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웅(53) 동복면 연월리 1구 이장

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 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 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보고자 우리 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마흔 번째로 동복면 연월리 1구 월송 마을 백현웅 이장을 만나 보았다. <편집자 주>

예로부터 복삼, 복청, 복천어가 유명한 삼복의 고장이었으며 전통과 문화유산이 살아 숨쉬는 유서 깊은 고장 동복. 산림이 풍부한 화순의 마을들이 다 그렇듯 동복으로 가는 길 또한 산을 타고 흐르는 도로에 한동안 몸을 맡겨야만 한다.

마을회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백현웅 이장이 아른 거려 힘껏 차를 달려보지만 눈앞에 버티고 있는 묘치재가 그리 만만치만은 않다. 약속시간에 늦지 않게 조바심을 내보지만 그보다는 일찌감치 출발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더 앞선다.

동복의 관문 묘치재 정상을 넘어 도착한 동복면소재지는 숨 가쁘게 오는 이를 맞고 동복초교에서 좌회전해 2~3㎞ 정도 달리다보니 겨울 중턱에 선 연월리 1구 월송 마을이 한눈 가득 들어온다.

마을의 유래
연월리(蓮月里)의 지명은 연곡(蓮谷) 마을의 연(蓮)자와 월송(月松) 마을의 월(月)자를 각각 취하여 연월리라 하였다. 연월리는 월송(月松) 마을, 복녕(福寧) 마을, 연곡(蓮谷) 마을, 도수동(倒水洞) 마을 등 4개의 자연마을로 나뉘어 있었으나 도수동은 폐촌되고 다만 도원서원만 있다.

연월리 1구 월송 마을은 원래 월송쟁이라 불렀으며 그 뜻은 마을이 반달형국이고 소나무가 많아 월송이라 하였다고 전한다. 동복향교를 북서쪽에 두고 마을의 남쪽으로는 동복천변으로 평야가 펼쳐져 있는데 바로 향교답을 경작하면서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川)는 동복댐에서 흘러오는 물과 신율리, 칠정리에서 흘러온 물이 합류되는 지점이기도 하며 남쪽내는 복영마을과, 동쪽내는 천변리와 나뉘는 경계가 된다.

웃는 얼굴의 달인 백현웅 이장님!
백 이장은 원래 면소재지의 천변 마을이 고향이었지만 일곱 살 되던 해 월송 마을로 이사를 와 지금까지 터를 닦고 살고 있다. 젊은 시절 오랜 병마와 싸우며 힘든 시기를 보냈던 백 이장은 “당시엔 이렇게 살아날 줄은 몰랐다”며 “병이 조금씩 호전되며 봉사와 희생이 뭔지를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마을 앞에 서 있는 당산 나무(일명 할아버지 나무와 할머니 나무)

화순지체장애인협회 부회장을 6년여 동안 맡아 일하는 등 사회에 헌신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는 2008년 월송 마을 이장 일을 시작해 올해로 벌써 3년째 접어들고 있다. “이장으로서 항상 겸손하고 단정한 품행을 보이려 노력한다”는 백 이장은 주민들을 대할 때는 자신의 고민과 수고로움을 숨기고 언제나 웃는 얼굴을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젊은 데다 얼굴도 낮낮허니 이뻐 죽겄소”라며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이 백 이장에 대한 칭찬을 한보따리 늘어놓자 백 이장의 얼굴이 금새 빨개진다. 자신의 일을 제쳐두고 주민들의 편리를 봐주는데 앞장서면서도 항상 웃는 얼굴을 보이는 그는 어느새 마을의 자랑거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우리 마을의 자랑!
연월리 1구 월송 마을은 풍속이 살아 있는 고장이다. 지금은 중단됐지만 예전엔 마을회관 앞에 서있는 일명 할아버지 나무와 할머니 나무에게 당산제를 지내며 마을의 풍요를 기원했었다. 수령이 족히 수백년은 돼 보이는 두 그루의 나무는 마을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그저 묵묵히 서있는 것만으로도 마을의 자랑이다.

또한 정월 대보름날 마을의 안녕과 발전을 빌며 신명난 놀이판을 벌이는 ‘달짚태우기’는 뭐니뭐니 해도 월송 마을 최고의 자랑거리다. 대나무로 외곽을 둘러싸고 그 안에 짚과 소나무 등을 넣어 10m이상 쌓아 올렸다 태우는데 달짚이 다 타고 쓰러질 때 쓰러지는 방향에 있는 마을이 발전한다는 속설이 있어 놀이에 흥겨움을 더한다. 월송 마을의 ‘달짚태우기’는 2005년 32회 남도문화제에서 우수상을 탈 정도로 전통 풍속으로서의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마을 뒤편 산 정상에 있는 동복향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옛 화순에는 동복현, 능주현, 화순현 등 3곳에 향교가 있었는데 그 중 동복향교가 바로 월송 마을의 품에 안겨있다. 지금도 지역 유림들이 매년 제사를 지내고 있는 이곳은 평범한 농촌 마을을 옛 것이 살아 있는 고풍스러운 마을로 다가오게 해 주고 있다.

마을회관에 모인 연월리 1구 월송 마을 주민들

백 이장의 바람
“틈새시장을 노려 주민들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이 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는 백 이장은 농한기인 겨울철에도 땅을 놀리지 않도록 사료작물인 청보리를 심을 것을 주민들에게 설득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작년 30,000㎡(10단지)로 청보리 재배를 시작한 월송 마을은 올해 65,000㎡(22단지)로 재배면적을 넓혀 새로운 소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처럼 벼농사, 밭농사 외에는 딱히 돈 나올 데가 없는 시골의 어려움을 이겨낼 사업에 골몰하고 있는 백 이장은 주민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안겨 줄 방법을 하루빨리 찾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마을의 고령화를 염려하고 있는 백 이장은 마을 한쪽에 귀농에 관심이 있는 도시민들이 농촌 체험을 통해 귀농을 결심할 수 있는 작은 체험관이라도 짓기를 바라고 있다. “다들 귀농, 귀농 말만 앞세우고 있지만 확실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며 일정기간 마을에 머물면서 귀농을 결심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 백 이장의 또 다른 바람임을 밝혔다.

맺음말
마을회관에 모여 도란도란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 월송 마을 주민들에게선 따뜻한 사람 냄새가 난다. 이웃간 서로 정을 나누며 도란도란 세상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월송 마을을 뒤로 하고 나오는 길.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왁자한 웃음소리가 마을 밖으로 새어나오고 있었다.

백현웅 이장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인터뷰에 응해준 월송 마을 주민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백현웅 이장 016_657_2142

월송 마을에 위치한 동복향교

동복면 연월리 1구 월송 마을 전경

마을 앞으로 수로가 나 있어 한 여름 가뭄에도 걱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