 만점 만학도 과대표

정년퇴직 후 이듬해부터 야간대학에 등록한 문 이장은 주경야독 끝에 지난 2008년 사회복지경영전문학사학위를 취득했다. “스물 한 두 살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려니 첨엔 영 어색하고 머쓱하기도 했지. 그래도 같은 반에 나 같은 만학도들이 많았어. 그분들이 많은 힘이 돼줬어.”라며 요즘 부쩍 늘고 있는 만학열기를 실감했다고 한다.

학년과대표를 맡기도 했던 문 이장은 학교가 광주인 탓에 강의가 끝나고 학우들과 술이라도 한잔 걸칠 때면 막차시간에 쫓기느라 맘 편히 못 먹었다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광주에서 자고 올 때도 많았다고 한다.

지금도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자주 만난다는 동기들은 새로움을 함께 배우고 기쁨을 나눈 또 하나의 소중한 인연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 만나도 그 자리에 서면 항상 젊어지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