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재(58) 한천면 평리 이장 (한천면 이장단장)

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 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 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보고자 우리 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서른 세 번째로 한천면 평리 김용재 이장을 만나 보았다.<편집자 주>

한 해의 농사를 마감하고 찾아오는 여유로움을 즐기는 것도 잠시. 벌써부터 내년 농사를 준비하느라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하는 계절 12월은 그래서 소박한 꿈들이 싹트기 시작하는 희망의 계절이기도 하다. 겨울 초입에서 다음 해를 바라보고 서 있는 한천면 평리 마을은 흐드러진 자두나무 가지마다 주민들의 바람과 희망을 걸어 놓고 오는 이들을 반갑게 맞는다.

행정구역상 한천면에 속하지만 생활권은 오히려 남면에 더 가까운 평리 마을은 그래서 한천면소재지를 통해 찾아가려 했다가는 자칫 먼 길을 빙 돌아가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남면 사평중학교를 지나면 나오는 원리와 계곡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짝 붙어 있어 한천의 냄새보다는 남면의 향기가 더 짙게 배어있다.

마을의 유래
구봉산(鳩鳳山)을 등지고 평지에 형성되어 있는 한천면 평리(坪里)의 지명은 400여년 전에 들이 넓고 일조시간이 길다는 의미로 평광리(平光里)라 했다가 축약되어 들 마을의 뜻으로 평촌(坪村)이라 하였는데 1914년 이후 평리로 되었다고 전한다.

평리는 평촌 마을 단일마을로 구성되어 있고 마을을 세분하면 예전에는 웃똠, 아랫똠, 빗가리로 나뉘었으나 지금은 동반, 서반으로 구분된다. 1599년경 정유재란 시 피난을 가던 김해김씨 김행영이 이곳을 지나다가 나무아래에 쉬면서 넓은 들과 수원이 풍부함을 보고 농사짓기에 알맞은 곳이라 생각하여 정착하였는데 현재 새삼보 자리에 간이보를 설치하여 농경을 하면서 마을을 형성하였다고 전해진다.

기가 막히게 일 잘하는 사람! 김용재 이장님
“말도 못 한당께. 기가 막히게 일을 잘 한당께.” 지나는 마을 어르신을 붙들고 “이장님은 어떻냐”고 묻는 기자의 말에 그만한 사람 또 없다며 칭찬이 대단하다. 이장 일을 맡은 지 올해 6년차인 김 이장은 남면 원리가 고향으로 결혼 직후엔 도시생활을 했지만 84년 귀농해 지금의 평리 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마을 입구에 있는 정미소를 구입하며 화려하게 정착했던 김 이장은 청춘의 한 시절을 이곳 평리 마을과 함께 했다. 지금은 정미소와 농사를 병행하며 이장과 한천면자두영농조합법인 대표까지 맡고 있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마을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말하는 김 이장은 자신의 노력으로 50여 가구 100여명의 주민들의 얼굴이 조금이라도 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살고 있다.

한천면 이장단장이기도 한 김 이장은 마을숙원사업 부분에 대해서도 만족도 100%의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마을 뒤 소하천을 말끔히 정비하고 농로 또한 빠진 곳 없이 포장을 마친데 이어 현재는 마을 앞 농사배수로 공사를 진행 중에 있다. 또 마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330㎡규모의 선별장 신축과 농약방재기의 구입 등 이장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건강관리실에 구비된 각종 운동기구들

뿐만 아니라 농촌지도소의 지원을 받아 마을회관 옆에 건강관리실을 짓고 일정의 지원과 마을 자부담을 통해 각종 건강기구를 마련했다. 이로 인해 즐거운 마실과 건강한 운동이 동시에 한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게 됨으로써 주민들의 체감만족도가 올라가고 있다.

우리 마을의 자랑! 그리고…
평리 마을은 12가구가 ‘평리부락영농단’을 조직해 콤바인, 트랙터 등의 농기계를 공동으로 구입해 운영함으로써 농기계 구입의 부담은 줄이고 생산 효율은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또한 유별날 만큼 이웃 간의 사이가 좋아 화합이 잘되는 것은 물론 주민들 스스로 마을 기저에 깔려 있는 기본 환경들이 다른 마을에 비해 앞서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여기에 한천면의 자랑, 자두도 빼놓을 수 없다. 한천면이 자두특화단지로 선정되면서 평리 마을에도 자두 열풍이 불고 있다고 김 이장은 말한다. 평리 마을의 경우 묘목과 퇴비 등의 지원을 받아 점차 자두 농사의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6월~9월까지 단계적으로 출하가 가능하도록 조생, 중생 등 품종을 달리한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소득으로 본다면 판로가 힘들고 생산비가 많이 들어가는 벼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월등해 앞으로는 주민들의 주 소득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김 이장은 아직까지는 벼농사의 비중이 높은 현실임을 감안할 때 노력한 만큼의 수확이 나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평리 마을은 올해 무농약 재배를 처음으로 시도해 몇 농가를 제외하고는 성공적인 작황을 거두었지만 판로문제가 만만치 않게 다가온 것. 농협의 경우 가마 당 1~2천원 더 주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그마저도 확실한 것은 아니어서 마을주민들을 애태우게 하고 있다.

한천면 평리 마을 회관. 오른편 옆에 주민들의 휴식 공간인 건강관리실이 있다.

김 이장의 바람
“평리 마을이야말로 앞서가는 마을이라고 자부하고 있다”고 말하는 김 이장은 그러나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마을 뒤의 천운산 정상까지 등산로를 개발해 주민들이 틈날 때마다 운동도 하면서 건강하게 지냈으면 하는 것이다. 58세의 김 이장이 사실상 마을의 막내일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한 요즘, 주민들이 남은 생을 즐겁고 건강하게 보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맺음 이야기
“농촌은 거대한 경로당이다”는 김 이장의 말은 현재 우리 농촌의 현실이 어떤지를 단적으로 알게 해준다. 최근 부농의 꿈을 안고 아들이 귀농해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삼았지만 앞으로 잘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부모가 농촌에서 터를 잡고 있는데도 정착하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하물며 아무 기반 없이 귀농을 해야 하는 젊은이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면 김 이장의 가슴 한 켠이 답답해진다. 그러나 “그래도 해볼만 하다”고 말하는 김 이장의 말에서 아직까지는 우리 농촌에 희망이 건재함을 확인 할 수 있어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한결 가벼워진다.

김용재 이장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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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리 마을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