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홍식 청풍면 세청리2구 이장님

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 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 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보고자 우리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열아홉번째로 청풍면 세청리 2구 문홍식 이장을 만나 보았다.<편집자 주>

화순읍을 나와 지석천을 따라 장흥쪽으로 달리다 보면 청풍면소재지보다는 이양면소재지에 더 가깝게 자리 잡고 있는 세청리를 만날 수 있다. 세청리는 예로부터 물이 귀한 곳이지만 맑은 물이 나온다고 하여 세청리(世靑里)라고 불렸다.

세청리는 현재 세청리 1구와 세청리 2구로 나뉘어져 있다. 세청리 2구는 사실 옛날 세청면 소재지가 있었던 세청동마을과 밤나무가 많이 자란다 해서 지어진 율촌마을이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합쳐지게 된 것이다.

세청리 2구 이장을 두 번이나 맡은 문홍식 이장은 81년 처음 이장을 했을 때 세청동마을과 율촌마을의 사이가 안 좋아 모임을 해도 따로따로, 모내기를 해도 따로따로, 밥을 먹어도 따로따로 보다 못한 문 이장은 동유재산이며 계모임 등 모든 행동거지를 통일 시키는 큰일을 하고 84년 이장을 그만 두었다고 한다.

물이 귀한 문 이장의 마을은 예전에는 마을에 유일하게 있는 예천(醴泉)에서 물을 길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늦게 가면 바닥이 보여 매우 불편했었다고 한다. 비가 안와 가뭄이라도 들라치면 그 해 농사는 망치기가 부지기 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 이장은 첫 이장을 했을 때에는 간이 상수도를 만들어 파이프를 이용, 집집마다 시간제 급수를 실시하였으나 그 방법도 문제가 많아서 이번 두 번째 이장을 하면서는 광역상수도를 마을까지 연결하여 마을의 오랜 숙원인 물 문제를 해결하였다.

물 걱정은 이렇게 해서 떨어 버렸지만 문 이장은 요즘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18세대가 거주하는 세청리 2구는 65세 이상 인구가 무려 절반이 넘고 그 중에는 70~80세 어르신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제 기력이 쇠해진 어르신을 위해서 돼지감자 가공공장을 만들어 그늘에서 편하게 소일거리를 할 수 있게 마련을 하려고 했는데 요즘 장마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돼지감자는 작년에 작목반을 구성하여 마을에 대략 20,000㎡(6천 평가량)을 제배하고 있다. 김금자 작목반장의 소개로 재배하기 시작한 돼지감자는 다른 작물에 비해 병충해가 거의 없어서 따로 약을 하지 않고 그냥 퇴비만 주면 알아서 잘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노령인구가 많은 이 마을의 효자 작물로 사랑받고 있다.

당뇨에 효렴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돼지감자는 동지가 지난 후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확을 한다. 또한 가공하여 즙을 내거나 잘 말리면 차를 끓여 먹을 수 있다며 그 자리에서 바로 아침에 우린 시원한 돼지감자 차를 따라 주어 마셔봤는데 마치 둥굴레 차 같이 구수한 맛이 났다.

문 이장은 “앞으로는 논·밭은 기계로 경작하고 원로한 마을 어르신들은 편하게 시원한 공장에서 소일거리 삼아 돼지감자 가공하게 하는 것이 우리 마을의 현 임무이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공장과 저장창고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밝혔다.

세청동마을 입구에 있는 느티나무의 크기만큼이나 많은 세월이 흘러 마을의 모습도 많이 변하였다. 세청동마을의 세청면소재지는 터만 남고, 가을이면 맛있는 밤을 제공하던 율촌마을의 밤나무는 흔적조차 사라진지 오래이다. 문 이장은 “뚜께바위(두께비바위)에서 낚시하고 멱 감고 놀았던 것이 어그제 같은데…”라며 지나간 세월을 아쉬워했다.

세월이 흐르면 있던 것이 없어지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이 생기기도 하다. 내년부터 착공하는 세청리~지월리간 도로공사가 그러하다. 이양에서 운주사까지 바로 이어지는 길이 세청리 2구를 지나간다고 하니 그 동안 좁은 도로에 불편함을 느낀 마을주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문 이장은 “내가 한 일이 뭐가 있겠어, 다 우리 마을주민들이 도와줘서 한 일이지 특히, 최해자 부녀회장님을 비롯하여 김금자 돼지감자 작목반장님, 노인회장님 모두 고마운 분들이여”라고 겸손하게 이야기 하지만 마을을 위해 발 벗고 열심히 하기 때문에 마을에서 두 번이나 이장을 맡긴 것을 통해 마을주민들 또한 문 이장을 얼마나 신뢰하고 의지하는지 알 수 있었다.
문홍식 이장 010-2684-9675

세청동마을 입구의 120년 넘은 느티나무

돼지감자 밭

공장이 없어 한켠에 먼지 쌓여가는 돼지감자 가공 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