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었으면 외양간부터 고쳐야 화순군민신문 기자 hoahn01@hanmail.net

2010년 04월 28일(수) 17:40

장명국 내일신문 대표이사

얼마 전 부산 여중생 사건으로 딸 가진 부모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천안함 사건으로 이번에는 아들 가진 부모들이 불안에 떨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우리는 항상 사건이 터지면 그 때만 요란했지 한두 달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까맣게 잊어버리곤 했다. 다만 부산 여중생 사건은 전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비슷한 사건으로 안산에서 조두순 사건이 있었다. 그 전에는 안양에서 혜진 예슬이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도 부산 여중생 사건으로 3월 31일 임시국회에서 전자발찌 소급 등 여섯개 법안을 통과시켜 소 잃고라도 외양간을 고치는 모델을 만들었다.
이번 해군 천안함 사건 이전에 이미 육군의 헬기가 추락해 2명이 희생되는 사고가 있었다. 그 하루 전에는 공군 전투기 2대가 추락해 조종사 3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올 3월 들어 육·해·공군 모두에서 모두 인명사고가 일어났다.

‘천안함 사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책 수립해야
불행하게도 군 내부의 사고는 보안·기밀이라는 이유로 투명하게 파헤쳐지지 못했다. 따라서 그 대책도 대부분 근본적이지 않고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특히 군은 안전불감증의 사각지대였다. 천안함의 불행한 사건도 처음부터 있는 그대로 밝혔더라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은 사라졌을 것이다.
어차피 사고 원인은 선수와 선미를 인양해야만 정확히 밝혀질 것이다. 당분간은 추론과 가정뿐이다. 우리 국민들이 정부와 군을 신뢰했다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참고 기다렸을 것이다. 그리고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동시에 군의 안전대책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여론이 나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설·설·설이 마치 확정된 사실인양 온 나라를 휩쓸고 있으니 이 또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방부가 사태의 진실을 숨기면 숨길수록 의혹은 꼬리를 물게 돼 있다.
사고는 항상 일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최소화시켜야 한다. 군이야말로 안전에 가장 앞장서는 집단이 되어야 한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은 우리 모두의 아들 딸, 아직 채 피지도 못한 꽃다운 청춘들이다.
불특정 여중생들이 성폭행당하고 피살되는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면 그 정부를 믿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군부대 사고도 똑같은 이치다. 군에서 이런 사고가 되풀이 될 때 누가 정부와 군을 믿고 자식을 군에 보내겠는가.
신뢰를 잃으면 끝장이다. 신뢰야말로 인간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정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기밀이나 보안 때문에 감추려고 할수록 신뢰는 더욱 더 무너진다.
21세기는 공개 투명의 사회이다. 선진국의 필요조건이 공개투명이다. 공개 투명에 성역은 없다. 감추고 싶은 유혹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낡은 사고이다. 진실이 최상의 무기이다. 상대방과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자세로 내부의 신뢰와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는 것이다.
군은 하루빨리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바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도 국회도 머리를 맞대고 사고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계속되었던 여학생 사건처럼 어린 학생들이 죽임을 당할 때마다 찔끔찔끔식 대책이 나오는 그러한 과오를 더이상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
여학생들이 학교 가기를 겁내는 것처럼 젊은 청춘들이 군대 가기 싫어하는 풍토가 만들어져서는 안된다. 이번 기회에 군 장비에 대한 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 무기의 세계 최대 수입국이다. 이제 새 무기를 사는 것보다 기존의 장비를 보수 유지하는 데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서해에서의 불행한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해 NLL지역을 평화지대로 정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남북의 긴장이 강화될수록 사고는 빈발한다. 긴장완화야말로 외양간을 새로 짓는 근본적인 대책이다. 이럴 때일수록 남북정상회담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