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덕 화순읍 일심리 4구 이장

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 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 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보고자 우리 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마흔 네번째로 화순읍 일심리 4구 윤정덕 이장을 만나 보았다. <편집자 주>

▶ 신생마을인 일심리 4구를 찾아
어제부터 내린 큰 비에 전국의 도로는 지금 잔뜩 젖어 있다. 이제 그만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을 기다리려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봄을 알리는 신호탄 치고는 파장이 조금 컸지만 오늘은 그 빗줄기가 약해져 그나마 다행이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에 사람들도 이제는 조용히 봄을 맞을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혼례식 날 새색시가 새신랑을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간 곳은 화순읍에 사는 사람이라면 눈감고도 찾아 갈 수 있는 광덕지구에 위치한 일심리 4구 마을이다.

▶ 마을의 유래
일심리(一心里)의 지명은 일심동(一心洞)마을의 지명을 취하여 이름하였다. 일심동마을의 뜻은 고려를 섬기는 충신들이 조선을 섬기지 않고 한마음으로 살겠다는 의미로 일심동이라 하였고 용곡마을, 일심동마을, 순곡마을 등 3개 자연마을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3개의 자연마을 외에 마을 하나가 더 생겨서 이제는 4개의 마을이 모여 일심리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되었다.

▶ 천직이라 생각한다는 윤정덕 이장님은...
이장님은 향청리 부녀회장을 하다 일심리로 이사오면서 2001년 1월 31일 부터 10년 째 마을의 일을 맡고 있다. 처음에는 청전아파트를 포함해 1300여 세대의 일을 보았는데 세대 수가 너무 많아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어서 읍장님께 건의한 결과 아파트를 분리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는 400여 세대의 일을 보는데 이도 만만치 않아 어쩔 땐 집에 반찬 만들어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지낸다고 한다. 평소에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분주하다 오늘에서야 겨우 집안일 좀 하느라 화장도 못했다고 했지만 예쁘게 단장한 여느 미인 못지않아 보였다. 거기다 편안 차림에서 품어져 나오는 포스는 흔히 말해 장난이 아니었다. 아마도 오랫동안 마을 일을 해온 연륜이 아닐까 싶다.

일심마을의 터줏대감 같은 한 어르신 말씀에 의하면 이장님은 마을이 생긴 지 얼마 안 돼 체계가 잘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고생을 많이 했고 그때부터 마을을 위한 고생 겸 희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여성 이장으로서 세심함과 성실함을 칭찬 했다.

이에 이장님은 조금 쑥스러운 듯 노인회장님, 개발위원장님, 총무님, 부녀회장님 등 마을을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많은 분들이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주기 때문에 마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것 같다며 겸손해 했다.

▶ 마을에 대한 자랑, 그리고 자부심...
마을 최대의 자랑으로 어르신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친목회’를 꼽았다. 친목회는 마을에 누가 살고 있는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은 데 이웃의 얼굴만이라도 알고 지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모임이라고 한다. 특히나 일심리 4구는 10여 년 전에 생긴 얼마 안 된 신생 마을로 농사짓는 사람, 장사하는 사람, 객지에서 온 사람 등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만큼 처음에 하나 되기가 무척 힘들었는데 친목회라는 모임을 가지면서부터 서로 다른 곳을 향하던 눈이 이제는 한곳을 바라보게 됐다고 한다.

도란도란 마주 앉아 마을 일을 이야기 하시는 모습

마을의 단합을 목적으로 시작된 친목회에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마을 회관의 건립인데 이를 위해 모두가 부단히 노력중이란다. 한 달에 한 번 모임 때 만원 씩 모아서 꼭 필요한 지출을 하고 남은 돈과 연말 불우이웃성금으로 모아진 돈으로 할당된 성금을 내고 남은 돈을 저축을 해서 모아진 돈이 무려 천 만원 정도 된다고 한다.

성금모금을 할 때도 이장님을 비롯하여 노인회장님, 부녀회장님 등이 주축이 되어 함께 하기 때문에 성금을 내는 입장에서도 더 마음이 생기고 서로 간에 신뢰감도 더 쌓이는 것 같다고 한다. 불우이웃돕기 겸 마을회관건립 자금마련이라는 취지를 확실히 밝히고 자금 운영도 투명하게 하다 보니 주민들의 참여율도 더 높다고 한다.

또 하나 마을 어르신들의 남다른 여가생활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이다. 이곳 마을회관에서는 고스톱을 친다든가 술을 마시는 어르신들은 볼 수 없다. 대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거나 뜨개질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 뜨개질은 처음 이장님이 하는 걸 보고 다른 어르신들도 한 명 두 명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할머니의 뜨개질 모습이 조금은 낯설지만 보기에 좋다

▶ 주민들의 바람이 곧 윤정덕 이장의 바람이다
마을 주민들의 가장 큰 바람은 마을회관건립이다. 지금의 마을회관은 이장님의 집 건물 1층에 자리 잡아 주변사람들의 후원 물품으로 살림도 채웠다. 마을회관이 다른 마을에 비해 열악한 상황이고 보다 나은 마을의 발전을 위해서는 회관 건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져 계획을 세우게 됐다.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부지 매입을 위해 조금씩 자금을 모으고 최대한 아끼고 아껴 마을도 운영하고 있는데 마을을 곧 떠날 것 같은 사람들도 마을 일에 내 일처럼 동참해 줘서 보람을 느끼지만 반면 젊은 사람들의 참여율이 조금 떨어지는 게 아쉽다.

두 번째 바람은 시급히 남자경로당이 생겼으면 하는 것이다. 이 마을은 유독 남자 어르신들이 없는데 그나마 모여서 이야기 나눌 만한 장소도 없어 가끔 소외받는 느낌도 든다고 한다. 주민들은 모두 작년 겨울은 어쩔 수 없이 그냥 넘어갔지만 올해는 남자경로당이 하루빨리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 마을을 나서며
겉으로는 평범하고 안으로 들어서면 자칫 삭막해 보일 수 있는 마을회관의 모습이지만 도란도란 모여 앉아 차 한잔에 이야기꽃을 피우는 걸 보면서, ‘자연마을도 아니고 생긴 지도 얼마 안 된 신생마을이 지금처럼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 마을을 이끌어가고 이를 묵묵히 잘 따라주는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꼈고 이런 분위기라면 일심리 4구 마을은 앞으로 더 잘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놀이 공간

언뜻보기에 삭막해 보이기도 한 마을 회관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