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도 못챙기는 생일을, 고마우이"

사는이야기
"자식도 못챙기는 생일을, 고마우이"
한국부인회 화순군지회, 독거노인 위한 생일상 차려주기 훈훈
  • 입력 : 2007. 04.02(월) 21:13
  • 박미경 기자 mkp0310@hanmail.net
부인회회원들은 지난 26일에는 화순읍 감도리 마을회관에서 박모 할머니의 생일잔치를 열어줬다.

“아따, 아짐 좋겠구만, 어여 케크에 불 좀 꺼봐. 언능 먹게”
“먼데 있는 자식놈도 엄니 생일이어도 지 바쁘다고 못 챙겨준디 이렇게 생일상도 챙겨 주고 아짐보다 내가 더 고마우이”

지난달 26일 생일을 맞은 박모 할머니(화순읍 감도리)는 마을회관에서 생일잔치를 열었다. 자식들도 전부 외지에 나가살고 있는데다 생일이 평일날 이어서 혼자 생일을 보내야 하는 박 할머니를 위해 한국부인회 화순군지회(회장 이연희) 회원들이 걸쭉한 생일상을 준비한 것이다.

회원들의 방문에 흐뭇한 얼굴로 도와줄 것이 없는지 묻는 동네 아짐들로 마을회관은 아침부터 들썩 거리고 뜻하지 않은 생일상을 받은 박 할머니의 얼굴에는 미안함과 고마움의 엇갈린 미소가 떠오른다.

이날 감도리 마을 주민들은 박 할머니로 부터 부인회 회원들이 정성껏 준비한 미역국과 찰밥, 과일과 온갖 나물로 가득한 음식으로 '생일턱'을 받으며 할머니의 건강을 기원했다.

한국부인회는 자식을 외지에 보내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혼자사는 노인들을 위해 생일상 차려주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회원들은 생일을 맞는 독거노인이 있는 날이면 미리 장만한 음식을 들고 아침일찍 노인들이 사는 동네를 방문한다.

생일상을 받는 할머니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핀다.

생일을 맞은 노인이 이웃주민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생일의 기쁨을 더 크게 느끼도록 하기 위해 음식은 넉넉하게 장만한다. 대부분 생일상은 마을회관에 차려지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은 곳에서는 집에서 차리기도 한다.

부인회 회원들은 단순히 생일상만 차려주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지역에서 무언가 봉사를 해 보겠다고 모인 회원들이다 보니 떡 본김에 제사 지내랬다고 생일을 맞은 노인의 집 구석구석도 깨끗이 청소해 준다. 한동안 넉넉히 먹을 만큼의 밑반찬을 준비해 냉장고 안에 차곡차곡 넣어두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연희 화순군지회장은 "보다 많은 노인들에게 생일상을 차려주고 싶지만 재정이 넉넉치 않아 죄송스럽다"며 "3월에만 3명의 독거노인들에게 생일상을 차려줬는데 생일을 맞은 노인은 물론 주변분들도 기쁘고 즐거워 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회원들이 부모님생각이 나는지 빈손으로 나오지 않고 약값에 보태거나 만난 것을 사서 드시라며 노인들의 손에 얼마안되는 액수지만 용돈을 쥐어드리고 나온다"며 일이 있을때마다 마다하지 않고 참여해주는 회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박미경 기자 mkp0310@hanmail.net