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소리 나는 조석주 이장님

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 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 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보고자 우리 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마흔 두 번째로 북면 수리 조석주 이장을 만나보았다.<편집자 주>

동복의 옹성산과 독재터널을 지나 조금 더 진행하니 흰거위들이 무리지어 있는 백아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백아산 품아래 있는 수리 마을은 더없이 푸근하다. 내북천에 흐르는 물은 수리라는 마을이름에 걸맞게 투명한 빛깔이 참으로 곱다. 물같이 맑고 깨끗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북면 수리이다.

비오는 날의 수리마을 표지석

수리(水里) 의 지명은 수거(水渠) 마을의 수(水) 자를 취하여 수리라 하였다. 수리는 예전에는 음암(그늘바위)마을 수거(물골) 마을 도기(섬터) 마을 등 3개 자연마을로 구분될 정도로 큰 마을 이었으나 지금은 한 마을로 통합되어 수리라 한다. 1914년 행정구역개편당시 화순군내 북면 수리(水里)(수촌, 상곡리각일부)로 편입되고 1932년 행정구역 개편 때 내북면과 외북면을 합하여 북면으로 칭할 때 화순군 북면 수리로 되었다. 1963년 이전에는 수리 1구(陰巖, 水渠), 2구(島基)로 나뉘어 있다가 1963년에 1,2구를 합하여 오늘에 이른다. 5개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리마을 ‘뱀장수’ 조석주 이장님
옛날 옛적에 ‘황구라’라 불리는 소설가 황석영이 있었다. “자 요것이 뭐이여 비~암이라는 것이여 오대산 오년, 백두산에서 백년, 만연산에서 만년, 무등산에서 무수히 자란 비~암이라는 것이여~ 얘들은 가”로 시작되는 뱀장수 만담은 황석영 즉 황구라의 첫 번째 레퍼토리였던 것이다. 수리마을 조석주 이장도 황석영이 왔다가 뺨맞고 갈 정도로 ‘뱀장수’ 만담의 내공을 가지고 있다.

조석주 이장은 북면농협과 동복농협이 통합을 하기 전 북면농협 조합장을 지냈다. 조합장 내공을 가진 이가 마을 이장을 하기란 쉽지가 않은 일이다. 한마디로 업그레이드된 ‘가오’(잘못된 표현임. 우리말로는 명예, 자부심, 사회적 품격)를 낮추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석주 이장은 소탈과 솔선수범으로 마을일에 앞장서고 있다. 젊은이들이 다 떠나가버린 농촌에서 어른들을 모시고 수리마을을 위해서 모든 것을 챙기고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수리마을에서 ‘솔선수범’이라는 말을 세 번 들었다. 고은숙 부녀회장에게 이장님 평을 물었더니 조석주 이장은 솔선수범으로 모든 마을일을 챙긴단다. 노인당에서 어르신들에게 물으니 거기서도 솔선수범이란다. 이제 마을 이장인 조석주 이장에게 동네 자랑거리가 뭐요?, 하고 물으니 조석주 이장도 “우리 동네는 어르신들이 솔선수범하시니 우리같은 젊은 사람들이 따라서 하지요.”라고......
수리마을의 자랑
첫째 산과 물이다. 해방공간과 한국전쟁의 상채기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백아산과 내북천이다. 백아산휴양림은 도회지의 많은 사람들이 도심생활의 피로와 고단함으로 풀고가는 광주․전남의 대표적 휴양림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또한 맑고 깨끗한 내북천은 수리사람들에게 젖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는 숲정이이다. 수리 마을회관 뒤편으로 우거진 숲정이는 백아산을 가리면서 내북천을 따라 30여 그루가 우거져 있다. 더운 여름에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청량감을 주면서 마을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또 마을사람들은 그곳에서 공동체를 형성하여 대․소사를 논하고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정겨움과 운치가 있는 숲정이

셋째는 사람들이다. 정 깊고 순박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중에도 수리마을에서는 좌우대립에 의한 희생은 없었다. 조석주 이장을 비롯해 고은숙 부녀회장 등 더불어서 오순도순 살아가는 곳이다. 기자는 지금이라도 이곳 수리마을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조석주 이장의 바램(수리마을 현안)
주민들이 크게 바라는 것은 없다. 그리고 크게 불편한 것도 없다. 하지만 백아산을 찾는 외지인들을 위해서라면 수리 입구 진입로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백아산을 찾는데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없이 맞이하고 싶다는 것이 수리마을 사람들의 바램이다.

맺음말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 마을이 수리마을이다. 백아산에 봄이 오면 진달래 피고, 얼었던 내북천도 살강살강 녹아 버들강아지도 한들거릴 것이다. 조석주 이장, 고은숙 부녀회장을 중심으로 살기 좋은 수리마을을 만들려는 노력은 다시 찾아오는 백아산의 봄처럼 환하게 꽃을 피울 것으로 기대된다.

마을회관에서 오락을 즐기시는 어르신들

정도 마음도 오지랖도 넓은 고은숙 부녀회장

마을회관에서 할머니의 웃음이 자애롭다

추억의 버스 정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