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이서면 야사리4구 갑동마을 이장

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 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 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보고자 우리 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마흔 세번째로 이서면 갑동마을 신경숙 이장을 만나 보았다. <편집자 주>

▶ 이서면 갑동마을을 찾아서
한참 날씨가 풀어지는 듯 하더니 무엇에 틀어졌을까? 갑자기 부리는 변덕에 코 끝은 약간 쌀쌀 했다. 하지만 화순읍에서 만연산 구부러진 길을 지나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우거진 안양산을 20여분 드라이브하듯 도착한 이 곳.

칼 바람에도 불구하고 머리위로 내리쬐는 따뜻한 볕과 산세가 좋기로 유명한 갑동 마을의 포근함은 마을을 방문하는 이의 가슴에 온기마저 전해 주었다. 마을 입구에는 어르신들의 놀이터인 마을 회관과 회관 앞에 자리 잡은 우산각이 세워져 있으며 그 아래로 안심천이 흐르고 있어 마을의 운치를 더했다.

▶ 마을의 유래
야사 마을의 지명을 취하여 이름한 야사리(野沙里)는 야사마을, 산사마을, 태평동마을, 도롱굴(용호)마을, 갑동마을로 나뉘어 있다. 이 중 갑동마을은 원래 마을 입구에 도구대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한때 도구촌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이후 갑동이라 하는데 그 연원은 산아래 가장자리에 위치하므로 갓굴 또는 갓동이라 불렀는데 이를 한자로 표기하면서 갑(甲) 자를 취하여 갑동이라 하였다.

풍수지리설로 장갑산 아래에 위치한다하여 갑동이라 했다고 전하고 또 앞산이 말이고 갑동이 장군의 갑옷에 해당된다하여 갑동이라 했다고도 전한다. 갑동마을을 세분하면 우데미, 가운데고샅, 알데미로 나뉜다.

1789년 호구총수에는 동복현(同福縣) 외서면(外西面) 갑동리(甲洞里)로 기록되어 있으며 1914년 행정구역개편시 동복군이 화순군으로 통합되면서 외서면 내서면은 이서면으로 통합되어 화순군(和順郡) 이서면(二西面) 야사리(野沙里) (용호리, 태평리, 산사리, 갑동, 야사리)로 편입되었다. 현재 야사4리이며 1개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 우리 신경숙 이장님은 말이여~
첫째, 따뜻하고 한 없이 너그러울 것 같은 인상으로 치자면 갑(최고)이요 둘째, 화순군 여성자원봉사자회 회장으로서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씨로 따지자면 갑이요 셋째, 집안의 늙은 시아버지를 모시듯 마을 어르신들 대하는 효심으로 보자면 이것도 갑이요 넷째, 경로당의 어르신들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 음식 솜씨를 봐도 갑이다.

비록 작년 1월에 이장을 맡아 경력은 얼마 안 된 새내기 이장이지만 그 동안의 활동은 여느 오랜 경력의 이장님 못지않게 활발하다고 했다. 이렇게 갑동마을 최고의 며느리라 부르는 어르신들의 이장님에 대한 사랑은 끝날 줄을 몰랐다.

▶ 대사를 앞두고 바쁜 갑동 마을
갑동마을은 지금 두 가지 큰일을 앞두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오는 8월 8일 있을 ‘물통골 축제’이다. 이 축제는 떨어져 있던 부모․형제, 친인척 등 보고 싶은 사람, 그리운 친구들이 고향에 모여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기 바라는 마음에서 추진하게 됐다고 한다. 이것은 갑동마을이 생긴지 410년 만의 일이라며 그 때 그 시절의 추억도 체험하고 어머니의 손맛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기 위해 추진위원회도 구성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 시도하는 만큼 기대와 두려움도 크지만 마을 축제를 뛰어 넘어 이서면 전체의 축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란다.

다른 하나는 도․농교류 마을 가꾸기 컨설팅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촌생태마을 조성으로, 1500만원이라는 돈을 지원 받아 작년에 용역도 이미 끝낸 상태이다. 팬션, 등산로를 비롯 황토찜질, 동물체험, 자연생태체험장 등 산촌생태마을 조성은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도시사람들에게 잠시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고 고향의 정까지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이로써 도시사람들을 시골로 불러들여 조용한 마을에 활기도 불어 넣고 더불어 마을 소득도 올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 우리마을의 자랑
갑동마을만의 특색이라고 할까? 이 마을에 가면 다른 마을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집집마다 대문이나 현관 입구에 붙어 있는 문패이다. 이것은 여성이장에게만 나오는 격려금으로 제작 되었다고 한다. 언뜻 보기에 문패는 나무에 새겨진 이름에 불과 하지만 이를 보는 어르신들의 표정에서 알 수 있듯이 그동안 잊고 살았던 어르신들 자신을 되찾아 줬다는 의미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자랑! 갑동마을에는 우리의 전통 가락을 지키며 반백년 가야금 사랑에 열정을 다하는 국악인 선영숙씨가 있다. 선영숙씨는 호남연정국악원을 마을 입구에 세워 1층은 연습실, 2층은 합숙실로 쓰고 있으며, 이곳에서 장구·가야금·아쟁 등의 전통악기를 가르치며 후배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또 마을 어르신들께 월․화요일은 가야금, 수․목요일은 장구를 가르치고 있어 어르신들의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마을에는 많은 자랑거리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자랑은 마을 사람들의 단합된 힘이 아닐까 싶다. 마을 사람들의 단합 된 힘은 마을의 크고 작은 일들을 해결 해 나가는 비결이며 그 저력은 작년 면민의 날 행사 때 여러 마을을 제치고 당당히 1등을 차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뿐만 아니라 이번 구정 때는 기탁 받은 쌀로 떡을 해서 마을 전체가 나눠 먹음으로써 맛도 두 배, 사랑도 두 배로 느끼는 훈훈한 설 명절이 됐다고 한다.



▶ 신경숙 이장의 바람은...
신경숙 이장님의 머리에는 항상 마을 어르신들의 안전이 떠나질 않는다고 한다. 한 예로 전에 경로당 화장실이 밖에 있어서 추운 겨울에 눈이라도 쌓이면 어르신들이 미끄러져 넘어질까 걱정되어 군수님께 건의 해 실내화장실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껏 남부러울 것이 없었는데 최근 작지만 큰 소망이 하나 생겼다고 한다. 그것은 샤워기에 따뜻한 물이 나오는 간이 목욕탕이 만들어져서 어르신들이 추운겨울 걱정 없이 씻을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혹시나 군수님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신경숙 이장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마을을 나서며
1600년경 방 씨가 무등산을 넘어 산세가 좋은 곳을 찾던 중 이곳에 이르러 거주하게 되었다는 말처럼 작지만 경치 좋은 마을 그리고 주민들. 몇 명 안 되는 여성 이장님으로서 부드러운 면모를 갖췄지만 마을일에 있어서는 대장부 못지않은 추진력을 갖고 있는 신경숙 이장님까지...

이장님과 마을 주민의 단합으로 올 한해 계획하고 있는 산촌생태마을 조성이나 물통골 축제가 성공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조용하지만 사람 냄새나는 갑동마을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마을을 나섰다.

신경숙 이장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