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이나 된 깨 오제~"

사는이야기
"사돈이나 된 깨 오제~"
광주지방보훈청 보훈도우미 정영숙씨의 사연
  • 입력 : 2009. 11.02(월) 17:56
  • 화순군민신문 기자 hoahn01@hanmail.net
보훈 도우미를 시작한지 벌써 3년이 되었습니다.

처음 시작 할 때는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어르신들이 제가 부모님처럼 보살펴드리기 앞서 오히려 저를 딸처럼 기다려 주시고 반갑게 맞이해 주시니 오히려 감사를 드립니다.

그 동안 돌보아드린 어르신 중에 돌아가신 어르신도 계시고 요양원에 입원중이신분도 계십니다. 돌아가신 어르신 집 앞을 지나칠 때면 어르신의 모습이 눈에 선해 항상 눈길이 그쪽을 향하곤 합니다.

화순 동면 오동리에 사시는 어르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서비스를 위해 처음 찾아 갔을 때 너무나 깜작 놀랐습니다. 아주 오래되고 조그마한 시골집에 살림살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방안에는 헌 사과 박스에 세탁이 되지 않은 옷들이 한 가득 담겨있고 방바닥에는 입다가 벗어놓은 옷들과 쓰레기가 널려 있었습니다. 옷 차림새는 노숙자 그 자체였습니다.

벽지는 까맣게 그을리고 구석구석에 쥐구멍이 뚫려있고 쥐들이 들락거려서 쥐 발자국과 쥐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습니다. 어르신은 혼자서 알아듣지 못할 말들을 중얼거리고 계셨고 부엌도 없이 마루에는 식사하시다가 늘어놓은 김치와 밥그릇 등이 그대로 놓여 있었습니다. 눈이 잘 보이지 않으셔서 목소리로 누군지 구분 하셨습니다. 겨울에는 아궁이에 불을 때기 때문에 옷은 새까맣고 방은 쥐들이 뚫어 놓은 구멍으로 연기가 들어와 방바닥이 연탄창고처럼 새까맣게 그을려서 군불을 지피고 나면 방바닥을 몇 번이고 닦아야 합니다.

그곳에는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마을이라 30분 이상 걸어가야 합니다. 날짜와 요일 개념이 없으셔서 제가 가는 날이면 항상 ‘뭔 일이요?’ 하고 물으십니다. 어르신은 정신이 온전치 않으셔서 갈 때마다 여러 가지 웃지 못 할 일들이 생깁니다. 갈 때마다 저한테 "사돈이나 된께 여기를 오제 누가 오것소?" 하고 말씀하십니다. 보훈청에서 도와드리러 왔다고 말씀드리면 그때뿐이고 갈 때마다 사돈이라 하십니다. 날씨가 따뜻한 날은 구걸하러 화순에 나가신다고 합니다. 길거리에 나가 손을 벌리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차림새라 길가는 사람들이 천원 이천원 씩 주는 것 같습니다. 그 돈을 모아 보자기에 꽁꽁 싸서 허리에 차고 다니십니다. 저한테도 같이 돈 얻으러 가자고 하셔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기도 합니다.

어르신께서 살고 계신 환경이 이러하다 보니 제가 가는 날은 설거지를 하기위해 비가 오는 날은 우산을 쓰고 마당에 있는 수돗가에서 설거지를 하고 어르신의 이불이며 빨래를 손으로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지금은 뵐 때마다 마음이 정말 많이 아픕니다. "나 죽을 때까지 올라요?" 하시며 갈 때마다 같이 자고 가라고 하신답니다.

돌보는 이 없이 이렇게 외로운 어르신께 누군가를 기다릴 수 있게 해드리고 또 만나는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이일을 하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시고 지금은 외로움과 가난에 그것이 힘든 것인 줄도 모른 채로 살아가시는 어르신의 삶에 제가 하는 일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안쓰러운 어르신을 위해 마음속으로 조용히 어르신의 삶이 평온하기를 기원합니다.
화순군민신문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