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의․식․주가 중요하듯 작물도 역시 건강하게 성장할 토양이 중요 합니다. 땅이 살아야 식물이 살고 인간이 올곧게 살 수 있습니다.”

화순읍 이십곡리 김재현 이장은 요새 사는 게 그야말로 신바람 난다. 흙의 정직함과 소중함을 깨닫고 나서 부터다.

서울생활을 접고 귀농한지 4년째 접어드는 김 이장은 환경이라는 단어조차 낯설던 지난시기 국가에서 농민들에게 제공한 농사용 화학비료의 대부분이 오히려 땅을 황폐화 시키고 척박하게 만드는 독약의 역할 했으며 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여건을 헤치는 주범이었다고 강변한다.

김 이장은 귀농 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농사하는 법을 배우려 애썼었지만 어느 누구 하나 가르쳐 주려하지 않아 어려움도 많았다. “처음엔 번번이 실패만 했습니다. 평생 처음 만져보는 흙인데 오죽 하겠습니까. 그런데도 왠지 흙이 싫지만은 않더란 말입니다.”라고 말 한 뒤 “그것이 오히려 절 더욱 농사에 매달리게 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오기도 나고 더더욱 보란 듯이 성공해 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해 녹록치 않은 귀농생활에서도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를 내비쳤다.

“논․밭은 제게 있어 야외 연구실이었습니다. 남들과 같이하고 따라하다 보면 얻을게 없다는 생각 하에 우선 산성화된 땅을 기름지게 일구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며 2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김 이장의 믿음대로 더욱 땅심을 기른 토양은 7~8년 걸려야 수확할 수 있다는 적하수오를 3년 만에 수확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군에서도 인정한 품질 좋은 특화작물

김 이장은 “농업도 이젠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길만이 살길이며 이를 위해 건강․기능․친환경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한 특화작물의 개발이야말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 이장과 이십곡리 한약초 작목을 재배하고 있는 주민들은 현재 군 특성화사업의 일환으로 친환경직불제사업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곳에서 재배되는 약초들은 그 효능이 뛰어나 지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전한다. 지난해는 수확하자마자 군청직원들의 주문이 쇄도 했을 뿐 아니라 우수한 품질로 인해 지난달에는 일본에서 바이어가 직접 방문해 보고 갔을 정도라고.

뿐만 아니라 지난해 전남도에 신청해 놓은 인증이 완료되면 판로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김 이장은 귀농 후 짧은 시간 이 같은 성과에 낸데 대해 어려웠던 그 시기를 회상하며 “그야말로 흙에 미쳤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벌써 포기했을 것”이라고 했다.

흙에 대한 애정 없인 이룰 수 없는 꿈

‘흙에 미친’ 김 이장은 귀농을 준비하는 도시민에게 꼭 해주고 싶은 당부의 말이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부지런해야한다’고. “땅과 기르는 작물에 대한 애착 없이 무턱대고 덤볐다간 그야말로 큰 코 다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귀농인의 70~80%가 실패를 경험하고 도시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반면 “흙에 대한 믿음과 확실한 목표의식을 가진 도시민이라면 길은 언제나 열려 있으며 도회지에서의 각박한 수입에 비해 오히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라”고 주문했다.

앞으로 자신이 터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지역민과 귀농인 들에게 널리 알리고 함께 하고 싶다는 김 이장은 “군의 휴경지를 군에서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서 귀농인 들의 정착을 돕고 소득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을 군과 함께 찾고 싶다”며 ‘귀농학교’의 설립을 제안했다.

이 경우 “귀농인 뿐 아니라 군의 소득 향상과 함께 인구증가도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김 이장의 농정에 대한 통찰력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