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보 이장. 뒤로 지곡서원이 보인다.

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 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 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보고자 우리 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쉰 한 번째로 화순읍 다지2리 정영보 이장님을 만나 보았다.<편집자 주>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리던 장마철에 모처럼 날이 개였다. 하지만 무척 더운 날씨에 꽤 후텁지근해서 쉽게 지치고 스트레스 지수는 쫙쫙 올라간다. 높은 습도로 개구리나 좋아 할 날씨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흔했던 개구리를 시골에서도 보기가 쉽지 않다. 이번엔 화순읍에서도 여느 시골마을 풍경을 지닌 화순읍 다지2리로 힘차게 차를 향한다.

◆지곡마을(智谷) 가는 길
화순 고인돌공원 교차로에서 화순천을 따라 동면 방향으로 한껏 달리다보니 저 멀리 다지(茶智) 잔디구장이 바라다 보인다. 우측에는 화순천을 가로질러 지곡교가 놓여있다. 이 다리를 건너 곧장 가다보면 아름드리 커다란 나무가 한눈 가득하게 들어온다. 이 나무는 수령이 족히 350년이나 되는 팽나무인데 현재 있는 5그루 모두를 보호수로 지정하고 있다. 이곳 도로변에 함께 있는 지곡마을회관은 마치 보호수의 보호를 받는 듯 한 모양새로 보였다.

마을 회관

마을유래
다지리(茶智里)의 지명은 다산(茶山)마을의 다(茶)자와 지실(智谷)마을의 지(智)자를 각각 취하여 다지리라 하였다. 다지1리는 다산마을이며, 다지2리는 안지실(웃지실, 上智) 마을, 바깥지실(아랫지실, 下智) 마을, 강남실 마을, 돌무랭이(월정) 마을 등 4개 자연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안지실 마을의 뜻은 지실마을중 안쪽에 있다하여 붙은 이름이며 골짜기 윗쪽에 있다하여 웃지실이라 부르기도 한다. 웃지실을 한자로 쓰면서 상지곡(上智谷)이 되었고 상지곡을 줄여 상지(上智) 마을이라 한다. 아랫지실 마을의 뜻은 지실마을중 안지실보다 바깥쪽에 위치한다 하여 바깥지실 또는 골짜기 아래에 위치한다 하여 아랫지실이라 부른다.

아랫지실을 한자로 쓰면서 하지곡(下智谷)이 되었고 하지곡을 줄여 하지(下智)마을 이라고도 한다. 마을을 세분하면 안고삿, 안산으로 구분된다. 강남실 마을의 뜻은 강의 남쪽에 위치한다하여 강남실이라 하였다. 월정 마을은 원래 돌무랭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마을이 모퉁이를 돌아가야 나오므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돌무랭이라 하였다. 그러다가 「돌 〉달〉月」로 와전되어 한자로 표기하면서 마을 이름을 월정(月亭)이라 한 것이다. 현재 60호 12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유물·유적으로는 오현사(五賢祠. 창녕조씨 재각)가 있다.

지곡 마을

◆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마을회관 앞, 도로변에는 보호수 사이로 꽤 큼직한 우산각이 있고, 그 우산각에 모여서 무더위를 피하는 마을사람들이 보인다. 발길을 돌려 그곳에 가보니 지곡마을 이장님도 함께 있다. 반갑게 수인사를 나누는 정영보(58) 이장은 마치 넉넉한 외모가 학교 선생님처럼 여겨지며 푸근한 인정미도 느껴지는 살가운 사람이다. 이장님은 마을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농사도 짓고 화순읍내서 행복커텐(화순 광덕리소재, 전화:374-9444)이라는 침구·커텐사를 부인과 함께 하고 있다.

정이장은 “30초반의 자식들 모두가 객지에서 생활하며 직장에 다니는데, 아직은 결혼을 미루고 있어서 품안에 자식이란 말이 실감난다”고 한다. 그리고 농사는 친환경(?)으로 하고 있다며 웃음 짓는데 어떤 친환경이냐는 속없는 물음에 바빠서란다.(웃음)

지월정(芝月亭)이라 불리는 우산각에 모인사람들이 한결같이 밝고 쾌활하다. 무척 후텁지근한 날씨로 짜증 또한 날 수도 있지만 함께 있던 내내, 마을 사람들은 웃고 즐기면서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어서 참 좋았다. 마을 주민 강인섭(65)씨는 특히 농담하듯 말을 하여 대중을 웃겼지만 이장님 칭찬에는 정색을 하며 거들고 나섰다. “마을이 분산되어 있어 어려운 여러 여건 속에서도 마을 일 잘하고 모든 일에 열심이니 이런 이장은 원체 보기 드물며 최고” 란다.(분산되어 형성된 4개의 자연부락을 통틀어 부르는 지명이 지곡 마을이다.)

정영보 이장은 개인의 사리사욕을 버리고 마을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4년째 이장직을 맡고 있다. 정 이장은 개인 상업일이 바쁨에도 불구하고 마을을 위해 자진하여 이장이 된 후로는 틈나는 데로 마을에 있단다. 또 꽃길사업으로 주민의 뜻을 반영해 마을의 진입로에 나라꽃 무궁화를 심어서 마을 자긍심(自矜心)을 높였다며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보호수-음식물 사료화공장의 차량이 지나고 있다.

◆우리 마을의 자랑!
지곡마을은 예전부터 산수수려하고 인심 좋은 마을이다. 마음씨 순박하여 남에게 싫은 소리 한번 못해보고 살아온 양반 마을이란다. 그러다보니 혐오시설인 소각장 및 비위생 매립장은 마을 주변에 들어 설 수 있었지만 이젠 그곳이 다지 인조 잔디구장으로 탈바꿈됐다. 그러나 지하수는 이미 과거 매립장의 침출수 유입으로 오염된 상태라고 한다. 그리고 마을 뒤 덕음산 정상에는 고인돌로 추정되어지는 커다란 바위 2기가 있는데 유적으로 보존가치만 있다면 제대로 된 마을의 자랑거리가 될듯 싶어 군청 문화관광과에 이를 정밀하게 탐사, 조사해 줄 것을 요구했는데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란다.

마을로부터 약 2㎞ 정도 떨어진 언덕 위를 이장님 차를 얻어 타고 오르니 붉은 빛깔이 유난히도 선명한 배롱나무가 먼저 보였고 창녕조씨 재각인 지곡서원도 보인다. 그러나 현재 고풍스런 서원의 앞산 정상 언저리 밑으로 대단위 양돈장이 들어서 있고 아래쪽으로는 음식물 사료화공장이 있어서 눈에 거슬릴뿐 아니라 무엇보다 습한 공기 중에 음식냄새가 맡아지니 냄새가 온몸에 밸 것 같아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이런 시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마을이 모인 지곡 마을은 예나 지금이나 마을주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밝게 생활하고 있다니 이 또한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개구리가 뛰놀던 모습을 마음속으로 가만히 그려보니 지곡마을의 풍광이 너무나도 좋다.

OO양돈 축사(과거 서당굴로 불리던 곳)

◆이장님의 바라는 점
정영보 이장은 “매년 큰비가 오면 철길 아래의 논은 범람된 물이 가득차 오른다. 해가 갈수록 강수량도 많아지고 집중호우도 잦으니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어 “화순천 삼천리 구간까지는 정비가 끝났다. 우리마을 구간은 정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군청 담당과에 질의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군청 나름대로의 사업내용과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어떤 방향으로 시행할 것인가를 알 수 있는 자리(설명회)를 마련해 달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마을 상층부에 위치한 양돈장은 마을 서당굴을 위해서라도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지곡교 밑에 있는 보가 범람의 원인이 되므로 물 흐름을 막지 않도록 오염물질이 걸리지 않게 자연석으로 새로이 공사해줄 것”을 정 이장과 마을사람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원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

◆맺는말
취재를 마치자 정 이장은 준비한 수박을 마을회관에서 한 덩이 내온다. 수박이 달콤하지만 모인 마을사람이 다 먹어도 남을 만큼 큼직하다. 어느 마을 분은 이장님 취재를 또 오란다. 그래야 이장님이 이렇게 대접할 것이니 또 얻어먹을 수 있어서 좋겠다며 너스레를 떤다. 한술 더 떠 정 이장은 마을회관에 준비해뒀던 커다란 과자 2봉지를 꺼내 온다. 과자 맛이 참 좋아 어디서 샀는 지를 물어봤을 정도다. 이렇듯 마을 분위기가 밝고 명랑하고 주민들 또한 사심 없어 좋아보였다. 이런 마을사람의 이장은 더욱 더 좋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도 출퇴근 길에 보이는 지곡마을을 한번쯤은 눈여겨보며 지난다. 이장님! 이장님! 정영보 이장님 건승하세요!

마을 앞 전경

정영보 이장 연락처 061-374-3457, 010-3649-0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