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등불을 꺼주오! 문화칼럼) 이경재선생, 동복 - 시선(詩仙) 김삿갓 화순군민뉴스 기자 leesy7361@hanmail.net

2007년 03월 08일(목) 09:09

이경재 선생

“세상이 싫든 가요. 벼슬도 버리고 기다리는 사람 없는 이 거리 저 마을로, 손을 젓는 집집마다 소문을 놓고 푸대접에 껄껄대며 떠나가는 김삿갓"

조선후기의(1863년) 방랑시인 김삿갓의 옛 노래다.
그의 나이 57세 때 화순의 동복 땅에 쓰러져 있는 것을 어느 선비가 나귀에 태워 자기 집으로 데려가 거기서 반년 가까이 신세를 졌다. 그 뒤에 지리산을 두루 살펴보고 3년 만에 쇠약한 몸으로 그 선비 집에 되돌아와 한 많은 생애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없느냐고 주인이 묻자 그저 한 마디...“저, 등불을 꺼 주오!”

그의 시는 대부분 풍자와 해학, 조롱과 야유, 생활상과 기지 등이 담겨있어 회화적인 요소가 강하여 한시에 파격적이었다.

추운 겨울날 서당에 찾아가 재워주기를 청하나 훈장은 미친 개 취급을 하며 내 쫓는다. 김 삿갓이 누군데, 그냥 못 지나가지... 인정 없는 훈장을 육두문자로 욕하는 시에 아마 뜻보다는 욕설에 관심을 둔 그래서 소리 나는 대로 읽어야 제 맛이 난다. 수준 없는 요즘 개그맨들 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書堂乃早知(서당내조지) 房中皆尊物(방중개존물)
生徒諸未十(생도제미십) 先生來不謁(선생내불알)
『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와보니 방안에는 모두 귀한 분이네. 생도는 모두 열명도 못 되고,선생은 와서 뵙지도 않네』 -「서당욕설사」중에서-

단순한 해학만으로 보기에는 아까운 천재적인 솜씨. 김삿갓은 삐뚤어진 세상을 농락하고 기성권위에 도전하고 민중과 함께 숨 쉬는 탈속한 참여시인, 민중시인이다.

무등산 자락을 오고 갔던 시선 김삿갓이 걸었던 길을 따라 난적하게 쌓인 세상의 여러 가지 잡념을 무한히 떨쳐버리며 물염정 적벽으로 나서길 권하고 싶다.

다정한 사람과 가족 친지들과 나들이 하면 너무나 호젓한 길이다. 김삿갓의 해학적인 시한수로 경제난으로 취업난으로 잃어버린 웃음을 선사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해학과 풍자의 시인 시선 김 삿갓, 그의 본명은 병연, 호는 난고이며 약관20세에 과거에 응시하여 장원급제하였으나 백일장에서 그 시제가 조부를 조롱하는 글을 써서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다.

조상을 욕되게 한 죄인이라는 자책과 멸시에 하늘을 볼 수 없다하여 삿갓을 쓰고 죽장을 짚고 전국을 방랑하였다. 내용즉슨 김병연이 다섯 살 때 할아버지 김익순이 1811년 선천부사인 홍경래난 당시 투항한 죄로 대역죄인이 되어 집안이 멸족을 당해 황해도 곡산으로 피신한 것.

그의 육담풍월은 한시를 지을 줄 알아야 함은 물론 재담의 재치까지 곁들여 가능한 시 형태다. 육담이 반드시 음란하거나 상스런 말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지만 한시의 입장에서 보면 우스꽝스러운 형태인데다가 고유한 우리말 특히 비속한 말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육담풍월」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난고 김병연은 57세로 운명 할 때까지 전국을 두루 유랑하였으며 인간사 모든 것을 시제로 하였다. 또한 선생의 과시는 후세 과거 지망자들의 교범으로 쓰일 뿐 아니라 특히 보통사람들의 생활상을 시로 읊어 빛나는 서민 문학을 남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