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진(64) 이장

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 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 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님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보고자 우리 동네 이장님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마흔 일곱 번째로 청풍면 신리 2리 해동마을 문용진 이장님을 만나 보았다.

해동마을로 가는 길
차는 화순읍에서 남쪽방향으로 29번 국도를 따라 계속 전진해 나간다. 운전을 하면서 ‘오늘은 또 어떤 이장님을 만나게 될까’, ‘어떤 이야기를 들려 주실까’, ‘동네는 어떤 자랑거리가 있을까’ 등등 수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매웠다.

도로를 달린 지 30분 정도 될즈음 멀리 이양면사무소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다시 확인하고는 ‘안틀리게 잘 찾아왔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찾아갈 마을인 해동마을은 이양면사무소를 지나 신리삼거리에서 서쪽방향, 오른쪽으로 1분정도 가면 도착하는 곳이다. 마을 입구로 향하는 도로주변에는 메타쉐콰이어 나무가 균일하게 심어져 주변 풍경과 더불어 더욱 운치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을 입구 가는 길

마을의 유래
해동마을은 행정구역상 신리2리라고 하는데 신리(新里)의 지명은 새로 터를 잡았다는 새터의 한자어 신기(新基)에서 신(新)자를 취하여 신리라 하였다고 한다. 신리는 새터마을, 윗새터마을, 도죽안 마을, 해동마을 등 4개의 자연마을로 구성 되어있는데 옛날에 이 지역이 지석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이라서 마을의 반 이상이 바닷가로 이뤄졌었다고 한다.

그래서 바닷골 동쪽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지금의 마을 이름인 해동(海東)마을이라고도 불리고 또한 민물 게가 많이 잡히는 마을이라하여 게명당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마을 주변을 들러보면 지금도 바다로 낚시질 하였던 돌자리가 군데군데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을의 형성과정은 최초 1545년경 남평문씨 문검(文儉, 1523~1587)이 능성 주내에서 입향한 이래로 경주 정씨와 최씨 진원 박씨등이 입향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약속장소인 마을입구 당산나무에서는 미리 기다리고 있었던 듯 사람 좋게 생긴 아저씨 한 사람이 오는 손님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 청풍면 신리2리 해동마을 문용진(70) 이장님이다.

이장님은 “오는 동안, 길이 많이 헷갈리지 않았나요?”라며 활짝 웃으면서 맞아주었다. 이장님의 첫인상은 ‘너무 다정스러운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웃는 모습이 너무 해맑아서인지 볕에 그을 린 피부와 주름살은 시선 밖이였다.

문용진 이장은 이장직을 맡은 지 올해로 6년째로 택시업을 겸하여 해동마을을 위해 봉사해 오고 있다고 한다. 문 이장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할아버지 슬하에서 커왔으며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오면서 30년동안 택시업과 농사를 하며 2남1녀를 길러냈다고 한다.

자식들 이야기를 하니 지금은 모두 객지에 나가서 살고 있으며 막내는 해군직업군인으로 근무하는데 이번 천안함 사건이 발생해 많이 걱정했었다고 한다. 문 이장은 나이가 들어가니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마을을 위해 무언가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어 이장님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동네 주민들

우리 이장님 칭찬거리들
주민들로부터 일 잘하는 사람, 주민들 편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칭찬이 자자한 문용진 이장은 마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마을 부녀회장 김은순(67)씨에 따르면 “동네주민들 하나하나 챙겨주시고 어려운점 있으면 택시를 하다가도 와서 직접 도와주고 부지런한 분”이라며 소개 하고 마을주민 이효덕(70)씨는 이장님에 대해 “너무나 성실하고 마을주민 중에 아프거나 중요한 모임이 있으면 나서서 개인기사 노릇도 한다”며 “성실하고 부지런한 이장님”이라고 하였다.

이어 청풍면 부녀회장 김기순(60)씨는 “마을 주민들 일이라면 택시업을 제쳐두고 마을을 위해 땀흘리는 분”이라며 “항상 솔선수범하고 근면한 사람”이라고 덧붙여 말하였다. 실제로 문 이장은 광주와 해동마을을 오가며 택시업을 하다 주민들에게서 도와 달라는 전화가 오면 한 걸음에 달려가 도와주기도 하며 연로하신 노인분들을 대신해서 잔심부름까지 마다지 않는다고 한다.

마을의 자랑거리들
문이장은 마을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였는데 마을 주변 유적지나 자랑거리에 대해서는 직접 같이 돌아다니며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해동마을은 동쪽과 서쪽, 북쪽은 지석천변에 발달한 평야가 있으며 남동쪽으로는 알메산과 성적산이 있는데 풍수지리학에서는 용마가 말안장(알매)을 벗어버리고 달리는 형세(용마탈안형)라 이 주변에 명당이 많다고 전하고 있다.

굴등산과 석굴암

①굴등산
마을 입구에서 반대쪽으로 약100m지점에는 굴등산(굴이 있는 산이란 뜻에서 유래) 또는 행주산(배가 뒤집어진 모양에서 유래)이라 불리는 거대한 암벽으로 둘러쌓인 산이 있는데, 산 중앙부분에는 자연석굴(10평정도)이 만들어져있어 불가에서는 석굴모양이 기이하고 신비하다하여 현재 석굴안에 석굴암(불상)을 모시고 있으며 주변에도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기도암이 2군데나 더 있다고 한다.

이 굴등산에 얽힌 전래되는 전설이 있는데 이야기를 하자면 옛날에 도인이 석굴암에서 도를 닦던중 득도를 하게 됐는데 그때 가지고 있는 지팡이를 ‘一’자로 휘둘렀는데 이때 굴등산을 둘러쌓고 있는 거대한 암벽이 ‘一’ 자 모양으로 금이 갔다고 한다. 이후 도인은 이 지역에서 100년마다 한 번씩 도인이 나타나게 될거라 예언하고 사라졌다고 한다. 필자가 실제 암벽주위를 둘러보니 ‘一’자 모양의 금이 약 200m 길이로 존재하고 있었다.

재미있는점은 굴등산의 석굴이 마을입구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 예부터 마을주민들은 이를 불길한 현상이라여겨 석굴이 안보이게끔 대나무를 석굴앞쪽에 심어 길운을 대비했다고 한다. 현재도 굴등산의 암벽은 멀리서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대나무숲이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②검석정과 행주정
굴등산 정상과 석굴암 아래쪽에는 각각 행주정과 검석정이라고 불리던 정자가 있는데 굴등산 석굴암을 관리하는 무상스님에 따르면 “예전에 이 지역 지인들이 굴등산 아래를 휘도는 청풍천과 굴등산에서 바라보는 다보이는 해동마을과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 이곳에 정자를 만들었다”고 말하였다. 무상스님은 이어 굴등산 정상에있는 행주정이 역시 관리 되지 않다가 근래 화순군의 지원으로 개축․보전되었다”고 전하면서 “하지만 현재 검석정은 대나무숲과 청풍천의 낮은 수량으로 그 의미를 잃어버려 아직도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을 전했다.

감나무

③단감
마을 주변을 조금만 돌아다니면 푸릇한 나무가 대규모로 재배되고 있는 광경이 펼쳐지는데 바로 이것이 이 마을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단감나무라고 한다. 다른 특용작물과 마찬가지로 판로에 어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장님은 “없어서 못팔 지경이라고 한다”하며 높은 당도와 저 농약인증 획득으로 인해 수확철이 되면 여기저기서 공급해주라며 난리라고 한다.

④청풍천
마을 앞을 비껴 흘러가는 청풍천은 화학산 줄기에서 흘러내린 지석천의 상류로 수심이 낮고, 물이 맑고 깨끗해 계절을 가리고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현재는 하천보수공사 후에 수량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름철 주말에는 마을주민들이 주변 소로길을 이용을 못할 정도로 행락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이장님의 바라는 점
해동마을에서 70평생을 살아오면서 마을의 변천사를 몸소 겪어 왔기에 어느 누구보다 마을의 사정을 잘 알고 마을에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를 잘 알고 있는 문 이장의 바라는 점은 단 한가지 였다. 그것은 바로 마을회관 개축이다.

마을회관

해동마을회관이 만들어진지 벌써 15년이 넘었다고 한다. 설립당시 건립 전 비용을 마을주민들이 한푼 두푼 모은 성금과 정부지원금 일부를 보태여 지어졌다고 한다. 건물도 나이가 드는 이치는 매한가지라서 15년이란 시간동안 건물 안팎으로 곰팡이와 습기가 자주끼어 작년에는 문 이장이 직접 면에 청을 넣어 도베와 장판을 새로이 교체하였다고 한다.

문 이장은 마을회관을 새롭게 다시 지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을주민 대다수가 고령자인데 마을회관 안에 화장실도 없는 형편이라 겨울에는 많이 불편하고 농번기를 제외하고는 마을주민 대부분 마을회관에 나와 아침과 저녁을 같이 먹는다며 지금의 마을회관이 한꺼번에 모두 모이기에는 비좁다고 하였다. 이어 문 이장님은 만약 개축이 된다면 노인들을 위한 찜질방이나 목욕탕 시설이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마을에서 목욕탕으로 한번 다녀오려면 번거러움이 많다며 마을에 찜질방이나 목욕탕이 있다면 주민 대부분에게 여러모로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맺음말
이장님의 자상함 덕분이었을까. 단 몇시간이 였지만 기자도 이곳 주민인 듯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 동네주민 한분 한분 모두 웃음이 많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저마다 동네 자랑거리에 대해 한 가지씩 이야기해 주는 것을 볼 때 이곳 주민들이 마을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아오는 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취재에 협조해준 마을 이장님과 부녀회장님, 청풍면 부녀회장님, 화순농촌지도자회장님 등 마을 주민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만약 마을 특산품인 단감을 맛보고 싶다면 수확시기에 맞춰 문용진 이장에게 연락하면 빠르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010-6472-4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