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국 이장-고사정을 배경삼아

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 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 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보고자 우리 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마흔 아홉 번째로 화순읍 삼천1리 배병국 이장님을 만나 보았다.<편집자 주>

◆상삼마을(上三) 가는 길
화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화순고교를 지나면 화순천을 따라 장흥, 보성방면의 큰길이 나온다. 곧장 나있는 화순천 다리를 건너지 않고 바로 옆 좌측으로 지소천(만연천)끝자락을 사이에 둔 상삼마을과 하삼마을(삼천리2리)이 있다. 화순천을 앞에 두고 100(농가 40호)가구 250여명이 살고 있는 상삼마을로 선선한 바람이 화순천에서 불어와 한여름에도 무더위를 잊게 한다.

상삼마을 전경

◆마을유래
삼천리(三川里)의지명은 상삼천(上三川, 웃삼내), 하삼천(下三川, 아랫삼내)의 삼내라는 지명을 취하여 이름하였다.
삼내란 동면쪽에서 흘러오는 도천(道川, 동면에서 다지리를 거쳐 삼천리에 이르는 내, 冷川과 十川이 합류한 하류)과 만연산에서 발원하여 읍내를 통과하여 이곳에 이르는 지소천(紙所川, 현재 만연천)이 합하여 흐른다하여 삼내라 하였다. 삼내마을은 다시 번창하여 웃마을, 아랫마을로 불리다가 한자로 쓰면서, 상삼천, 하삼천이라 부르게 되었고 다시줄어 상삼, 하삼으로 부른다.
삼천리는 상삼(웃삼내)마을(1리), 하삼(아랫삼내)마을(2리), 황새봉마을(3리), 성안마을, 해대마을, 이압쟁이마을(4리) 등 6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졌다.
상삼마을의 뜻은 상삼천 즉 웃삼내로 삼내마을중 윗마을이란 뜻이다. 마을을 세분하면 우데미, 아래데미, 새터, 고사리(고사정)로 구분된다.

◆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마을회관은 벽돌문양이 선명하고 깔끔한 2층건물로 큰길가에 있다. 회관에 들어서자 허우대 좋고 마음씨가 인자할 것 같은 사람이 반갑게 맞아준다. 바로 삼천1리(상삼마을) 배병국(62)이장님이다.
이곳에서 낳고 자란 토박이 이장님은 딸 키우는 맛을 모를 아들만 둘을 두고 있고 2만평의 벼농사를 하고 있다.

삼천1리 마을회관

오늘도 가던 날이 장날! 이장님은 마을사람이 다들 단체로 여행을 갔다며 겸연쩍어 한다.
남아있는 몇몇 사람은 마을회관에 모였다.

담소 중인 마을사람

마을사람 장길환(60)씨는 이장직을 11년째하고 있는 이장님을 가리켜 “동네일 보는데 솔선수범하고 정직하며 추진력 또한 좋아 모든 일을 끝까지 처리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또 마을 개발위원장 이병헌(78)씨는 이장님이야 말로 마을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에게 숨은 선행을 하고 있으니 읍장 표창이라도 해주면 고맙겠단다. 현재 배병국이장은 형편이 어려운 25명의 노인에게 쌀 한두 가마와 김장철에 김장배추를 나눠주고 있다. 이런 선행을 20년째하고 있다고 이장님은 조심스레 밝혔다.

주민들의 회관앞 기념촬영

◆우리 마을의 자랑!
상삼마을에는 나쁜 사람 없고, 죄지은 사람 없고, 도둑 든 적 없단다.
마을 사람들이 온화한 편이라서 서로 이웃 간 싸움 없는 모범부락이라고 마을 어떤 분이 거든다. 마을 앞, 화순 천에는 산책로가 있어 마을 화순읍민 모두가 애용하는 곳이란다. 이곳을 오가면 강태공들의 낚시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 마을에서 약산가든을 운영하는 양회철(51)사장은 제15회(2010. 6 .23) 대한민국 최우수 지식인상을 수상했다.

유물로는 임진왜란 당시 충의공 최경희 선생 등 향민과 의병들이 발의 터인 고사정(高士亭)이 마을 뒤편에 있다.

◆이장님의 바라는 점
상삼마을의 농가 중, 2가구만 복숭아와 배를 재배하고 대부분 벼농사한다. 벼농사를 하는 화순평야는 농지정리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 그래서 지금도 이곳농사는 지게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장님은 이곳에 농기계차가 다닐 수 있는 농로가 만들어 지길 원하고 있다. 또 화순천을 가로지르는 보모양의 다리가 화순평야를 가기위해 놓여 있는데, 푹 꺼진 이 다리와 큰길 만나는 곳에서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잦고 불편하니, 다리를 철거하고 반듯한 새 다리를 놓아 농기계차 한대만이라도 다닐 수 있다면 좋겠다고 한다. 200여 mm의 비가오면 다리가 물흐름을 맊아 평야로 물이 역류해 가득 차니 이래저래 불편하단다.

물 흐름을 막는 다리보

화순천 주변에는 개버들나무가 수질개선 목적으로 식수되었는데 봄이면 꽃가루가가 날려 알레르기성 눈병의 원인이라는 민원이 끊이질 않아서 군청에서 밑동까지 잘라버릴 걸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봄이 되면 잘려진 밑동에서 또다시 자라나니 무용지물! 뿌리째 고사시켜주길 바라고 있다.

◆맺는말
고사정(高士亭)을 끝으로 마을을 둘러보고 나서는 길에 배영국 이장과 나들가게란 예쁜 상호를 지닌 편의점에 들러서 음료수를 함께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선행 이야기가 나오자, 이장님은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주면 안 된다. 나보다 어려운 사람 모두를 줘야한다. 한두 해주고 말면 하나마나다. 계속해야지. 나도 어려운 처치를 겪어봐서 안다.”고 말했고 “한해 농사 중 천평 정도에서 나온 쌀 모두를 마을회관과 어려운 이웃의 몫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배영국 이장이야말로 이 시대 사랑의 나눔을 몸소 실천하는 화순읍의 숨은 선행자라는데 반론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상삼마을의 가장 큰 자랑거리가 배영국 이장라는 생각을 하면서 배이장님의 건승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