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선생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다. 불교는 인생에 대해, 고통의 바다(苦海)혹은 불이 붙은 집(火宅)이다. 그리고 절은 자기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이끌림이 숨어있는 곳이다.

山寺엔 침묵의 덩어리 같은 고요와 적막이 있고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 절에도 사격(寺格)이 있다. 山門안이 그윽한 안식의 공간이라면 산문 밖은 열뇌의 세상이다.

부처님은 사바를 밝히고 衆生을 바른길로 이끌기 위해 生命의 빛으로 이 땅에 오셨다. 자연이 곧 절이고 절이 곧 자연이다. 사부 대중들이 절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순 고을은 진각국사(혜심)의 탄생지다. 진각국사는 남산의 십정인 자치샘물에 떠있는 참외를 먹고 탄생했다. 24세에 사마시에 합격 태학에 들어갔으나 모친의 병환으로 향청리로 돌아왔고 모친 사후 송광사로 들어가 보조국사 지눌의 제자가 됐다. 三寶사찰인 송광사의 16대 國師중 2대국사이며 국가의 스승인 진각국사가 화순고을 인물로 탄생한 것이다.

만연사는 고려 희종4년에(1208)만연선사가 창건했다. 만연선사는 무등산 원효사에서 수도를 마치고 조계산 송광사로 돌아가다가 만연산 중턱에서 잠깐 잠이 든 사이에 16나한이 석가모니불을 모실 역사를 하고 있는 꿈을 꿨고 그 자리에 세운 절이 만연사다.

쌍봉사는 조계종 송광사의 末寺. 신라 경문왕 때 도윤이 창건한 사자산문의 9구선문이다. 우리불교의 유일한 삼층 대웅전은 화재로 소실됐다가 복원됐고 철갑선사 탑은 힘 있고 정교해 國寶다. 고려 예술의 정교한 극치로 힘이 넘친다.

철갑선사는 고려시대 불교의 대선사였다. 연담 대종사는 조선 후기 화엄종장으로 향청리 출신이다. 장흥 보림사에 30간 경전강론으로 명성이 높아 제자들이 1백명이 넘었다. 조선후기 대표적 종장 이다.

화순 고을은 이렇듯 큰 스님들이 많이 배출됐다. 유마사의 해연선사 규봉암의 보조국사 지눌, 진각국사의 수도와 득도 일화가 있다.

운주사의 석탑과 석불은 석탑이 19개 석불 70여구가 있는데 고려시대 초기 것으로 추측 된다. 풍수지리로 유명한 도선 국사의 조성 설화가 전한다. 화순 고을은 고려시대 불교의 못자리다.

모든 것이 목탁 구멍속의 작은 어둠이라 어둠이 있어야 빛을 볼 세상의 빛과 광명을 위해 어둠에서 용맹 전진하는 스님들이 있는 도량에 가면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 맺힌 분노와 응어리가 절로 녹아든다.

부처님 오신 날,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위한 오색연등과 파란 하늘에 광명한 세상을 위해 인간이 업으로 지은 죄와 백팔번뇌를 하루에도 108번씩이나 미소를 짓는 우리 이웃 중생들의 환한 웃음 그 평화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