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재(72) 동면 장동리 1구 이장

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 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 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보고자 우리 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스물 네 번째로 동면 장동리 1구 이연재 이장을 만나 보았다.<편집자 주>

우리고장 9월은 들판의 곡식이 노랗게 익어가기 시작하는 계절이자 1년 농사에 대한 기대로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풍요의 달이기도 하다. 가을 햇살을 이고 일하는 농부들의 풍경이야 여느 농촌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동면 장동리 1구 우평 마을은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더 정감 있게 다가오는 곳이다.

바삐 날아가는 새들도 잠시 쉬어갈 만큼 아늑하고 고요한 곳. 동면 면소재지에 자리 잡고 있는 우평 마을은 115호 200여명의 주민들에게 있어 도란도란 세상사를 만들어 가며 서로 의지하고 믿음을 나누는 따뜻한 보금자리이다. 나보다는 우리라는 말에 더 익숙해진 주민들의 일상은 울퉁불퉁한 좁은 골목길에서, 뒤뜰의 텃밭에서, 혹은 마을회관에서 아지랑이 같은 정겨움으로 살아나 서로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마을의 유래
장동리 1구 우평 마을은 단일 부락으로 원래 쇠들이라 불렸던 것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쇠 철(鐵)자와 마당 장(場)자를 취하여 ‘철장’이 되었다. 후에 이것이 다시 ‘우평’으로 바뀌었는데, 쇠를 소 우(牛)자로 하고 들은 들 평(坪)자를 써서 우평이 되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마을의 터가 세다하여 그 기운을 누르기 위해 철장(鐵場)에서 우평(牛坪)으로 바꿨는데 현재의 우체국 앞 입석의 상단부에는 牛坪洞天(우평동천)이라 새기고, 중앙에는 舊鐵場 新牛坪(구철장 신우평)이라고 새겨져 있다.

입석은 살을 막아주는 것으로 '방풍맥이'라고도 부르며 그 규모는 높이 209㎝, 폭 34㎝, 두께 30㎝이다. 마을의 동쪽으로는 등골들, 서쪽으로 진터와 쇠쟁이, 남쪽으로 비래들이 있고 북쪽으로 와우등과 등골이 있다.

마을의 믿음직한 버팀목 이연재 이장님
주민들로부터 일 잘하는 사람, 주민들 편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칭찬이 자자한 이연재 이장은 마을의 든든한 일꾼이자 버팀목이다.

“등치를 보쇼. 일 못하게 생겼는가. 묵직 허니 생겨갖고 여간 성근지게 잘 헌단 말이요.” 마을 소개를 위해 곳곳을 돌아다니던 이 이장을 보고 지나가던 주민이 일 잘하는 이장이라고 한껏 치켜세운다.

올해 일흔 둘인 이연재 이장은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에서 관리직으로 청춘의 한 시절을 보낸 이력을 갖고 있다. 64년 입사해 94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30여년 간 태자리인 우평 마을에서 출퇴근을 하며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던 이 이장은 화순광업소가 생계의 장이자 꿈을 꾸고 키워 나갈 수 있었던 소중한 곳이었다.

마을의 센 기운을 누르기 위해 세워졌다는 입석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 동안 이장 일을 맡아 오다 올해 다시 이장 일을 하고 있는 이연재 이장은 할 일은 많은데 나이가 있다 보니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고 탄식한다. 조금만 더 젊었더라면 마을과 주민을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열심히 한번 일해 봤을 것이라는 게 이 이장의 설명이다. 현재 우평 마을은 60대 주민이 2명에 나머지는 모두 일흔을 훌쩍 넘긴 어르신들로 구성돼 있어 마을에 활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만한 뒷심도 부족한 형편에 처해있다.

“마을에 젊은 사람이 있으면 든든한 힘이 될 텐데 도무지 이놈의 시골에 통 오려고를 하지 않는단 말입니다. 우리 세대야 한 10년 정도 지나면 다 없어질 텐데 어찌 될란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요.”

자조하듯 말하는 이 이장의 얼굴엔 우리 농촌에 대한 걱정과 마을의 안위로 인한 근심이 스쳐 지나간다. 그래도 힘닿는데 까지는 노력해봐야 되지 않겠느냐며 털고 일어나는 이연재 이장의 듬직한 뒷모습은 왜 주민들이 그를 두고 마을의 버팀목이라고 했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이장의 바람
올해 우평 마을은 산적한 숙원사업 중 마을정각 보수공사와 마을 한복판을 관통하는 수로를 넓히는 공사를 이루어냈다. 모두 이 이장과 마을 주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친 결과다. 마을 정각에는 샤시를 설치해 날씨와는 상관없이 주민들이 머무르다 갈 수 있게 하였고 비가 많이 올 때면 어김없이 역류하곤 했던 좁은 수로를 넓혀 홍수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해결한 숙원사업만큼 남아 있는 문제도 많아 특히 올해 비피해로 인해 유실된 제방의 복구가 무엇보다 시급한 실정에 있다. 약 1㎞ 정도 무너져 내린 제방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제2, 제3의 피해가 나올 수도 있어 화순군과 면사무소에 내놓은 민원이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주민 모두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맺음말
느즈막에 맡은 이장 일인 만큼 더 열심히 일해서 잘사는 마을을 만들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말하는 이연재 이장에겐 한 가지 꿈이 있다. 자신의 젊은 시절처럼 아이들이 뛰놀고 활기가 넘쳐나던 우평 마을로 다시 만들어 보는 것. 사람의 진심 앞엔 세월도 비켜간다고 믿는 이 이장은 지금도 더, 더, 더를 외치며 노익장의 힘을 보이고 있다.

이연재 이장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인터뷰에 응해준 마을주민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연재 이장 011_618_6978

115호 200여명의 주민들이 도란도란 세상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동면 장동리 1구 우평 마을

샤시를 설치해 날씨와 상관없이 주민들이 머무르다 갈 수 있는 마을 정각

마을 안쪽에 위치한 신안 주씨 재각

어느새 벼끝이 노랗게 익어가기 시작하는 마을 앞 들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