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 1구 양기환(58) 이장

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 보고자 우리 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그 두 번째로 도곡면 월곡 1구에서 7년째 이장일을 맡고 있는 양기환(58)이장을 만나 보았다.<편집자 주>

월곡(月谷), 우리말로 ‘달이 뜨는 골짜기'라는 뜻을 가진 달아실 마을, 이 지역 주민들이나 출향민들은 월곡이라는 마을이름 보다 달아실 마을이라 부르길 더 좋아 한다.

작은 체구에도 무척 당당해 보이는 양이장은 20여년전에 고향으로 돌아와 마을의 막내로서 어른들을 모시는 일을 하지만 부족한 자신이 많은 걸 해줄 수 없음에 안타까워 하며 좀 더 젊고 건실한 청년들이 마을로 돌아와 부족한 자신이 못한 부분을 채워 주길 바랬다.

달아실 마을에는 새로 이사 들어온 2가구를 제외하곤 타성이 전혀 없는 제주양씨 자자유촌이다. 현재 33가구 45명의 마을주민이 살고 있으며 남자가 거의 없고 나이든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여자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바쁜 농사철에는 이장이 직접 콤바인을 가지고 마을일을 하느라 고생한다며 마을 주민들은 하나같이 "마을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라며 칭찬했다.

뿐 만 아니라 차가 없는 주민들을 위해 사소한 민원처리까지도 손수 나서서 일을 봐주면서 마을주민들의 아버지, 아들의 역할까지 한다며 흡족해 했다. 하지만 양이장은 주변 주민들의 칭찬에 "아니예요 아니예요 전 한것이 없습니다"라며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

또한, 부인인 박순옥씨는 암수술을 한 몸이지만 양이장을 도와 마을일에 항상 앞장서며 마을 어른들을 주기적으로 목욕을 할 수 있게 편리를 봐주고 표고버섯, 청국장 등을 직접 재배하고 만들어 주민과 함께 나누는 등 마을주민을 위해 봉사한다며 이장 부부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제주양씨濟州梁氏 집성촌인 이 마을은 아직도 명문가의 유서 깊은 체취가 물씬 풍겨졌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느티나무가 늘어선 개울 앞에 커다란 자연석과 마주치는데 거기에는 유려한 문체로 ‘달아실’이라 씌여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이 고향에 대해 얼마나 높은 긍지를 갖고 있는지 알것 같다.

개울 건너로 저 멀리 해망산을 등져 앉은 정자의 자태가 달아실 마을의 위엄을 보여 주는듯하였고 마을로 걸어 들어가면 달아실의 자랑인 제주양씨 혜강공 학포 양팽손 선생(부윤당의 15대조) 부조묘가 훤칠한 위용을 드러낸다. 부조묘는 충절과 학덕이 높은 선조를 제사 모시는 사당으로 매년 음력 8월 18일에 향사한다.

다른 마을엔 없지만 우리 마을엔 있다?
해마다 달아실 마을에서는 10여년이 넘게 매년 4월 3째주 일요일에 월곡1.2.3구 청월회에서 베푸는 경로잔치가 열리고 11월 3째주에는 달아실 주민들과 출향인사들이 참여하여 마을노인들에게 식사대접과 목욕을 시켜드리고 있다.

또한, 달아실 마을은 혜강공 학포 양팽손선생 부조묘를 비롯하여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양동호, 양동수, 양회두의 전통가옥이 있으며 다른 마을에선 보기 드문 황토한옥민박집이 있다. 한때, 지강 양한묵 선생의 후손이 살았으며 정암 조광조의 사당이 있어 그곳에서 제를 지내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다른 마을로 옮겨졌다.

이렇듯 달아실 마을의 전통과 자랑은 일일이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고 그 위엄 또한 근험해 보였다. 또한 달아실 마을은 본지 대표이사이며 재경화순군 향우회 회장을 맡았던 양석승씨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장이 되길 참 잘 했다고 생각되어 질때는?
양이장은 외지에서 생활하다 20여년 전에 고향으로 돌아와 터를 정착하기 까지 생활을 위해 살다보니 마을에 많은 신경을 못 쓴 것이 마음에 걸린다며 “다른 사람이 이장일을 맡아 했으면 본인 보다 더 잘했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장을 하기 잘 했다고 생각되는것 보다는 오히려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모든 농촌이 그러 하듯이 달아실 마을도 젊은 농부가 없어서 안타깝고 외지에 나가 있는 마을의 젊은 사람들이 귀농하여 마을을 지켜 나가길 바랬다.

마을을 위해 행정 관청에 바라고 싶은 것은?
마을의 주민 수가 줄어 들면서 빈집들이 많아지고 있으나 오랫동안 방치 되어 미관상 좋지 않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지켜 볼 수밖에 없기에 안타깝다. 달아실 마을은 군에서 지원하여 황토전통한옥의 민박집도 준비 되어있다. 하지만 빈집들이 생기면서 주변 정리가 되지 않아 한 번 온 외지사람들은 오지 않으려 한다.

이유는 민박집 주변에 빈집들이 낮에도 을씨년스러울 정도인데 밤에 어쩌겠나 싶어 이해가 된다. 그래서 민박집들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져 버렸다. 달아실 마을은 예로부터 고택과 향토문화재등으로 유명하지만 요즘에 와서는 관리가 소홀히 되고 있어 아쉬울 뿐이다. 문화재로 지정된 주인이 있는 고택들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 출입하기조차 힘들다. 자손들의 관리소홀로 마을의 미관이 예전 같지 않아 거주하는 주민들은 불만이 많지만 딱히 연락도 되지 않아 지켜 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마을에는 노인들뿐이라서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 민박 예약을 받기가 힘들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면사무소등에 예약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서 마을 주변의 고인돌 세계문화유산과 달아실 마을의 전통가옥 체험 등을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고인돌세계문화유산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길 바라고 이렇게 훌륭한 자연적인 조건을 잘 이용하여 그 어느 지역 보다 잘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 수 있길 바라며 고인돌공원 꽃길 조성 등을 할 때는 외지사람을 쓰지 말고 주변 마을의 소일거리를 찾고 있는 주민들을 고용하면 마을 일이기에 더 정성껏 할 것 같다고 했다.

마을을 위한 개인적인 바람은?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의 자손들이 조금씩 양보하는 마음을 가져서 조상들의 얼이 깃들고 마을의 자랑인 고택을 지켜 나 갈 수 있길 바라고, 옛 부터 명당임을 자부하는 마을의 명성을 찾길 바랬다.

마을 입구의 자연석

높게 솟은 나무가 마을의 위상을 보여준다.

학포 양팽손 부조묘

제154호 향토문화재

제154호 향토문화재

쓰러져가는 고택

마을회관에 모인 월곡 1구 주민들

멀리서 본 달아실 마을

황토전통한옥 민박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