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연(70) 이양면 강성리 3구 강정마을 이장

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 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 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보고자 우리 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마흔 한 번째로 이양면 강성리 3구 강정 마을 정찬연 이장을 만나 보았다. <편집자 주>

올망졸망한 산들이 빼곡이 둘러쳐있고 골짜기와 지석천 주변에 퇴적평야가 잘 발달되어 있는 이양면은 화순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고 있기도 한다. 그 중 강성리 3구 강정마을은 화순읍에서 출발해 20여분 정도 차를 달리다 풍암리 부근에서 좌측으로 접어들면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마을로 수려한 자연경관이 일품인 곳이다.

파란 기와지붕의 우산각이 오는 이를 반갑게 맞고 좌우로 펼쳐진 들판을 가로질러 곧게 난 길 끝자락 즈음에선 강정마을이 손을 흔든다. 시야가 확 트인 마을 앞과 바람막이가 되어 주는 뒷산으로 인해 사람살기 좋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이곳은 조선조 선조 때 양인용이 지은 송석정을 품에 안고 있는 기품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마을의 유래
강성리(江聲里)의 지명은 강정(江亭)마을의 강(江)자와 소리실마을(聲谷)의 성(聲)자를 각각 취하여 강성리라 하였다. 강성리는 샘내 마을, 진등 마을, 소리실 마을, 뜬바위 마을, 새터 마을, 강정 마을 등 6개 자연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강정 마을의 뜻은 지석천(砥石川) 가에 정자(松石亭)가 있다고 하여 강정(江亭)마을이라 하였다. 마을을 세분하면 웃고삿, 아랫고삿으로 구분된다.

1896년에는 전라남도(全羅南道) 능주군 송석면, 1913년 행정구역개편으로 화순군(和順郡) 송석면 강정리(江亭里), 1914년 지방행정구역개편으로 송석면 강성리(江聲里)(강정리, 천천리, 성곡리)로 편입되었고 1932년 11월 1일 면폐합으로 송석면과 도림면이 합하여 이양면이 되면서 화순군 이양면 강성리가 되었다. 현재 강성 3리이며 1개 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강정마을의 토박이! 정찬연 이장님
정 이장은 강정마을에서 나고 자란 순도 100%의 토박이로서 이장 생활 20년의 베테랑 경력을 자랑한다. 20대 후반이던 66년부터 이장 일을 시작해 낙후된 마을에 새바람을 일으켰던 정 이장은 그 후 20년 동안 줄곧 마을 살림을 도맡아 오며 주민들을 위해 동분서주했었다.

그러다 후임자에게 이장 직을 넘기고 물러나 있던 정 이장은 작년부터 다시 이장 일을 맡아 일흔이라는 나이도 잊은 채 마을을 위해 뛰고 있다. 젊은 시절엔 화순군자연보호협의회 회원으로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특히 송석정 앞을 흐르는 지석천에서 수영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빈번했을 시 직접 물에 들어가 사망자들을 여럿 인양해내 당시 상공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강정 마을 전경

“마을도 작고 노인들만 있어 애로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힘닿는데 까지 열심히 일해 주민들로부터 잘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하는 정 이장은 다부진 체격만큼이나 건강도 튼튼해 여태까지 감기 한번 걸리지 않고 살아 왔다.

우리 마을의 자랑!
이양면 강성리 3구 강정 마을은 사람이 편안히 살기에 안성맞춤인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마을이 비교적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여름 장마에도 홍수 걱정이 없고 마을 뒤로는 저수지가 있어 한 여름 가뭄에도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다. “큰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이보다 살기 좋은 곳이 없제”라며 환하게 웃어 보이는 마을 할머니의 말처럼 인정 많고 살기 좋은 강정 마을이야말로 이곳 주민들의 큰 자랑거리이다.

아울러 지석천 강가에 자리한 송석정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조선조 선조 때 훈련원첨정(종4품)을 지낸 양인용이 광해군 때 당쟁으로 정계가 혼란해지자 벼슬을 버리고 홀연히 고향으로 돌아와 여생을 보냈다는 송석정은, 옆으로는 강정 마을을 끼고 앞으로는 지석천을 굽어보고 있다.

당시 양인용은 짧막한 한시를 지어 자신의 답답한 심경을 표현했는데 뜻을 이루지 못한 선비의 고뇌가 깊게 배어있다.
남아가 불운하여 정도를 위해 숲속에 숨었노라 / 가슴속 깊이 경륜을 간직하자 / 공명이란 뜬 거품 같은 것 / 소나무를 어루만지고 달아실을 바라보며 / 돌을 세어보며 아랫마을 용두리를 거닐어 보며 / 이 답답한 심정을 누구에게 말하리 / 벗들이나 와서 머물러 주었으면.

강정 마을의 품에 안긴 송석정

정 이장의 바람
강정 마을은 여느 마을이 대개 그렇듯 마을회관과 노인정을 겸해서 사용하고 있다. 요사이엔 농한기 철이라 주민들이 자주 모여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발 마사지기나 허리 마사지기 등 건강기구의 부재는 아쉬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또 마을 앞 농로 350m 가량이 아직 포장이 돼 있지 않아 비라도 올라치면 미끄러운 길로 인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주민들이 대부분 노인들이라 건강기구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하는 정 이장은 농기계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농촌의 현실을 감안할 때 방치된 농로의 포장 또한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맺음 이야기
강성리 3구 강정 마을은 25호 40여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지만 활력면에서는 어느 마을에도 뒤지지 않는다. 논농사와 밭농사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정 이장을 포함한 몇몇의 농가는 하우스에서 딸기를 재배하며 틈새 소득을 올리고 있고 양경수 전 축협조합장이 한우 100두 이상을 기르고 있어 마을 소득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20년 경력의 베테랑 정찬연 이장이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책임을 다하고 있어 마을 주민들을 든든하게 하고 있다. 1월의 느즈막한 오후, 강정 마을을 뒤로하고 나오는 길은 그래서일까. 더없이 평화롭게만 다가온다.

정찬연 이장님 사랑합니다!
정찬연 이장 010_4616_3533

마을 입구의 우산각

송석정 옆을 흐르는 지석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