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락 이장(56)

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 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 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보고자 우리 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마흔 여덟 번째로 능주면 광사리 이영락 이장님을 만나 보았다.<편집자 주>


◆광사마을(廣思) 가는 길
화순에서 능주방면으로 화순-보성간 옛 29번 국도를 따라 하니움 문화스포츠센터를 지나 곧게뻗은 메타세콰이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왼쪽으로 (주)녹십자(백신공장 전남 화순군 화순읍 내평리 104-1)보인다. 그곳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널따란 길을 따라 들어가면 나지막한 동산자락에 나무숲과 멋지게 어우러진 마을이 보인다. 마음씨 넉넉하고 한 가족 같은 사람들이 모인 43가구 70여 명이 살고 있는 광사리 이다.

마을 어귀와 마을언덕너머에 농공단지가 들어선다. 부지와 도로조성이 이미 끝난상태다. 그이유로 마을앞 도로는 넓다하다.

마을어귀 농공단지 터

◆마을유래
광사리(廣思里)의 지명은 광사동(廣思洞)마을의 이름을 취하여 불렀다. 광사리는 단일마을인 광사동마을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광사동은 원래 깃대봉 북쪽골짜기에 위치하고 있어 작석동이라 하였으나 후에 광사동으로 바뀌었다고 전한다. 광사동마을의 뜻은 지형은 좁더라도 널리 생각하라는 의미로 이렇게 부른다고 전한다.

마을을 세분하면 큰마을(뒷굴) 작은마을(작석동)로 구분된다.1789년 호구총수에는 능주목(綾州牧) 동면(東面) 광사동리(廣思洞里)로 기록되어 있으며, 1867년에 대동지지에는 능주목 주내면, 1895년에는 나주부(羅州府) 능주군(綾州郡) 동면, 1896년에는 전라남도(全羅南道) 능주군 동면, 1912년 지방행정구역명칭일람에는 능주군 회덕면(懷德面) 광사동(廣思洞)으로 나오고, 1913년 능주군을 화순군으로 개칭하면서 화순군 회덕면 광사동, 1914년 지방행정구역변경에 의해 화순군 능주군 광사리(廣思里)(광사마을)로 편입되었다. 현재 광사리이며 2개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큰마을(뒷굴)

작은마을(작석동)

◆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마을광장에서 방금 다시 집을 다녀왔다며 반갑게 맞아주시는 다부진 체격에 부리한 눈매가 인상적인 중년의 한사람과 수인사를 나누었다. 슬하에 1남2녀를 둔 오늘의 주인공 광사마을의 이영락(56) 이장님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이장님은 자연스레 광장에서 200여 미터 떨어져있는 자신의 비닐하우스로 안내하였다. 개천 옆에 있는 제법규모가 큰 기다란 3개의 비닐하우스가 이장님꺼였다.

비닐하우스에는 커다란 고추가 씹는 맛이 아삭아삭해서 아사기고추라는 품종이 재배되고 있었다. 아까부터 들고 계셨던 검은 비닐봉지에서 친환경 쌀과 아사기고추를 보여주며 음료수와 캔맥주를 권한다. 아마도 일터에 있다가 이 걸 준비하려고 일부러 집에 다녀온 듯하다.

이장님의 비닐하우스

이장님은 전주 이씨인 고조부가 진사(지금의 부군수)로 있던 때로부터 3대째부터 이곳에 거주한 마을토박이란다. 마을 4가구가 고추 20만주를 재배하며 그 중 8만주는 자신이 이곳 하우스에서 안사람과 둘이서만 재배한다면서 겸연쩍어한다. 고추농사는 10년이 넘었고 모든 고추는 계약재배를 한단다. 다른 농가에서 주문이 오면 계약한 만큼 재배를 하니 판로 걱정은 없다고 한다.

모든 고추는 친환경으로 재배되고 태양초고추로 시중에 나온다. 친환경 인증은 백암리와 광사리가 화순군 최초로 인증되었다고 자랑한다. 이장님은 8만주의 고추재배로 년 800만원의 소득과 그 외 논 2만 6천평, 밭 5천평을 경작한다. 밭에서는 품종개량사업으로 도라지 더덕도 재배하신다니 이장님은 아마도 많은 소득을 올리겠다.

알림판 그림이 참 예쁘다.

마을회관으로 함께 가는 길에 이장님은 벚나무를 가리키며 우리 마을은 조경이 잘되어있다고 마을 자랑이다. 정말 둘러보니 벚나무가 길 따라 가로수로 조경되어있다. 이장님은 꽃이 피는 벚꽃나무인데 옛 벚꽃인 사쿠라품종이라고 설명한다. 마을 회관에 도착하니 마을 회관 안에 한 초로의 신사분이 보인다. 다른 사람은 없다. 오늘이 읍내 장날이라 마을 분들은 장에 갔단다. ‘가던 날이 장날’이란 말이 실감나서 웃음이 나온다. 이장님은 연신 전화로 알리고 있다.

초로의 신사 분은 보기보단 나이를 더 든 노광일(43년생)씨이다. 새마을지도자이란다. 이분이 말하길 이장님은 지도력이 좋으며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고 추진력 또한 좋다고 한다. 정직하고 모범적이며 마을을 위한 끓어오르는 열정으로 시간 나는 데로 열심히 하니 너무나도 고맙단다. 이장님 자신도 자기는 “하면하고 안하면 안하지 미루는 일은 없다.”고 말한다. 이영락 이장님은 이장직을 15년 동안하고 있다니 마을사람들의 대단한 신임을 얻고 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겠다.

마을회관 앞에서 (경찰청 지정 범죄없는 마을)

마을회관내 주방

◆우리 마을의 자랑!
이장님은 연신 우리만한 마을이 없다고 자랑한다. 마을사람 모두가 단합이 잘되고 마을일에 반대하는 사람 없고 나가있는 자식이 부모 속 썩히는 일도 없다나... 마을 지명이 넓을 광자에 생각사라며 지명에 넓을 광자를 쓰는 곳은 드물단다. 이곳 사람들은 지명만큼이나 넓은 마음을 가진 듯하다.

이곳 마을사람들은 연간 세 번씩 마을 전체 청소를 공동으로 실시한다. 또한 해마다 경로잔치를 여는데 여성향우회에서 물질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마을독지가인 서울에 거주하는 황의동, 송근씨가 각각 50만원씩 보내 주고 향우회에서 보내줬다며 마을회관 주방에 있는 대형냉장고를 보여준다. 주방 또한 깔끔하고 좋아 보인다.

◆이장님의 바라는 점
광사동마을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광백천 좌우로 윗마을 아랫마을이 있다. 광백하천은 윗부분을 제외하곤 대부분 자연형태 그대로인 흙둑으로 되어있다. 이장님은 친환경농업 선도마을에 어울리게 콘크리트나 벽돌이 아닌 자연석으로 하천정비를 하여 품격있는 마을이 되길 원한다.

그리고 제일 시급한 역점사항으로 마을집하장을 꼽았다. 농작물 출하기시 마을에 집하장이 없어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특히 비올 때는 사람 몸도 피할 수 있을까 말까한 남의 집 처마 밑에 작물을 가져다 놓고 작업하니 여간 불편하다. 부지는 확보되어 있으니 차 한 대라도 대놓고 작업할 집하장이 절실히 필요하단다.

광백천

◆당상나무를 둘러보며
당상제를 지내는 곳에 당상나무가 있다. 이장님을 비롯하여 동네 분들과 함께 마을집들이 형성되어있는 언덕을 오른다. 가는 길에 토담에 꼭 맞는 오랜 가옥과 펜션처럼 지워진 주택도 볼 수 있다. 현재 외지인이 4가구정도 들어와 산다고 한다. 모퉁이를 돌아 언덕꼭대기에 이르자 웅장한 나무 두 그루가 보인다. 안쪽에 있는 나무가 당산나무다. 두 나무 모두가 수령은 족히 500년은 됨직하다. 당상나무는 실은 팽나무와 기목나무과 함께 합쳐진 연리지(連理枝)이다. 언덕정상은 밋밋한 넓은 터로 되어있고 울창한 나뭇가지의 그늘에 시원한 바람마저 솔솔 불어온다. 이곳에 주민들의 바람대로 정좌가 있다면 정말 좋겠다.

언덕의 나무들

당상나무

◆맺는말
당산나무를 보고 내려오다가 이장님이 음료수나 한잔하자며 자신의 집으로 안내한다. 내려오는 길가에 위치한 이장님 마당엔 여느 이장 집처럼 농기계부품들로 즐비하다. 안주인이 반주로 급하게 내온 고추 맛이 알싸한 게 딱 좋고 된장에 찍어먹는 오이 맛도 땀 흘린 여름날에는 제격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 속에 이장님은 전통한옥을 자신부터 지어 네댓 가구가 지어지면 전통한옥마을로 지정받고자하는 욕심도 있다고한다.

일복도 많고 일욕심도 많은 이장님! 깨끗하고 조용하며 범죄 없는 마을에서 정겨운 마을사람과 오순도순 늘상 함께하니 이게 바로 행복한 모습이랴. 한여름 무더위에 불구하고 취재에 협조해준 마을 이장님과 새마을지도자님, 마을개발위원장님 등 마을 주민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이장님 내외분은 늦은 장을 보러 간다. 만약에 친환경 기능성 쌀을 맛보려면 이영락 이장님께 연락하면 된다.(010-648-4432) 아마도 말만 잘하면 꽁짜로 얻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