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2구 김광열 이장

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 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 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 보고자 우리 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예순 한 번째로 읍 삼천리 2구 김광열 이장을 만나 보았다

맑은 내 흐르는 마을 삼천리

삼천리의 지명은 상삼천(웃삼내), 하삼천(아랫삼내)의 삼내라는 지명을 취하여 불렀다.
삼내란 동면 쪽에서 흘러오는 도천(동면에서 다지리를 거쳐 삼천리에 이르는 내)과 만연산에서 발원하여 읍내를 통과하여 이곳에 이르는 지소천(현재 만연천)이 합하여 흐른다하여 삼내라 하였다.

삼내마을은 다시 번창하여 웃마을, 아랫마을로 불리다가 한자로 쓰면서 상삼천, 하삼천이라 부르게 되었고 다시 줄어 상삼, 하삼으로 부른다. 삼천리는 상삼(웃삼내)마을(1리), 하삼(아랫삼내)마을(2리), 황새봉마을(3리), 성안마을, 해대마을, 이압쟁이마을(4리) 등 6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 앞엔 시원스레 화순천이 흐르고 250여년의 풍상을 이겨낸 이팝나무는 지역 명문으로 거듭나고 있는 화순고등학교 정문 앞에 자리 잡고 있다.

학사리보 상류 개천에서 노닐고 있는 왜가리

어르신 돌보미 ‘내가 안함 누가?’

“맘 같아선 내 모든 걸 다 내놓고서라도 어르신들 뒷바라지 하고 싶지만 자식들도 못하는 일을 내가 어찌 세세히 챙겨 주겠어.”

벌써 6년째 삼천리 2구 일꾼을 맡고 있는 김광열 이장은 “어르신들 봉양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지. 있기만 하다면 무엇이든 베풀고 싶고 어르신들 소일거리라도 만들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마을주민 대부분이 70~80대의 노령인구에다 형평이 어려운 홀몸노인이 많이 거주해 그나마 자신이 가장 어린 청년이라는 김 이장은 취재진이 찾은 날도 마을 어르신들 준다고 읍 시가지 영농조합에서 챙겨온 과일 두 상자가 차량 뒷좌석에 실려 있다.

조인기씨 뒷마당에 있는 거대바위. 주민들은 이곳에 재를 지내곤 했다.

250여년 된 이팝나무와 거대바위

화순천변을 따라 흐르는 냇물은 삼천리학사리보에서 물길을 틀어 잔바다 들녘을 거쳐 화순전역으로 흐른다. 이곳 삼천리 화순천 냇가는 맑은 물만큼이나 풍광도 좋아 왜가리나 두루미 등 천연기념물과 보호조류는 일상다반사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낚시꾼들도 많이 찾고 있어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가치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 민선군수를 지낸 임흥락 전 군수 시절 임 군수의 동생이 임 군수의 이름으로 식재했다는 3천여그루의 느티나무는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것.

삼천리 2구는 이처럼 아름다운 산천풍광 뿐 아니라 자랑하고픈 유물이 몇 가지 있다. 어림짐작하기에도 10톤 이상은 족히 나갈 것 같은 커다란 바윗돌이 마을 한 가운데 놓여 있어 언제 부턴가 마을사람들은 이 바위에서 마을의 안녕과 평온을 비는 재를 지내는 등 신성시 여겨 모시고 있다고 한다. 현재 하나는 조인기씨 댁에, 또 하나는 고 조용준씨 댁 마당에 위치해 있다.

이 뿐 아니라 화순고 정문 입구엔 250여년 이상 된 걸로 추정되는 이팝나무가 화순군 보호수로 지정되어 유수한 세월을 굽어보고 있다.

화순고앞에 있는 250여년 된 이팝나무. 아쉽게도 꽃은 이미 지고 난 뒤.

도시같은 농촌마을 ‘주민 늘어야...’

삼내길 도로가 생기고 나서부터 마을이 갈라지고 마을 발전은커녕 오히려 있던 주민도 떠나 예전 80호 가깝던 가구 수가 지금은 50여 호 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 마을은 마치 화순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면 돼. 나이 지긋한 노인들만 사는데다 마을 여기저기 토담에 서까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잖아. 군데군데 텃밭이며 밭뙈기가 눈에 띠는 것도 그렇고 이것만 보면 영락없이 농촌인데 지금 농사짓는 주민은 거의 없어. 이렇게 보면 또 도시 같아.”라고 말하는 김 이장은 예전엔 마을 뒤편 논두렁은 거의 마을주민들이 소유하고 경작했었는데 지금은 다른 마을사람이나 타지사람들에게 팔고 실제로 농사짓는 주민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힘들게 살면서 저 논 팔아 자식들 가르치고 키우셨을 게야. 그렇게 어렵게 키워놓은 자식들이 자식노릇 제대로 하고 있나 몰라.”라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게 자식들 키워도 저 벌어먹으라고 할 것이지 왜 땅까지 팔아 농사도 못 짓고 저 고생들 하시는지...”라고 말해 어르신들에 대한 김 이장의 애정과 안타까움을 짐작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